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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자본 판이 되버린 빌딩시장, 약인가 독인가

국내 최대규모 I 타워 매각, 헐값 매매 문제점 개선돼야

6월18일 밤. 서울시내 모처에서는 대한민국 최대 규모를 자랑하던 빌딩거래가 긴박하게 이뤄졌다. 대상물건은 서울 역삼동 I-타워. 매도자는 현대산업개발이었고 매수자는 아직 일반인들에게는 그 이름이 낯선 미국계 부동산 투자회사인 론스타(Lone-Star)였다.

다음날 현대산업개발 이방주사장은 기자들을 불러 이 사실을 공식발표했다. 국내 최대규모의 빌딩이 ‘푸른눈의 이방인’ 손에 넘어가는 순간이었다.


서울시내 주요빌딩 외국자본이 장악

현대산업개발의 I-타워 매각은 단순히 하나의 빌딩 매각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규모나 금액면에서 국내 최대규모인 명실 상부한 강남의 랜드마크가 외국자본에 넘어간 것이기 때문이다.

이 빌딩은 지하8층 지상45층 높이 206m, 연면적 6만4,300평으로 63빌딩을 능가하는 국내 최대의 업무용 빌딩이다. 공식적인 매각금액 역시 6,632억원으로 지금까지 빌딩 매매사상 가장 큰 규모였던 중구 무교동 서울 파이낸스센터(3,550억원)의 두배에 가까운 거래다.

하지만 국내 빌딩의 외국인 매입이 새로운 사실은 아니다. IMF사태 이후 서울시내에서 외국인이 사들인 빌딩이 이미 20건에 달하고 있다. 빌딩거래 시장에서 론스타, 싱가포르 투자청, 로담코, 모건스탠리, 골드만 삭스 등 외국계 자본은 더 이상 낯선 이름이 아니다.

외국인의 서울시내 빌딩 매입 첫 사례는 한남동 옛 한남체인 빌딩. IMF직후인 98년4월 볼보트럭코리아가 105억원에 이 빌딩을 사들인 이후 외국자본들은 빠른 속도로 서울시내 주요 빌딩 시장을 장악해 왔다.

특히 이 과정에서 역삼동 현대중공업사옥, 무교동 서울파이낸스센터, 남대문로 유화빌딩 등 1,000억원이 넘는 초대형 빌딩들이 외국인 손에 넘어갔으며, 결국 테헤란로의 상징인 I-타워에까지 입성했다.

이 기간에 국내 자본이사들인 대형 빌딩이라고는 현대자동차가 사옥용으로 매입한 양재동 농협유통센터가 유일한 것과 대조적이다.

외국 자본들의 국내 빌딩 사냥은 끝나지 않았다. 여전히 수조원대의 막대한금액이 국내 빌딩시장에서 활발한 물밑접촉을 벌이며 새로운 투자상품을 고르고 있는 중이다.

외국계 부동산투자펀드인 A사 관계자는 “우리회사만하더라도 아직 전체 한국 투자자금의 절반도 소진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마땅한 물건이 없어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을 뿐”이라고말했다.


순수 외국자본은 30%뿐인 ‘껍데기 외제’

표면적으로 외국인의 국내 빌딩 매입은 엄청난 외자를 국내에 유치한 것이어서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 보면 사정은 달라진다. 국내 빌딩 매입에 들어간 돈 가운데 순수 외국자본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빌딩 매입에 100원이 들어갔다면 그 중 순수한 외국자본은 30원 밖에 되지 않아요. 70원 정도는 국내에서 조달된 자금입니다.” 한 외국계 펀드 임원의 말이다.

그러면 국내에서는 어떻게 자금이 조달되는 것일까. 바로 해당 빌딩 소유기업에 돈을 빌려준 금융권이다. 어차피 못받을지도 모르는 돈이다 보니 외국계 펀드를 거친 우회적인 방법으로 빌딩 지분을 확보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껍데기만 ‘외제’일뿐 알고 보니 국내에서 생산해 외제 브랜드만 붙여놓은 ‘국산’인 셈이다.

여기에 대부분 빌딩들은 매각 과정에서 리스백(Lease-Back)방식이 옵션으로 붙는다. 빌딩을 팔지만 해당 기업은 임차인 자격으로 여전히 그 건물에 머물면서 매수자에게 매달 꼬박꼬박 임대료를 물게 된다.

물론 예외도 있다. I-타워는 론스타 측이 매입자금 100%를 해외에서 조달한 경우다. 매각방식 역시 리스백이 아닌 순수매각 방식이다. 그나마 지금까지 이뤄진 빌딩 매각 가운데 ‘제대로 된’ 매각인 셈이다.


웃돈 없어 되사는 부메랑 효과 우려

국내 대형빌딩 거래에서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것은 팔리는 가격이‘헐값’이라는 점이다. 지금은 상대적으로 매각 금액이 높아지고 있지만 IMF직후에는 정상금액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값에 외국인 손으로 넘어간 국내 부동산이 부지기수 였다.

I-타워를 매입한 론스타의 경우 IMF초기에 성업공사(현 자산관리공사)의부실채권을 헐값에 사들여 부동산을 매입, 몇 배의 수익을 남긴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회사가 선뜻 6,632억원이라는 엄청난 돈을 주고I-타워를 사들인 것도 그동안 엄청난 수익을 안정적으로 유지관리하기 위한 포트폴리오로 해석되고 있다.

더욱이 외국인 손에 넘어가 있는 빌딩들은 향후 몇 년 후에 우리 기업의 사정이 호전된다면 다시 사들여야 하는 것들이다.

지금이야 기업들마다 현금 유동성 확보를 위해 서둘러 빌딩들을 내다팔고 있지만 경기가 살아난다면 다시 부동산 매입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팔 때는 싸게 팔고 살 때는 웃돈을 얹어 되사는 부메랑 효과가 우려되는 것이다.

외국계 거대자본들은 가만히 앉아서 국내에서 엄청난 수익을 올린 채 또 다시 제3의 투자처로 옮겨가게 되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물론 일부에서는 한국 부동산 시장이 갖는 매력 때문에 단기간에 외국자본이 빠져나가지는 않을 것이란 추측도 제기되고 있다. 좁은 땅덩어리 때문에 부동산의 희소가치가 워낙 높다 보니 멕시코나 동남아 등과는 달리 장기간 머물수 있는 메리트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과연 외국의 거대 자본이 침체된 국내 부동산 시장의 반가운 ‘큰손’인지, 아니면 한탕 크게 해먹고 썰물처럼 빠져나가 시장의 기반마저 송두리째 흔들어버릴 독이 될지 지켜볼 일이다.

정두환서울경제 건설부동산팀 기자 dhchyng@sed.co.kr

입력시간 2001/06/26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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