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절애(絶愛)

■ 절애(絶愛)-1989-

국내 만화계에서 동성애를 다룬 작품은 거의 찾아 보기 힘들다. 동성애에 대한 인식이 아직 부정적인 데다 상업성도 없어 어느 작가나 출판사도 섣불리 손을 대지 못했다.

더구나 예전 같이 엄격한 상황에서는 판금이나 회수 조치가 내려졌을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에 동성애는 국내 만화계에선 금기의 영역이었다.

물론 일부 불법 성인 만화중에는 여성들의 음란한 집단 성행위를 묘사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이것은 동성애 작품이라고 보기 힘들었다.

최근 성 문화에 대한 개방의 폭이 넓어지면서 본격적으로 동성애를 다룬 작품이 첫 선을 보였다. 미나미 오자키가 쓴 ‘절애(絶愛)-1989’가 바로 그것.

이 작품은 여성이 아닌 남성 간의 동성애를 주제로 한 하이틴 로맨스다. 일본에서는 여학생들 사이에게 엄청난 인기를 누렸으나 국내에는 도입이 늦어져 그간 소문만 무성했던 작품이다. 이번에 학산문화사가 일본 집영사(集英社)와 독점 계약을 통해 선보이게 됐다.

배경은 1989년 일본. 소녀 팬들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보컬리스트 난조 코지에게는 어린시절 태양처럼 빛나는 눈을 가진 한소녀에 대한 아련한 추억을 갖고 있다.

그런 그가 어느 날 빗속에서 술을 마시고 헤매다 쓰러진다. 40도에 달하는 고열에 시달리던 난조 코지는 이즈미 타쿠토라는 한 청년의 도움으로 30시간만에 정신을 되찾는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자신을 보살펴 준 타쿠토가 어린시절부터 그토록 가슴에 품어왔던 그 주인공이 아닌가. 난조 코치는 자신이 연모해 왔던 여성이 타쿠토라는 남자라는 사실을 알고 놀란다.

난조 코지는 열정적이고 독선적인 성격을 가진 타쿠토에 이상하게도 점점 애정을 느낀다. 열정과 묘한 매력을 가진 타쿠토와 인기 보컬리스트 난조 코지간에 합일하기 힘든 밀고 당기기가 시작되는데…

이 작품은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자유분방하고 개성적인 삶을 살고자 하는 젊은이들의 일상을 미화적으로 그리고 있다. 특히 남성적이면서도 유니 섹스한 분위기의 남자 주인공을 등장시키고, 글도 서정적으로 단순화 시킴으로써 여성 팬들로 하여금 짜릿한 전율을 느끼도록 만들고 있다.

송영웅 주간한국부기자

입력시간 2001/06/26 19:39


송영웅 주간한국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