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카페(62)] 우주로 가는 나의 분신

우주를 향하는 눈길과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음을 실감한다. 얼마 전 미국 캘리포니아의 거부 데니스 티토가 무려 2,000만 달러를 지불하고 8일간 우주 여행을 갔다 왔다.

이를 계기로 우주를 테마로 한 상품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돈이 많지 않은 일반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우주 프로젝트는 특히 인기가 있는 기획상품이다.

대표적인 것을 하나 들라면 미국 휴스턴의 한 회사가 450만 명의 편지와 신체 일부를 태양계 밖으로 송출하기 위해 추진중인 프로젝트가 있다.

이 프로젝트를 즐기는데 드는 비용은 1인당 단돈 50달러. 이 계획을 현실화할 무인우주선 인카운터(Encounter) 2001은 현재 제작중이다. 이 우주선은 이 계획에 참여한 450만 명의 사진과 DNA, 머리카락, 편지등을 가득 싣고 2003년 말에 발사된다. 그 후 태양계를 벗어나서 광활한 우주 속을 표류하게 된다.

인카운터 우주선은 축구장 크기 만한 태양 돛(solar sail)과 사진.편지 등 450만 명의 분신을 실을 컨테이너로 꾸며진다.

태양 돛은 태양풍을 이용해서 우주선을 추진하는 동력장치로, 인카운터는 태양풍을 이용한 역사상 최초의 우주선이 된다.

태양풍이란 태양에서 방출되는 에너지 입자들이 일으키는 바람이다. 태양 돛은 태양에서 방출되는 에너지 입자를 반사하는 얇은 판으로 되어 있어 마치 돛단배가 바람에 밀려 움직이듯 우주선을 움직이게 한다.

태양풍을 이용한다는 것은 연료 없이 우주선을 움직일 수 있다는 점에서 획기적이다. 처음에는 보통의 로켓 추진력을 내지는 못하겠지만, 비행 시간이 길수록 가속이 붙고 더 큰 속력을 낼 수 있다.

아리안5 로켓에 실려 발사된 우주선은 지구궤도를 3주 동안 돌고 난 후태양 돛을 펼치고 우주 여행을 시작한다.

우주선이 태양계의 가장 외곽에 있는 명왕성에 이르기까지는 약 15년이 걸리고, 태양계를 벗어날 때면 초속 7~8마일로 여행하게 된다.

로켓추진으로 지구궤도를 도는 우주선이 초속 5마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태양 돛의 추진력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현재 이 프로젝트에는 미항공우주국(나사)과 여러 단체들이 참여하고 있는데, 약 2,500만 달러의 경비가 소요된다. 자금은 대부분 개인 투자자들의 주머니에서 나오고, 일부 예산만 공공예산에서 지원된다.

지금까지 약 67만 명이 이 프로젝트에 지원했는데, 발사 6개월 전에 참여자들이 대거 몰려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2년 전에는 미국의 페이먼트 고등학교 학생 140명이 단체로 지원했다고 한다.

이 학교 교사인 짐 글럭은 학생들에게 우주가 얼마나 넓고, A지점에서 B지점까지의 거리는 물론 도달 시간이 얼마나 긴지 알려주기 위해 지원을 주선했다고 한다.

태양 돛으로 우주를 여행하는 내용의 단편소설 ‘태양으로부터의 바람’(The wind from the Sun, 1963년 발간)을 쓴 작가 아더 클락도 이 계획에 참여하고 있다.

그는 우주로 보내는 편지에 “안녕 나의 분신이여”(Fare well my clone!)이라고 쓰고 자신의 DNA를 실어 보낼 계획이다. 그는 먼 훗날 어떤 초 문명이 태양계 바깥에 버려진 인간들의 잔해를 발견이라도 한다면 자신은 또 다른 시간에 존재하게 될 것이라며 기뻐했다고 한다.

병 속에 편지를 넣어 강물에 띄우는 것처럼, 태양계 바깥으로 인간의 흔적을 내보내는 이 천진난만한 프로젝트에 많은 사람이 참여한다는 것은 어쩌면 인간의 순진성이 아직도 무구함을 증명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원근 과학커뮤니케이션연구소장 www.kisco.re.kr

입력시간 2001/06/20 17:27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