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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 대세론 만드는 두뇌들'

한나라당 7층 총재실 곳곳에는 이회창 총재의 사진이 걸려 있다. 대부분 평상복 차림에다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하다. 입을 꽉 다문, 굳은 표정의 사진은 찾아 볼래야 찾아 볼 수 없다.

일반인들이 갖고 있던 이 총재의 이미지와는 상당히 거리가 먼 사진들인 셈이다. 사실 이런 사진들을 찍으려고 이 총재는 그 동안 꽤나 애를 먹었다.

그러나 요즘은 다르다. 애써 연출할 필요가 없다. 자신감이 생기니 여유가 생기고, 절로 얼굴에 미소가 감돈다.

이 총재의 자신감은 점차 힘을 얻어가는 ‘이회창 대세론’에서 나온다. 지난해부터 나오기 시작한 ‘이회창 대세론’은 이제 한나라당을 넘어 당 바깥에까지 광범위하게 퍼져나가고 있다. 안기부 자금 수사, DJP 공조 복원 등 여권의 파상 공세가 이어지면서 올해 초 다소 주춤하긴 했지만, 곧이어터져 나온 여권의 실책을 틈 타 다시 힘을 되찾았다.

‘이회창 대세론’은 물론 여권의 잇따른 실수에 의한 반사 이익의 측면이 강하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급격한 확산을 설명할수는 없다. 거기에는 이 총재를 둘러싸고 있는 주변 인물들의 결코 가볍지 않는 노력이 밑바닥에 깔려 있다. 이들은 이른바 ‘이회창 대세론을 만드는 사람들’이다.

‘이회창 대세론’을 그냥 팔짱 낀 채 즐기는게 아니라 현실로 구체화하는데 나름의 분야에서 역할을 하고 있다.


신주류 그룹

한나라당의 대 언론 관계가 이전보다 나아졌다면 이는 상당 부분 양휘부 언론 특보의 공이다. KBS 창원총국장 출신인 양 특보는 하고싶은 말을 다 하되, 언론을 기분나쁘게 하지않는 능력을 가졌다.

그 동안 주먹구구식으로 해 오던 방송 모니터도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바뀌었는데 이 또한 방송전문가인 양 특보의 손길이 닿았기 때문. 양 특보는 이와 함께 이 총재에게 쏟아지는 각종 기자회견에 대한 답변서 작성을 총지휘하고 있기도 하다.

유승민 여의도연구소 소장은 요즘 들어 이 총재가 가장 자주 찾는 사람이다.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은 물론이고, 각종 강연의 원고, 기자회견문 등의 작성은 거의 그의 몫이다.

당 바깥의 인적 네트워크 구성도 그가 맡은 주요한 역할. 이 총재와 외부 브레인들과의 면담은 대부분 그가 마련하고 있다. 지난달초 출범한 국가혁신위의 외부 자문 그룹 구성에도 가장 깊숙히 관여했다.

얼마전 국회부의장에서 물러난 홍사덕 의원도 이 총재가 자주 귀를 기울이는 조언자다. 지난해 4ㆍ13 총선 때 그릇의 크기를 알아차렸던 이 총재는 중요한 순간마다 홍 의원을 찾아 자문을 구했다. 홍 의원 또한 공ㆍ사석을 막론하고 다음 대선이 화제가 되면, “이 총재외에는 대안이 없다.

현재로서는 2002년 대선에서 이 총재의 승리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이회창 대세론’을 전파하는데 열심이다.

홍 의원은 현재 국가혁신위 국가비전 분과위원장을 맡고 있는데 여기에는 이 총재의 깊은 뜻이 숨어있다. 홍 의원을 국가혁신위에 참여시킴으로써좀 더 가까이 두고 싶어했다는 것.

실제 이 총재는 그 동안 일부 당직자들이 당의 중요한 회의 때마다 “당직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홍 의원의 참석을 꺼리자 매우 안타까워 했다고 한다.


