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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5 1주년과 한반도] 북미대화, 막혔던 물꼬 터지나

북한에 고위급회담 제의, 입장차 커 난항 예상

잭 프리처드 한반도 평화회담특사와 이형철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대사는 13일 낮 뉴욕 맨해튼의 한 식당에서 점심을 함께 했다.

부시행정부 출범이후 공식대화로는 처음인 이날 접촉에서 프리처드 특사는 조지 W 부시대통령이 1주일전 천명했던 대북대화 재개선언 내용의 대강을 설명하고 북미간의 고위급회담을 본격 제의했다.

고위급회담을 위한 준비접촉 성격의 이날 오찬대화에서 프리처드특사는 북미간의 현안을 포괄적으로 협의하기 위해 조만간 차관보급 이상의 고위급회담을 양측이 합의하는 장소에서 열자고 제의했고이형철대사는 본국에 보고한 후 응답을 주겠다고 답변했다.

북미간의 뉴욕접촉이 끝난 후 미 국무부관계자는 “이번만남은 찰스 카트먼 전 한반도 평화회담특사의 후임인 프리처드특사가 이형철 대사를 찾아가 상견례를 하면서 북측에 본격대화를 제의한 자리였다”고 설명하고 “16일 현재까지 북한측으로부터 아무런 반응이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만남으로 북미간에는 대화의 물꼬가 터진 셈이지만 주요 현안에 대한 양측간의 입장차가 워낙 커 앞으로 북미대화가 순탄하게 진행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워싱턴 외교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제네바 기본합의문 성실이행 촉구

먼저 양측간의 논의돼야 할 의제문제부터 살펴보자.

부시대통령은 6일 북미대화 재개방침을 발표하면서 구체적으로 ▦94년 체결된 제네바합의에 따른 북한 핵동결이행 개선문제 ▦북한미사일 계획검증 및 미사일수출금지 ▦재래식무기 감축을 비롯한 재래식 군사력 태세 등 크게 3가지를 회담의제로 제시했다.

이 가운데 북미간의 가장 핫이슈라 할 제네바 기본합의문 이행 및 경수로 건설문제는 양측 모두 약점을 지니고 있는 쟁점이다.

양측은 서로에게 기본합의문의 성실한 이행을 촉구하고 있는 상황인데 그 내용은 동전의 양면처럼 판이하다. 북한은 미측에게 당초 합의문에 따라 2003년까지 경수로 건설을 완료해 줄 것을 누차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공정을 보면 2003년까지의 완공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아무리 서둘러도 2010년 완공도 어렵다는 전망도 나오고있다.

북한은 만약 2003년까지 완공이 안될 경우 합의 불이행에 따라 발생된 전력손실의 보상을 추가로 요구중이다.

이에 대해 미측은 경수로 건설이 지연되고 있는 것은 본공사 착공에 따른 각종 부대협상이 북한측의 비협조로 제대로 풀리지 않는 등 일정부분 북한측의 책임이 크다고 반박한다.

특히 미국은 원자로와 터빈 등 원전핵심부품이 설치될 시점에 재개키로 한 과거 북한의 핵투명성 검증문제도 이슈화할 태세여서 이 문제를 놓고 또 한바탕 실랑이가 일 것이 분명하다.

다음으로 미사일문제는 클린턴 행정부 시절 진전됐던 수준에서부터 시작할 지 여부가 쟁점이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 양측은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의 방북과 조명록 북한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의 방미를 계기로 타결 일보전까지 갔었다.

특히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통해 간접제의 한 이른바 ‘위성발사체 대리발사 조건부장 거리미사일 계획포기안’은 북한 미사일 개발계획의 해법으로 큰 주목을 받았고 클린턴 행정부는 이를 긍정적으로 수용할 태세였으나 정권이 공화당으로 넘어가는 바람에 ‘미완의 의제’로 남아있는 상태다.

