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상선 NLL·영해침범] 북방한계선 유명무실해지나?

북 상선 5척 연속통과 “해군 대응 혼란”

6월2~5일 나흘동안 잇달아 발생한 북한 상선의 도발은 제주해협 통과와 별도로 동ㆍ서해 북방한계선(NLL)의 성격에 대한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4일간 한국 근해를 항해하면서 해군의밀착감시를 받은 북한 상선은 청진2호, 령군봉호, 백마강호, 대홍단호, 청천강호, 대동강호로 모두 6척. 이중 제주해협과 NLL을 모두 통과한 것은 3척, 공해상으로 항해하다 NLL을 통과한 것은 2척이다. 해상별 NLL 통과는 서해 3척, 동해가 2척이었다.

NLL은 1953년 8월30일 유엔사령부가육상 휴전선을 연장해 설정한 해상 라인이다. 아군 함정과 항공기가 북쪽으로 넘어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그어졌지만, 북측과 협의를 거치지않았기 때문에 일방성이 강했다.

서쪽은 백령도를 기점으로 40마일, 동쪽은 강원도 저진항을 기점으로 218마일 연장돼 있다.


NLL 24마일 밖은 작전개념 적용안해

이번에 북한 상선의 NLL 통과는 연평도 북서방 5마일(청진2호), 저진 동방 75마일(백마강호), 저진 동방 140마일(대홍단호), 백령도 서방 25마일(청천강호), 백령도 서방 26마일(대동강호) 해상에서 이뤄졌다.

이번 사태에서 해군은 북한 상선의 NLL 통과를 사실상 묵인했다. 한나라당은 이에 대해 북측의 행위를 ‘NLL 침범’으로 규정하며 정부의 안보의식 부재를 강력히 비난했다.

하지만 해군측은 의외로 담담한 표정이다. 6월7일 합참 브리핑에서 해군 관계자들은 청진2호를 제외한 다른 상선들의 NLL 통과를 작전개념상 침범으로 간주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해의 경우 백령도 서쪽 해상 ‘특정 기점(24마일)’ 안쪽을 통과하는 선박만 대상으로 군사작전 개념으로 대응한다는 것이다.

작전예규상서해 NLL은 24마일까지만 작전구역으로 확보하고, 그밖의 구역에 대해서는 신축적으로 운용하도록 규정돼 있다.

해군은 이에 따라 서해상 특정 기점바깥으로 운항하는 북한 상선에 대해서는 과거부터 관행적으로 통과를 묵인해 왔다.

마찬가지로 동해에서도 비록 NLL 연장선이 218마일이지만 안쪽으로의 통과를 허용해 왔다. 해군의 이 같은 대응은 NLL이 과도하게 연장돼 있어 실제 해군의 작전능력을 초과할 뿐 아니라 국제법상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국제 해양법에 따르면 12해리 영해 밖까지 군사구역으로 설정하는 것은 위법소지가 있다.

NLL통과가 제주해협 침범과 맞물려 발생한데 대해 해군은 매우 난처하다는 입장이다. 제주해협 침범이 없었다면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사안이었는데, 상황상 거론하지 않을 수 없게 되면서 문제가 표면화하게 됐다는 이야기다.

국민을 납득시키기 위해서는 기존 NLL의 불합리한 측면을 인정해야 하지만, 이럴 경우 북한에 꼬투리를 잡힐수 있다는 우려에서 거론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북한의 NLL 무효화 주장 빌미될 수도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NLL 통과를 기정사실화 하거나 NLL의 무효화 주장을 들고나올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정부가 청진2호의 연평도 북서방 NLL 통과를 저지하지 못한 것은 큰 실책으로 지적된다. 인천과 백령도를 연결하는 해로를 북한이 수시로 교란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제주해협에서 솜방망이 대응으로 기세싸움에서 밀린 것이 화근이다.

배연해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1/06/12 20:45


배연해 주간한국부 seapower@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