당직자 그룹

김기배 사무총장은 97년 대선때 이미 ‘이회창 대세론’의 전파자였다. 당시 김 총장은 원외였는데 이회창 경선대책위 본부장을 맡으면서 원외 지구당위원장들 사이에 ‘이회창 대세론’을 확산시키는 데 상당한 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 ‘분위기 쇄신’이라는 당직 개편의 상징적인 의미를 훼손하면서까지 이 총재가 김 총장을 유임시킨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이회창 대세론’을 적어도 당내에서 움직일 수 없는 흐름으로 굳혀가는 데에는 관료 출신인 김 총장의 조직 장악력과 특유의 꼼꼼함이 필요하다는 판단이있었던 듯 하다.

권철현 대변인은 이 총재가 주변 사람들에게 대놓고 칭찬하는 당직자 중의 한 사람이다. “야당에는 총재, 총무, 대변인 세 사람만 있으면 된다”는 말도 있지만, 권 대변인의 경우 당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이 말로도 모자랄 정도다.

각종 현안에 대한 브리핑이 나중에 거의 대부분 당론으로 될 만큼 이 총재의 의중을 정확하게 읽고 있다. 당의 의견을 대변하는데 그치지 않고, 정무 참모를 겸임하고 있는 듯한 생각이 들 정도로 대변인의 역할 범위를 넓혀 놓았다.

말하자면 권 대변인은 이 총재의 ‘입’이면서 한편으로는 ‘머리’이기도 한 셈이다.

김무성 비서실장도 이 총재가 능력을 높이 사는 사람이다. 김 실장이 수석부총무로 임명됐던 지난 해 총선 직후의 당직 개편 때도이 총재는 김 실장을 비서실장으로 쓰려고 했을 정도였다.

이 총재는 꽤 오래전부터 김 실장을 눈여겨봐왔던 걸로 전해지고 있다. 김 실장은 수석부총무 시절 확실하게 점수를 땄다. 김 실장은 비서실장이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비서실 부실장 자리를 새로 만들어 의전 및 수행을 담당케 했다.

비서실 역할의 무게 중심을 정무 기능쪽에 두겠다는 뜻인데 이 또한 이 총재의 신임이 뒷받침 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구주류 그룹

한나라당에서 원내 원외를 통틀어 가장 자주 의원 및 원외 지구당 위원장을 만나는 사람은 양정규 부총재다. 양 부총재는 아침에는 당내 보수 성향의 의원들과 만나고, 저녁에는 개혁 성향의 초ㆍ재선 의원들과 술잔을 기울인다.

이 총재가 미처 챙기지 못하는 것을 대신하는 셈인 데 이는 한편으로는 자연스럽게 ‘이회창 대세론’을 인식시키는 방법이 되기도 한다. 양 부총재는 이 총재와의 독대도 가장 잦은 편이다.

이 때문인지 당 안팎에서는 “양두목(양 부총재의 별명)을 보면 이 총재의 마음을 알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하순봉 부총재는 가장 오래된 이 총재의 측근에 속한다. 97년 경선 당시 이른바 ‘이회창 7인방’ 가운데 한 사람으로 여전히 이 총재 곁에 머물고 있다. 총선 전 ‘측근 중용’이라는 주위의 세찬 비난을 무릅쓰고 사무총장에 임명할 만큼 이 총재의 신임이 대단하다.

양, 하 부총재와는 좀 성격이 다르지만 오래된 측근으로는 윤여준 의원이 있다. 윤 의원은 4ㆍ13 공천 파동이 아직도 완전히 가시지않은 탓에 전면에 나서지는 않고 있지만, 이 총재가 수시로 불러 일을 맡기고 있다. 이 총재의 영원한 정무 분야 브레인인 셈이다.

최성욱 기자 feelchoi@hk.co.kr

입력시간 2001/06/20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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