[바둑] 승부세계의 진면목을 보여준 15년

- 오청원(吳淸原)의 치수 고치기(25·끝)

다카가와(高川格) 본인방과의 10번기는 결과적으로 오청원의 마지막 10번기가 된다. 다카가와 본인방과는 1952년 이래 3번기 시합을 치러 오청원이 연승중이었으나 치수고치기 10번기라서 새로운 마음으로 덤벼들어야 한다.

다카가와 본인방은 비력(非力)이라 일컬어지는데, 그의 대국관의 정확성과 균형에 대해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리고 본인방을 연속방어하고 있다는 점에서 무시하지 못할 존재다. 그가 본인방 9연패를 차지한것은 그의 집중력을 잘 대변해주는 요소.

불세출의 천재 오청원이 두각을 나타낸후 당대의 최고수로 지목된 기다니(木谷實), 가리가네(雁金準一), 이와모도(岩本薰), 후지사와(藤澤庫一朋齊), 사카다(坂田榮男)가줄을 이어 도전했으나 전부패퇴한 지금 남은자는 다카가와 뿐이다.

그렇다고 다카가와가 앞서 스러져간 위인들 보다 더 센것은 아니었으나 남아있는 고수중에는 유일 했다.

이번 10번기는 치수는 호선, 제한시간은 사카다의 경우와 같이 10시간 이틀제 였다. 그러나 시작하자마자 3연승을 올려 4국이 다카가와 본인방에겐 막판이 되었는데, 그는 흑불계승으로 막판의 고비를 가까스로 비켜갔다.

이어 5국은 오청원의 흑승. 제6국은 본인방의 흑승. 제7국은 오청원의 흑승. 그러나 더 이상 버티지를 못하였다. 제8국에서 오청원은 백차례에서 1집승을 거두고 드디어 치수를 6승2패로 고쳐 놓았다.

다카가와 본인방마저 무너지자 당시의 일류기사는 오청원과 1단차이(선상선)내지 2단차이(정선)가되어 버렸다. 지금으로 치면 이창호가 철권이라고 볼때 이창호가 모조리 치수를 바꿔버렸다는 얘기와 똑같다. 조훈현 유창혁 등 등...

이때문에 요미우리 신문사는 치수고치기 10번기를 마칠 수 밖에 없었다. 기다니와의 가마쿠라 10번기부터 15년동안 계속된 10번기가 끝났다는 것은 오청원에게 안도의 느낌과 함께 쓸쓸함도 안겨주었다. 그도 치수고치기 15년이 가장 기력에 충실해 온 시기였음을 밝힌다.

처절한 승부세계의 진면목을 보여준 치수고치기 10번기-. 앞으로 이것보다 더 쇼킹한 기획이 벌이질 수 있을지 의문인 치수고치기 10번기에서 15년동안 11번의 대국에서 모조리 승리했다는 것은 오청원의 탁월한 기량 외에 그 무엇이 있었다.

바로 정신력이다. 전쟁의 와중에서 중국인으로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압박감이 바로 철저한 승부욕으로 나타났을 수 있다.

돌이켜 보건데 치수고치기 10번기는 여러가지 기전 중에서 기사의 기술과 명예를 건 필사적인 승부였다. 다른 모든 타이틀이 중차대하더라도 타이틀을 잡느냐 못잡느냐의 문제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치수고치기는 당대 톱클래스에 오른특 정의 두기사가 맞상대해서 승부를 겨루는 대국이므로 다듬은 기술을 다하고 그 정신을 다 바치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따라서 그 기보의 일국(局) 일국엔 피어린 역사의 숨결이 느껴진다. 50년이 지난 지금도 후학들에게 필독서가 되고 있다는 점은 시대를 달리해도 최선을 다한 한판이라 그만한 교과서가 따로 없다고하겠다.

오청원은 승부에 있어서는 승리자 이자 승부를 초월한 입장에서는 영원한 진리의 구도자였다.

“그는 동양문화의 정수이다. 그의 기풍은 변환자재(變幻自在) 화려하기 그지없다. 나는 그처럼 순결한 예술가를 본일이 없다.” 노벨상 문학상을 수상한 가와바타야스나리의 오청원론이다. <끝>


[뉴스화제]



● 바둑계 '별들의 전쟁' LG배 세계기왕전 개막

이세돌의 돌풍이 몰아쳤던 LG배가 2001년 새장정에 들어갔다. 제6회 LG배 세계기왕전은 6월 12일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개막식을 갖고 1년간의 대장정에 돌입했다.

우승상금은 지난대회와 같은 2억5,000만원으로 6개국총 24명의 세계최정상기사들이 출전해 별들의전쟁을 벌인다. 한국기사로는 총10명이 출전하는데 전년도 우승 준우승자인 이창호9단, 이세돌 3단 을 비롯하여 조훈현 9단, 유창혁 9단, 루이나이웨이 9단, 서봉수 9단, 양재호 9단, 최명훈 8단, 목진석 5단, 박정상 2단등이다.

일본은 6명으로 왕리청(王立誠) 9단, 왕밍완(王銘琬) 9단, 고바야시고이치(小林光一) 9단, 조치훈 9단, 류시훈 7단, 야마시타(山下敬吾) 7단이고 중국은 5명으로 마샤오춘(馬曉春) 9단, 창하오(常昊) 9단, 위빈(兪斌) 9단, 저우허양(周鶴洋) 8단, 뤄시허(羅洗河) 8단이다.

또 대만출신의 저우쥔쉰(周俊勳) 9단, 미국의 마이클레드먼드 9단이자 국의 명예를 걸고출전하며 유럽대표는 한국서 5년간 바둑수업을 받고 있는 러시아출신의 알렉산더 디너스타인이다.

진재호바둑평론가

입력시간 2001/06/12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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