북한의 장거리미사일 개발문제는 부시행정부로서는 이 미완의 의제를 팽개칠 만한 뾰족한 대안이 없는데다 북한도 최근 적극적으로 협상의지를 보이고 있어 의외로 쉽게 풀릴 가능성도 없지 않다. 특히 부시행정부의 대북강경론에 반발, 수차례 장거리미사일 시험발사 유예조치를 재검토할 수 있다고 으르렁댔던 북한이 지난 4월 김정일-요란 페르손 스웨덴총리간의 회담에서 2003년까지 시험발사를 계속 유예하겠다며 일단 유화제스처를 보인 점이 주목된다.

그러나 미사일 수출포기문제는 좀 더 복잡한 상황이다. 북한은 그간 “미사일 수출이 우리의 주요한 외화벌이 수단이다”며 수출중단의 대가로 현금보상을 요구해왔으나 미국은 현금보상 불가원칙을 고수중이다.

특히 98년10월 북미 미사일협상에서 “미사일 수출을 중단할 경우 앞으로 3년간 매년 10억달러를 보상해줄 것”을 공식요청 한 바있는 북한은 김정일-페르손 회담에서 또 다시 “미사일수출은 무역의 일종으로 살 사람이 있다면 팔겠다”고 거듭 밝혔다.

이와 관련 최근 부시행정부의 대북정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미국외교협회(CFR)가 대북정책보고서를 통해 “북한 미사일 수출중단 문제와 북한에 대한 전력지원을 연계시켜 해결해야 한다“고 건의한 점이 눈에 띈다.


미사일 문제등 해법찾기 골머리

마지막으로 재래식 군사력문제도 이번 부시행정부가 본격적으로 테이블에 올린 새로운 현안으로 양측간에 설전이 예상된다.

북한은 그간 “재래식 군비문제는 내정간섭으로 이를 문제 삼으려면 먼저 주한미군부터 철수시켜야한다”고 맞서왔다.

과거 클린턴행정부는 4자회담등에서 확인된 북한측의 이 같은 완강한 입장을 고려해 북미회담에서 의제화하는 것을 꺼려왔었다.

그러나 부시행정부의 매파들은 휴전선에 전진배치된 북한군과 북한의 중장거리포 등 막강한 재래식 군사력이 한반도의 평화체제정착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이를 문제삼겠다는 의지를 밝히기 시작했다.

콘돌리사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은 한걸음 더 나아가 “북한이 자신의 경제력에 부담이 될 정도의 군사력을 유지하느라 일반 국민의 기아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고까지 비난했다.

미국의 이 같은 입장에 대해 한국측도 재래식 군비문제는 남북한간의 신뢰구축차원에서 논의될 사안이라고 여기고 있어 이 문제는 한미간에도 한번쯤 조율돼야 할 사안이다.

한승수 외교부장관은 이와 관련, “미국의 입장은 이 문제를 한국이 주도적으로 해결하는 대신 관심을 갖고 지원하겠다는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미국의 본심이 과연 그런지 여부는두고 지켜봐야할 것이다.

북미대화에서 의제 다음으로 대두되는 문제는 대화장소와 협상대표 수준 등이다.

미측은 이번에 일단 회담장소로 뉴욕을 제의했다. 북측은 즉답을 회피했으나 과거의 경우 미국에서 회담이 열리는 데 대해 ‘미국의 도청’등 보안상의 이유를 들어 알레르기 반응을 보여왔다.

따라서 북한은 제3국을 들고 나올 것으로 보이는데 공관시설이 잘 돼있는 베를린이나 콸라룸푸르가 유력하다. 협상대표는 미측이 프리처드특사-김계관 북한외무성 부상 선을 제의했는데 현재의 분위기로 보아 이선에서 합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마지막으로 언제부터 고위급회담이 시작될 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미국은 당초 에드워드 동 국무부 한국과장을 뉴욕에 보내려다 프리처드 특사로 격을 올리는 등의 성의표시를 했으나 북한측은 아직 미동도 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워싱턴 외교관계자는 “북한 외무성은 그간 주요한 외교정책을 결정하는 데 군부 등 관련기관과 복잡하게 협의하느라 오랜 시간이 걸리곤 했다”며 “북한측의 반응이 조만간 나오긴 하겠지만 고위급회담이 본격화하는데는 다소 시일이 걸릴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윤승용 워싱턴특파원 syyoon@hk.co.kr

입력시간 2001/06/20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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