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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찬 제품 뜨는 건 시간문제

PPL 마케팅…특정제품 드라마 소품으로 배치, 높은 광고효과

PPL (Product Placement) 마케팅이 갈수록 활성화 하고 있다.때로는 은연 중에, 때로는 노골적으로.

PPL 마케팅은 말 그대로 특정 제품을 방송 드라마나 영화 속에 ‘배치’하는것. 배치된 제품들은 극중 주인공들이 사용하는 소품이 되어 시청자들에게 자연스럽게 노출된다. 당연히 제품의 인지도는높아진다.

국내에 PPL 마케팅이 처음 소개된 것은 1982년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ET’. 주인공 소년이 외계인에게 나누어 준 초코볼이 영화의 히트로 인해 불과 3개월 만에 65%라는 엄청난 판매신장률을 기록하면서부터다. 하지만 PPL 마케팅이 국내에 도입된 지는 불과 몇해 되지 않는다.


국내 광고업계에 빠르게 확산

짧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이제 PPL 마케팅은 국내 광고 업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유효한 수단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영화 보다 방송 쪽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대상 품목도 거의 모든 제품으로 확산되는추세다. 심지어 제품이 아닌 카페나 미용실 등도 드라마에 장소를 협찬해 주고 자사 브랜드를 노출시키고 있다.

또 국내 기업은 물론, 외국 기업들까지도 자사 제품을 드라마에 출연(?)시키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최근 사례를 보자. MBC 주말연속극 ‘그여자네 집’에서 부잣집 딸인 김현주의 방 가전제품은 모둔 일본 JVC사의 제품이다. 얼마 전 종영된 KBS 주말 드라마 ‘푸른 안개’에 나왔던 커피 메이커와 토스터는 모두 네덜란드 필립스제품.

역시 최근 종영된 SBS 수목 드라마 ‘아름다운날들’은 이보다 노골적으로 특정 제품을 노출시켰다. 능력 있는 사업가로 나온 이병헌이 일본 소니사의 노트북 컴퓨터 바이오를 두드리는 장면이 심심치 않게 등장했던 것.

주인공이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이므로 당연히 노출 시간도 길고 주인공이니 만큼 카메라가 가까이에서 인물을 잡으면 노트북의 모습 역시 보다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또한 극중 사이버 작곡가 제로로 분한 류시원이 작업을 하는 장면에서는 으레 제로(zero)라는 아이디 뒤에 코리아 닷 컴이라는 특정 회사의 도메인 이름이 화면을 가득 채웠다.

조금 지난 얘기지만, 생활용품 전문업체인 동산 CG SBS의 ‘순풍산부인과’ PPL도 성공사례로 꼽힌다. 동산 CG는 ‘순풍산부인과’가 가족 대상 시트콤인데다 매일 저녁 고정적으로 높은 시청률을 올리고 있는 점에 주목, 세제와 샴푸, 무스 스프레이 등을 집중적으로 지원했다.

그 결과 샴푸인 섹시 마일드의 경우 6개월 만에 매출이 무려 58%나 늘었다. 헤어 제품 역시23% 정도 판매가 증가했다.

품목으로 보자면 자동차를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이런 저런 이유로 방송 광고에 한계를 지닌 외제차들에게 PPL은 놓칠 수 없는 기회다.

이들은 주로 부잣집 자제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트렌디 드라마를 선호한다. 차의 이미지를 살릴 수 있기 때문. ‘아름다운 날들’과 같은 시간에 방영되다 얼마 전 종영한 MBC ‘호텔리어’에는 벤츠가 자주 등장했다.

BMW는 1997년 MBC 드라마 ‘별은 내 가슴에’에 주인공 안재욱이 타고 다니는 차로 Z3 로다스터를 협찬, 광고 효과를 톡톡히 봤고 볼보 역시 지난해 MBC 드라마‘신귀공자’에 새 모델 S80을 등장시켜 재미를 봤다.

한편 폴크스바겐은 전문직에 종사하는 젊은 세대를 겨냥한 뉴비틀을 홍보하기 위해 MBC ‘세 친구’에 PPL 마케팅을 해 시청자들의 눈길을 대번에 잡아 끄는 데 성공했다.

영화의 경우는 ‘쉬리’와‘주유소 습격 사건’ 등이 대표적인 예다. 본격적인 영화 PPL의 원조격인 ‘쉬리’는 SK 텔레콤, 포카리 스웨트, 엘지 정유 등 무려 30개의 상품을 협찬 받았고 영화의 빅히트와 함께 이중 상당수의 제품이 매출 신장 효과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영화의 95%가 주유소라는 하나의 공간에서 진행된 ‘주유소 습격 사건’ 역시 협찬사인 비씨 카드를 지속적으로 노출시켰고 강도들이 손님에게 현찰을 요구하는 장면에서는“온 국민이 다 쓰는 비씨 카드는 안되냐”는 대사를 삽입했다. 비씨 카드 매출이 늘어난 것은 당연한 일.


자연스럽게 시청자들에게 각인, 인지도 높여

노출시간 및 정도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PPL의 효과는 광고를 능가하고도 남는다. 광고의 홍수 시대를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웬만한 광고는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또한 방송 광고의 경우 대개의 시청자는 광고 화면이 나오면 채널을 돌려버리기 일쑤다. 광고에 대한 심리적인 반감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하지만 PPL은 그렇지 않다.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사람들은 자연스레, 또는 어쩔 수 없이 제품의 이미지를 받아들이게 된다. 그 결과 잠재 의식 속에 남게 된 제품의 이미지는 구매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내가 좋아하는 탤런트가 썼으니 나도 한번 사볼까 하게 되기도 하고 여러 브랜드의 물건을 비교, 구입할 때 드라마에서 보았던 제품에 까닭 없이 먼저 손이 가게 되는 것이다.

