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극장가…방학 특수 노린 새영화 홍수

벌써 한낮의 수은주가 30도를 오르내린다. 여름이다.

여름은 극장가의 최고 대목중 하나. 예년보다 더울 것이라는 올 여름에는 유난히 화제작들이 많다. 그것도 화끈한 볼거리에 흥미진진한 줄거리의 미국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주를 이룬다.

이미 지난 1일 ‘진주만’을 시작으로 여름 방학 특수를 노리는 블록버스터의 행렬은 시작되었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과 스크린에의 몰입이 더위를 잊게 해주는 극장으로 잠깐 피서를 떠나 보는 건 어떨까.

영화를 보고 난 다음 같이 간 친구나 애인과 팥빙수 한 그릇씩 먹으면서 영화에 대한 감상을 나누면 반나절은 시원하게 보낼 수 있을 터. 올 여름 개봉작들 중 볼만한 작품들을 할리우드 영화와 한국 영화, 애니메이션으로 나누어 소개한다.


할리우드 영화

한동안 한국영화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던 할리우드 영화. 하지만 올 여름은 사정이 달라질 듯하다. 이런 저런 이유로 화제가 되었던 작품들이 잇달아 개봉하기 때문.

이미 상당수의 영화들은 인터넷 동영상을 통해 관객들의 기대를 자극하고 있으며 이들 영화의 주인공이나 관련 소식들은 각종 미디어들로부터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개봉 전에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 붐을 조성해놓는 것이 할리우드 영화 마케팅의 정석이긴 하지만 올해는 정말 유별나다는 느낌이다. 과연 어떤 작품이 가장 많은 관객들을 끌어 모을지 벌써부터관심거리다.

개봉 전 첫 손가락에 꼽히는 작품은 ‘툼레이더 (Tomb Raider)’‘A.I.(Artificial Intelligence)’. 6월30일 개봉하는 툼 레이더는 전세계적으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동명 게임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시간과 우주를 여는 비밀의 열쇠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비밀조직과 여전사 간의 대결이 줄거리다. 힘과 지혜를 갖춘 여주인공 라라 크로프트 역은 중성적 이미지의 안젤리나 졸리가 맡아 게임 캐릭터 이상의 인기를 얻을 것이 거의 확실시 되고 있다.

한편 A.I.는 고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아이디어를 흥행 귀재 스티븐 스필버그가 감독한 SF물로 두 사람의 협력 사실만으로도 전세계 영화 팬들을 흥분시키고 있다.

극 지방의 해빙으로 황폐해진 미래,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은 감정까지 지닌 로봇을 만들어낸다. 6월 말 미국 개봉을 앞두고 있지만 ‘식스 센스’에 출연했던 할리조엘 오스몬트가 주인공 소년 로봇을 맡았다는 것 외에는 전혀 공개된 것이 없어 팬들의 궁금증을 더하고 있다. 국내개봉은 8월11일.

스케일 보다는 감독의 상상력으로 눈길을 끄는 영화는 ‘물랑루즈(Moulin Rouge)’‘혹성탈출(Planet of the Apes)’.

2001년 칸 영화제 개막작이었던 물랑 루즈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바즈 루어만 감독이 니콜 키드만과 이완 맥그리거를 데리고 만든 멜로 영화.

20세기 초 파리 몽마르트 한 사교 클럽의 댄서와 가난한 시인의 사랑이라는 줄거리는 진부하지만 뮤직 비디오식의 현란한 영상과 적절하게 끼어넣은 대중 음악, 그리고 감독 특유의 재기발랄함은 지극히 요즘 취향이다. 튀기로 말하자면 혹성탈출도 물랑 루즈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할리우드에서 가장 엉뚱한 감독 중 한명인 팀 버튼은 이미 1968년 영화화돼 널리 알려진 원작과는 달리 2029년 한 혹성에 불시착한 지구인 우주비행사가 유인원의 폭정에 시달리는 인류를 구한다는 내용으로 영화를 재구성했다.

그의 이전작들처럼 음습하고 다소 충격적이다. 마크 월버그, 팀 로스, 헬레나 본햄 카터 등이 출연한다.

전편의 성공을 등에 업은 속편 영화들도 무시할 수 없다. 6월16일에는 ‘미이라 2(The Mummy Returns)’, 7월21일에는 ‘쥬라기 공원3 (Jurassic Park 3)’ 이 개봉한다.

두 작품 모두 1편이 워낙 빅 히트를 기록했기 때문에 그 연장선상에서 보다 자극적인 새 요소를 가미했다. 미이라2 에서는 전편에 비해 한층 강력한 죽음의 신 야누비스가, 쥬라기 공원3 에서는 더욱 잔인하고 영리해진 공룡들이 그 역할을 주도한다.

이밖에 존 트라볼타 주연의 SF 영화 ‘스워드 피쉬(Swordfish)’, 실베스터 스탤론이 오랜만에 주연한 카 레이싱 영화 ‘드리븐(Driven)’, 안토니오 반데라스의 코미디 ‘스파이’ ‘키드(Spy Kids)’ 등도 여름 관객 사냥을 준비 중이다.


