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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5 1주년과 한반도] NLL 침범은 '파이 키우기?'

김정일 위원장 답방 앞둔 '베팅' 가능성

6ㆍ15 남북정상회담 1주년의 군사적성적표는 낙제점을 기록한 인상이다. 현저한 완화세를 보이던 북한의 군사적 도발이 막판에 상선 침범으로 인해 와르르 무너지면서 최악 상황을 초래했다.

북한은 정상회담 1주년을 눈앞에둔 6월2일까지 지난 2년간 육상, 해상, 공중에서 정전협정에 위배되는 군사도발 행위를 한차례도 하지 않았다.

이에 반해 1999년 6월15일연평해전 이전까지 북한은 연평균 60여회의 정전협정 위반행위를 저질렀다. 이 같은 통계에 따르면 북한은 적어도 상선도발 이전까지는 정상회담의 취지에 상당히 호응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북한은 마지막 고비에서 상선도발로 정상회담 1주년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중간고사까지 잘 나가다 기말고사에서 성적을 망친 격이다.

북한의 해상도발은 부시 미 행정부가 대북정책의 방향을 대화 재개로 구체화하는 단계에서 이뤄졌다.

아울러 금강산 육로관광을 비롯해 남북 경협이 보다 유연해지는 시기와 맞물렸다. 그러면이 같은 흐름과 일견 정반대로 보이는 도발은 정상회담 1주년과 어떤 함수관계가 있을까.


해상도발은 답방 무료화 전술?

일각에서는 북한의 도발이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김정일 답방을 무효화시키기 위한 전술로 풀이하고 있다. 한국 해군이 이를 저지하거나 나포할 것을 계산하고 제주해협 무단 진입을 강행했다는 이야기다.

이 경우 북한은 상선 나포를 핑계로 답방을 비롯한 정치적 대화를 동결시킬 수 있다. 나아가 북한은 남북간 경색국면을 완화하려는 김대중정부로부터 보다 많은 양보를 기대할 수 있다. 이 해석은 북한의 의도가 답방 대가를 극대화하는데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의 의도가 무엇이건 한국내에 불러 일으킨 파장으로 말미암아 정부는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도발의 심각성이 전면에 부상하면서 정상회담 1주년이 무색해지고, 답방 문제가 후순위로 밀렸기 때문이다.

6월2일 청진2호의 제주해협 무단 침입을 시작으로 14일 남포2호의 북방한계선(NLL) 침범까지 13일 동안 7차례 이뤄진 북한의 도발은 정치적 파장과 여론분열 현상까지 낳았다.

도발에 따른 국내의 쟁점은 크게 3가지. 우선 정치적으로는 제주해협 무해통항권(無害通航權)을 둘러싼 ‘남북 밀약설’이다. 둘째, 군사적으로는 과도하게 연장된 NLL을 현실성있게 재조정하는 문제다.

셋째, 남북관계 측면에서는 북한에 제주해협 무해통항권을 인정할 것인가, 인정한다면 어떤 형태로 할것인가 이다. 이들 쟁점은 결론의 방향에 따라 앞으로 남북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남북 밀약설(또는 정상회담 이면합의의혹)과 관련한 정치적 논란은 6월2일 제주해협을 침범한 북한 청진 2호와 해군의 교신내용이 공개되면서 촉발됐다. 청진2호의 교신에서 문제 부분은“작년 6ㆍ15 북남 협상 교환시에도 제주도 북단으로 항해하는 것은 자유적으로 가능하다는 것으로 결정된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는 것.

이에 대해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는“북한 상선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국기를 뒤흔드는 중대한 사건”이라고 규정하고 대정부 공격에 나섰다.

정부에서는 근거없는 정치공세라고 일축했지만, 해군의 무기력한 대응과 맞물려 의혹은 계속되고 있다. 밀약설이 조기에 진화되지 않는다면 정부의 대북한 정책은 여론에 발목을 잡힐 가능성이 있다.


‘뜨거운 감자’된 NLL 재조정

NLL 재조정 문제는 정부와 군에‘뜨거운 감자’가 됐다.

현재 서해와 동해의 NLL은 각각 백령도 기점 40마일과, 저진항 기점 218마일로 획정돼 있다. 6월2일 이후 7차례 이뤄진 북한 상선의 NLL 침범에 대해 단호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군당국은 비난의 대상이 됐다.

군당국은 동ㆍ서해에서 과도하게 연장된 NLL은 현실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방어에도 한계가 있다는입장을 보였다. 실제로 기존 NLL은 국제법에 위배된다는 주장이 적지 않다.

군은 이에 따라 NLL 수역에서의 작전범위와 작전예규 등을 대폭 개정하는 대안 마련에 나섰다. 유력한 대안은 NLL 전구간을 군작전의 강도에 따라 세분하는 것이다. 영해에 가까운 해상부터 ‘절대 사수구역’ ‘경비구역’ ‘공해권 개념’으로 나눠 월경선박에 대한 대응 강도를 달리하는 방법이다.

군의 이 같은 고려는 시점과 향후파장에서 문제가 없지 않다. 우선 북한이 의도적으로 상선을 이용해 NLL 허물기를 하는 상황에서 NLL을 재검토한다는 것은 결국 ‘북한의 의도에 말렸다’는 인상을 주게 마련이다.

군사적으로도 부담이 있다. 약화된 NLL 개념은 북한이나 주변국 함정에도 동일하게 적용돼 궁극적으로 상대의 작전반경을 확대시킬 가능성이 있다.

제주해협 무해통항권 인정 문제는 자칫 호혜조치와는 거리가 먼 일방적 게임으로 갈 공산이 있다. 북한의 제주해협 영해 통과와 한국 상선의 북한 영해 진입을 맞교환하기가 쉽지 않다는 뜻이다.

결국 북한 좋은 일만 해주는 대신 한국은 해군력 분산과 군사적으로 이용될 경우의 부담감을 안게 될 수 있다.

북한의 도발로 초래된 이들 3가지 논란은 정부에 적지 않은 짐을 지우고 있다. 어떤 식으로든 국민과 야당을 설득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정부는 김정일 답방만 성사된다면 논란을일시에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할 지 모른다. 정상회담 정례화와 화해에 대한 국민적 확신만 얻어낸다면 양보는 충분히 용인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6.15 1주년 앞둔 '답방 카드게임'

이 같은 점에서 영해침범과 NLL 통과 등 도발을 북한의 ‘답방 카드게임’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있다. 계속적인 베팅(도발)을 통해 포커판(답방)을 키운 뒤 일거에 회수하는방법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것은 북한이 합의대로 순순히 답방해서는 얻어갈 수 있는 선물크기가 제한돼 있다는 논리에 바탕을 두고 있다. 답방 여부를 결정하는 측은 북한이라는 점에서 이 해석은 상당한 설득력을 지닌다.

결국 6ㆍ15 정상회담 1주년을 앞두고 잇따라 발생한 영해침범과 NLL 도발은 어떤 식으로든 김정일 답방과 연관성을 갖고 있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답방 문제는 한국정부에 딜레마를 제공한다. 남북화해와 국내 분위기를 위해서는 답방이 필수적이지만, 답방에 너무 매달릴수록 북한의 대남 지렛대가 커진다는 의미다.

배연해 주간한국부 기자 seapower@hk.co.kr

입력시간 2001/06/21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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