코리아 닷 컴 마케팅 팀의 한 관계자는 “한동안 중단했던 방송 광고 대용으로 ‘아름다운 날들’에 PPL을 실시한 결과, 가입자 수나 페이지 뷰 수에 있어 분명한 성장세를 보았다”고 PPL의 광고 효과를 인정했다.

단, 드라마나 영화가 히트해야 한다. 영화 ‘북경반점’에 협찬하고 같은 이름의 제품까지 출시했던 오뚜기는 영화의 실패로 별다를 재미를 보지 못했다.

한편 PPL이 이루어진 드라마나 영화 장면은 역으로 또다른 광고 수단이 된다. 소비자들에게 자사 제품이 나오는 드라마나 영화의 한 장면을 광고로 만들어 보여줌으로써 일반 광고보다 훨씬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기 때문.

1999년 김혜수가 주연한 MBC 드라마 ‘국희’에 자사 제품을 지원했던 크라운 제과는 제과사업으로 성공한다는 줄거리의 드라마가 히트하자 아예 판권을 사들여 ‘국희 동그란 산도’ ‘국희 땅콩 샌드’라는 제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이처럼 PPL 마케팅의 효과가 널리 인식되면서 처음에는 영화나 방송이라는 매체를 못미더워 하던 기업들도 보다 적극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단순히 제품을 드라마나 영화에 협찬하는 차원을 넘어 대본 구성 단계에서부터 자사 제품홍보를 염두에 주고 제작하도록 하는 것.

이에 따라 광고 대행사들도 PPL만을 전담하는 담당자 혹은 전문업체가 생겨나고 있으며 보다 새로운 방식의 PPL 마케팅을 시도하고 있다.

PPL은 광고주에게만 이로운 것은 아니다. 드라마나 영화를 만드는 제작자의 입장에서도 PPL은 손해 볼 것 없는 장사다. 제작에 필요한 소품을 무상으로 지원 받을 수 있을 뿐 더러 경우에 따라서는 제작비의 일부를 충당할 수 있기 때문.

코리아 닷 컴은 ‘아름다운 날들’에 자사 도메인을 나오게 하는 대가로 제작사인 김종학프로덕션에 에 2억5,000만원을 이상을 지불했다.

코리아 닷 컴 측은 “이비용은 노출 시간을 기준으로 같은 시간대 방송 광고 비용과 같은 수준으로 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황금 시간대 방송 광고 비용은 대략 15초에 1,000만원 선.

‘쉬리’나‘주유소 습격 사건’ 등은 협찬사로부터 3,000만~1억원의 제작비를 지원받았다.

또한 PPL을 하는 기업이 추가로 벌이는 이벤트는 드라마의 시청률이나 영화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

일례로 코리아 닷 컴은‘아름다운 날들’이 방송되는 동안 자사 사이트에 드라마와 관련된 내용을 띄우고 퀴즈 및 엑스트라 출연섭외 등의 이벤트를 통해 시청자들로 하여금 드라마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키는데 일조했다.

그렇다면 과연 시청자와 소비자들에게는 어떨까. 일부 광고업계 관계자들은 “요즘젊은 소비자들은 PPL에 호의적”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시청자와 소비자들은 PPL의 대상이 될 뿐이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광고에 노출되고 구매욕을 자극받는다는 점에서 손해면 손해지 이익은 아니다. 또 자신들을 이용해 제작사와 기업들이 은근히 수익을 올린다는 점에서도 그다지 반갑지 않은 일이기도 하다.

더구나 일부 계약은 불투명하게 이루어지기도 한다. PPL을 제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간접광고 논란, 제제엔 무리따라

PPL 마케팅에 대한 제재는 영화와 방송에 따라 큰 차이가 난다. 방송에서의 PPL은 현행법으로는 금지되어 있다.

방송법 심의규정 상 PPL은 간접광고에 해당하며 이는 명백한 금지 사항이다. 방송위원회에서는 “특정상품이나 기업을 구체적으로 소개하거나 의도적으로 부각시켜 광고 효과를 주는” 간접광고 행위에 시청자에 대한 사과, 프로그램 정정 및 중지 또는 관계자에 대한 징계를 내리고 있다.

이보다 경미한 사안에 대해서는 경고 또는 주의 조치를 내리고 있다.

최근에도 SBS 시트콤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가 특정 제과점의 이름을 노출시켜 방송위로부터 경고를 받았다.

이에 반해 영화는 상대적으로 PPL 마케팅에 대해 관대하다. 관객이 입장료를 내고 선택해 보는 것인 만큼 법적으로도 특별히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단, 영화가 TV를 통해 방송되는 경우는 마찬가지로 방송위원회의 심의대상이 된다. 그러나 지나치게 노골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방송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대하게 심의가 이루어진다.

하지만 방송이든 영화든 현행 법상으로는 PPL 마케팅을 제재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방송위원회 심의1부 최현숙 차장은 “과태료 등 보다 실질적인 제재 수단이 있어야 하지만 현행 방송법 상으로는 간접 광고에 대해 과태료를 매길 만한 조항이 없다”고 난색을 표명한다.

기업과 방송 및 영화 제작사의 적극적인 태도와 함께 PPL 마케팅이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라고 보는 것은 이 때문이다.

김지영 주간한국부 기자 koshaq@hk.co.kr

입력시간 2001/06/21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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