한국 영화

할리우드 영화의 파상 공세 탓에 올 여름 한국 영화는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꽤잠잠하다. 워낙 할리우드 영화가 막강하다 보니 많은 작품들이 개봉일을 하반기로 미루고 있는 실정이다.

할리우드 영화의 틈바구니에서 한국 영화를 대표할 작품은 6월23일 개봉하는 김상진 감독의 로맨틱 코미디 ‘신라의 달밤’. 학창시설 문제아와 모범생에서 체육교사와 깡패로 각각 엇갈린 인생을 살게 된 두 고교 동창이 한 여자를 사이에 놓고 벌이는 소동을 그린다. 이성재, 차승원, 김혜수가 주연한다.

8월11일에는 박중훈 주연의 비극적 스릴러물 ‘세이 예스’가 개봉한다. 비극적 스릴러라는 장르에서 알 수 있듯, 세이 예스는 잔인하면서도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영화다.

결혼 1년을 맞는 신혼 부부가 겨울바다로 여행을 떠난다. 작은 사고로 알게 된 한 남자는 둘의 달콤한 여행을 방해하고 급기야 둘에게 공포와 분노의 존재가 된다. 늘 코믹한 연기만 보여줬던 박중훈이 모처럼 악역을 맡아 얼마나 변신에 성공할 지가 관심거리다.

이밖에 이미숙, 전광렬 주연의 드라마 ‘베사메무쵸’, 차태현과 전지현 주연의 로맨틱 코미디 ‘엽기적인 그녀’, 신현준과 원빈이 손을 잡은 ‘킬러들의 수다’가 가을 이전에 개봉 예정이나 아직 구체적인 일정은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친구’ 의 열풍이 휩쓸고 지나간 한국 영화는 여름을 조용하게 보낸 뒤 하반기부터 다시 살아날 전망이다. 올해 최대의 흥행작으로 손꼽히는 ‘무사’의 9월 개봉이 그 신호탄이 될 것이다.


애니메이션

애니메이션 마니아들에게는 아마도 올 여름이 가장 바쁜 계절이 될 지도 모른다.

7월 한달 동안 매주 새로운 애니메이션이 극장에 걸리기 때문. 예년에 비해 편수도 많지만 하나같이 일본 애니메이션과 디즈니와 드림 웍스의 미국애니메이션, 그리고 게임 애니메이션 등 저마다 특색을 달리하며 세계 애니메이션의 주류를 대표하는 작품들이다.

동시에 맞붙을 블록버스터 극 영화들과 견주어도 결코 손색이 없어 극영화와 애니메이션간의 흥행 대결도 올 여름 극장가의 화제거리다.

최고의 기대작을 꼽으라면 역시 ‘파이널환타지(Final Fantasy)’ 다. 툼 레이더와 마찬가지로 전세계적으로 3,000만장 이상이 팔린 게임이 원작이나 실사가 아닌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었다.

2065년 정체불명의 괴생명체가 전지구를 멸망 직전으로 몰아넣자 살아남은 소수의 인간들이 레지스탕스를 조직, 이에 맞선다는 내용이다.

게임을 만든 히로노부 사카구치가 감독을 맡아 이제까지의 그 어떤 애니메이션보다 사실감을 높였다고. 밍나 웬, 알렉 볼드윈, 제임스 우즈 등이 목소리 출연했다.

파이널 환타지의 경쟁자는 미국 애니메이션의 양대 산맥인 디즈니의 ‘아틀란티스-잃어버린 제국(Atlantis-The Lost Empire)’ 과 드림웍스의 ‘슈렉 (Shrek)’. 몇 년전 ‘이집트의 왕자’ 와 클레이메이션 ‘치킨 런’으로 맞붙었던 두 제작사의 경쟁이 올 여름 한층 치열해졌다.

드림 웍스가 노골적으로 반(反)디즈니 전략을 들고 나왔기 때문. 3D 애니메이션 슈렉은 못생긴 괴물과 아름다운 공주를 주인공 삼아 관객들로 하여금 배꼽을 잡게 만드는 코믹 요소를 각별히 강조하되 중간중간 디즈니의 정형화된 가치관과 구성을 패러디한다.

반면 바다 속에 가라앉은 환상의 섬을 그린 아틀란티스는 이전 작품들에 비해 뮤지컬이 대폭 축소되긴했지만 여전히 디즈니 특유의 단선적이고 이분법적인 세계관을 드러낸다.

물론 단순하면서도 다채로운 디즈니 특유의 그림, 나무랄 데 없는 흥행 요소들의 구성은 이를 상쇄하고도 남는다.

아틀란티스에서는 마이클 J 폭스, 슈렉에서는 마이크 마이어스와 카메론 디아즈가 각각 주인공의 목소리를 연기한다.

7월28일 개봉하는 ‘이웃집 토토로’는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 일본 농촌을 배경으로 동화를 연상시키는 따뜻한 줄거리, 꼼꼼하면서도 서정적인 그림으로 이미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유명한 작품이다. 미래 지향적이고 다소 파격적인 위의 세 작품과 비교해서 보면 더 재미있을 듯.

김지영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1/06/13 19:36


김지영 주간한국부 koshaq@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