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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 세무조사 공방] 발표는 끝이 아닌 또다른 시작

“23개 중앙언론사와 그 계열기업 및 대주주 등에 대한 세무조사 결과 총 탈루소득 1조3,594억원을 적출하고…”

6월 20일 오전 11시 국세청 기자실. 서울지방국세청의 손영래 청장이 특유의 강렬한 톤으로 ‘중앙언론사 세무조사결과’ 자료를 읽어 내려가자 정적이 흘렀다. 탈루소득이 1조원 대라니.

기자회견과 동시에 자료를 건네 받은 기자들은 천문학적인 수치에 말문이 막혔다. 턱하고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고 할까. “언론사도 사익을 추구하는 기업인 만큼 성역 없이 조사하겠다” 고 누차 천명해 온 세무당국의 ‘독기(毒氣)’가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총 탈루소득 1조3,594억원, 추징세액 5,056억원. 지난 2월 8일 이후 장장 130일이 넘도록 진행돼온 국세청의 언론사 세무조사는 그렇게 일단락됐다.

하지만 그것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었다. 천문학적 규모의 탈루세액에 상응하는 사정(査正) 바람이 휘몰아칠 것이기 때문이다.


“7월초 검찰고발 대상 확정”

공교롭게도 국세청이 세무조사 결과를 발표한 이튿날 공정거래위원회는 13개 중앙언론사가 최근 4년 동안 5,434억원의 부당내부거래를 한 사실을 적발하고 모두 24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주요 언론사별 부당내부거래 행위의유형과 과징금 규모를 아주 구체적으로 공개하면서 “사주와 친척 등 특수관계인에 특혜를 주는 방식이 과거 재벌기업의 행태를 닮았다”는 친절한 ‘설명’까지 곁들였다.

‘엄청난 규모의 탈세를 저지르고, 재벌 뺨치는 부당행위를 일삼아 온’ 언론사들에 대한 전방위 압박이 본격화한 것이다.

언론사 세무조사의 다음 수순은 조세포탈 혐의가 있는 언론사와 사주에 대한 검찰 고발이다. 국세청은 이미 6~7개 언론사에 대해 ‘처벌’과 ‘고발’을 전제로 한 조세범칙조사에 착수한 상태.

손영래 청장은 “사기나 기타 부정한 방법에 의한 세금 탈루 혐의가 있는지 여부를 면밀히 분석하여 조세범 처벌법 적용가능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라며 “6~7개 언론사에 정기 법인세조사를 조세범칙조사로 전환하겠다는 통보를 했다”고 밝혔다.

조세범칙조사란 세법 상일반세무조사나 특별세무조사와는 달리 형법의 일종인 조세범처벌법을 근거로 한 세무조사. 피조사기관의 명백한 조세포탈 혐의가 드러났을 경우 실시하도록 돼 있다.

피조사기관을 사실상 ‘조세범’으로 간주한 세무사찰로 사법당국 고발을 위한 마무리 절차로 보아도무방하다.

이와 관련, 국세청 고위 관계자는 “조세범칙조사를 최대한 빨리 마무리 짓고 늦어도 7월 초에는 검찰 고발 대상언론사를 확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세청이 이 같이 사법처리에 자신감을 피력하는 이유는 그간의 세무조사를 통해 상당한 근거자료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세청이 일부 발표한 언론사의 탈세 수법과 유형들은 도덕성과 신뢰성을 생명으로 하는 언론사에는 치명타를 안겨줄 만한 내용들이었다.

가짜 신용카드 영수증까지 동원해 쓰지도 않은 돈을 쓴 것처럼 조작하는가 하면, 사주가 임직원의 이름으로 차명예금 계좌를 만들어 거액의 증여세를 탈루한 경우도 있었다.

영수증이 필요하지 않은 개인이나 학원 등 면세사업자가 광고를 의뢰한 경우 세금계산서를 발행하지 않는 수법으로 수입금액을 누락한 곳도 있고, 동문회나 어학원 등 비영리ㆍ면세법인의 회보 및 월간지의 인쇄대금을 받고도 장부에는 기록하지 않아 거액을 탈세한 곳도 드러났다.

국세청은 조세범칙 조사 과정에서 조세포탈 혐의의 요건인 ‘사기ㆍ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고의적으로 세금을 포탈한 ‘범의(犯意)’를 밝혀낸다면 고발에는 전혀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무가지부문 ‘탈루’에 가장 예민

국세청이 적발해낸 탈세유형 중 가장 논쟁이 뜨거운 것은 전체 언론사(사주 제외) 탈루세액 3,229억원 가운데 22%를 차지하는 ‘무가지(無價紙)’ 부문.

국세청은 “무가지는 사실상 광고수입을 올리기 위한 판촉행위이기 때문에 당연히 과세해야 한다”며 거액의 추징액(중앙신문사 17곳에 688억원)을 부과함으로써 신문사 간의 과도한 출혈경쟁 풍토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이에 대해 신문사들은 무가지에 대한 과세 자체가 사상 초유의 일인데다 신문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기 때문에 상당히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신문사들은 “무가지는 원래 운송ㆍ배달하는 과정에서 파손되는 신문의 양을 감안하여 지국에 제공하는 보충용 신문”이라며 “발생하지도 않은 수익에 세금을 물리는 것은 법리에 어긋난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더욱이 일부 신문사 지국장들은 “서비스 차원에서 양로원, 고아원 등 불우이웃 시설에 무가지를 투입하는 경우도 많은데 세금추징을 한다는 것은 현실을 무시한 조세권 남용”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무가지에 대해 국세청이 내세우는 과세 명분은 세법의 ‘접대비’항목. 현행 법인세법은 업무와 관련하여 접대, 교제, 사례 등의 명목으로 거래처에 지출한 비용이나 물품을 ‘접대비’로 규정, 일정 한도(수입 금액의0.03%~0.2%)까지만 비용으로 인정하고 있다.

국세청은 이 조항을 근거로 신문사의 경우 지국(거래처)에 신문(물품)을 무상으로 제공(접대)한것이기 때문에 무가지를 접대비로 볼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그런데 97년 제정된 공정거래위원회의 신문고시와 신문업계 자율규약 상 무가지 허용비율이 유가지(有價紙)의 20%인 점을 감안해 20%선까지는 판매부대비(비용)로 인정하고 그 이상은 접대비로 간주, 세금을 추징하게 됐다는 논리다.

국세청 관계자는 “신문사들이 광고수익을 위해 필요 없는 신문을 마구 찍어 자원을 낭비하고 있다”며 “무가지에 대한 과세로 앞으로 신문판매 및 광고시장에서 공정거래 기반조성이 이루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문산업 전체에 대한 강한 ‘개혁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아무튼 국세청이 일부 언론사주나 법인을 검찰에 고발키로 함에 따라 ‘언론개혁’의 칼자루는 조만간 검찰 쪽으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과연 어떤 강도로 칼날을 휘두르냐에 따라 언론계에는 자칫 엄청난 핵폭풍이 일어날 수도 있을 전망이다.

변형섭 경제부 기자 hispeed@hk.co.kr

입력시간 2001/06/26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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