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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책임경영 "못하면 잘린다"

“누군들 좋은 소리 듣고 싶지 않겠습니까. 어젯밤에는 인간적인 고민으로 마음이편치 않았습니다.”

전윤철 기획예산처 장관은 6월20일 오찬 기자간담회에서 전날 있었던 정부투자기관운영위원회에서박문수(朴文洙) 대한광업진흥공사 사장을 해임키로 의결한 후 불편한 심경을 이렇게 말했다.

1983년말 정부투자기관관리기본법이 제정된 후 시행된 18번의 공기업 경영평가에서공기업 사장 해임을 건의하기로 결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사장의 해임건의 사실을 19일 발표한 김경섭 정부개혁실장도 “박 사장은 어려운경영여건 아래서 해외자원개발, 노사화합 등에 노력한 점은 인정되지만 광업진흥공사의 종합점수가 낮아 해임을 건의하게 됐다”며 이번 해임건의가 박사장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정부투자기관관리기본법에 따르면 경영실적이 저조한 투자기관에 대한 사장 및 상임이사에대해 정부투자기관운영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기획예산처 장관이 임명권자인 대통령에게 해임을 건의할 수 있다라고 되어있다. 그러나 정권이 네 번이나바뀌는 동안 이 해임건의 조항은 사실상 한번도 실행되지 않아 사문화하다시피 했다.


관문책의 성격이 강한 해임건의

이번 경영평가중 박 사장은사장 평가부문에서 8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2월 임명되었기 때문에 처음으로 받는 사장 평가지만 13명중 8위라는성적은 그렇게 나쁘지 않은 수준이다.

19일 정부투자기관운영위원회에서는 박사장의 해임건의에 대해 논란이 일었다. 일부위원들이광산업이 사양산업이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박 사장이 노사화합, 해외자원개발, 고객서비스개선 등에 노력한 공로를 감안할 때 해임건의는 지나치다고반대했다.

그러나 대다수 위원들이 경영실적에 따른 책임을 강력히 주장해 결국 해임건의를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사장은 평민당 중앙정치연수원 부원장, 새정치 국민회의 서울 동작 갑지구당위원장 등의 이력을 가진 정치인 출신이다.

그렇다고 정치인출신이라는 것이 이번 해임건의의 주요 이유는 되지 않았다.13개 정부투자기관 중 유인학 한국조폐공사 사장, 유승규 대한석탄공사 사장, 정숭열 한국도로공사 사장, 권해옥 대한주택공사사장, 김용채 한국토지공사사장,조홍규 한국관광공사 사장 등 7명이 현 여당과 직ㆍ간접 연관이있는 정치인 출신이다.

기획예산처는 이 때문에 박 사장 해임은 “개인보다는 공기업 해당 조직에 대한 문책성 인사“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공공개혁차원에서 공기업 경영평가를 엄정히 하고 이 평가결과에 따른 책임경영체제를확립하기 위해 실적부진 기관장의 문책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또 사장에 대한 문책은 조직에 대한 문책이기 때문에 앞으로 해당 공기업이 경영개선에노력해달라는 주의의 뜻도 담겨있다.

이번 공기업 사장 해임건의는 이미 예견되어 있었다. 전윤철 기획예산처 장관은지난해 8월 취임이후 줄곧 실적이 좋지 않은 공기업 사장에 대해서는 해임을 건의하겠다고 밝혀왔다.

또 지난 3월 이병길 당시 대한석탄공사 사장, 오시덕 대한주택공사 사장, 최중근한국수자원공사 사장 등 공기업 임원 7명에 대한 해임이 이루어진 뒤에도 전장관은 공기업 경영평가 후 또 한차례의 해임건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해임건의 폭이 작은 것은 경영평가에서 10위에서 13위를 차지한 한국석유공사,대한주택공사, 대한광업진흥공사, 대한석탄공사 중 광진공 박 사장을 제외한 나머지 사장들은 올해 4~5월에 임명돼 지난해 경영부진에 대한 직접적인책임이 없다는 점이 감안됐다.


절반은 성공, 절반은 실패

광업진흥공사 측은이번 박 사장의 해임건의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광진공 직원들이중심이 돼 ‘경영평가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 성금을 모아 일간지 등에 ‘정부투자기관 경영평가를 올바르게 해주십시오’라는 호소문을 내는 등 박 사장구명과 실추된 명예회복을 도모하고 있다.

이들의 불만은99년 70.36점이었던 평가점수가 올해 73.47점으로 높아졌고 또 기획예산처와 민관기관 합동의 고객만족도 조사에서도 99년 1위, 2000년2위를 차지하는 등으로 볼 때 박 사장 해임을 납득할수 없다는 것이다. 광진공은 올해 반부패특별위원회의 청렴도 조사에서도 광진공은 23개 기관중1위로 평가받았다.

광진공 측 인사들은“다른 공기업에 비해 규모도 적고 힘이 없어 당했다“는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이 같은 광진공측의 반발뿐만 아니라 경영평가에 따른 인센티브의 차등이 거의 없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인센티브 상여금은대략 공기업 직원들이 받는 전체 상여금의 절반에 해당한다. 이번 경영평가로 받게 되는 상여금은 1위인 한전(358%)과 13위(265%)인 석탄공사의차이가 고작 93%포인트이다.

또 광진공의 경우는사장이 중도 퇴진하는 가운데 지난해 경영실적을 바탕으로 288%의 성과금을 받게 되어 있기 때문에 경영실적 평가에 따른 인센티브 차등화는 사실상말뿐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이 부분에대해서는 기획예산처도 비판적인 여론을 받아들여 내년 경영평가에서는 상여금의 차등화를 확대하는 쪽으로 제도 개선을 계획하고 있다.


앞으로 남은 과제

비록 1명의 해임건의에 그쳤지만 이번 공기업 경영평가는그동안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던 공기업 사장의 책임경영에 대한 선례를 남겼다는 점에서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지난 3월있었던 공기업 사장 등 임원급 7명에 대한 해임이 청와대, 감사원 등이 주도하면서 정치적 색채가 상당히 짙었다면 이번 해임건의는 객관적인 경영실적을근거로 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관행적으로 정착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남겼다. .

따라서 내년 이후앞으로 있을 경영평가에서는 평가대상기관이 수용하고 납득할 수 있도록 투명한 절차를 통해 평가잣대를 보다 객관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지적이다.

아울러 박 사장후임인선에서는 낙하산 인사에 대한 시비가 없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3월 유례가 없었던 공기업 사장해임이 결국 4월과 5월의 후임인사 선정과정에서낙하산 인사시비로 퇴색했던 점을 ‘반면교사’의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문이다.

 ◇ 2000년 정부투자기관경영실적  평가결과

순위(작년 순위) 기관( 사장 이름) 상여금 지급율(%)

1 (3) 한국전력공사(최수병) 358 2 (5) 한국토지공사(김용채) 355 3 (2) 한국도로공사(정숭렬) 353 4 (7)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오영교) 347 5 (1) 한국수자원공사(고석구) 336 6 (12) 한국조폐공사(유인학) 334 7 (4) 농업기반공사(문동신) 330 8 (13) 한국관광공사(조홍규) 323 9 (9) 농산물유통공사(김동태) 321 10 (6) 한국석유공사(이수용) 317 11 (11) 대한주택공사(권해옥) 311 12 (8) 대한광업진흥공사(박문수) 288 13 (10) 대한석탄공사(유승규) 265

<자료:기획예산처>

온종훈 서울경제 정경부 기자 jhohn@sed.co.kr

입력시간 2001/06/26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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