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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와 부시 대통령의 '뜨거운 여름'

보수주의자들은 시장에 개입하길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미국 보수연맹으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얻고 있는 캘리포니아주 하원의원인 던컨 헌터는 연방정부의 가격 조정을 지지할 가장 마지막 인물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엘 케이전의 한 중소기업 사장이 헌터에게 1만1,500달러에 달하는 한달 전기요금 청구서를 보여주자 헌터도 마음을 바꾸었다.

캘리포니아의 전기 파동이 나기 전보다 4배나 껑충 뛴 액수였기 때문이다. 공화당인 헌터는 “이건 기업 자유주의 원칙에 어긋난다”라고 펄쩍 뛰었다.

그리고 그는 조지부시 대통령이 취임 연설를 하던 바로 그날, 과거 ‘부당하고 불합리한 가격정책’이라고 비난을 퍼붓던 가격 상한제에 대한 강력한 지지자로 ‘전향’했다.

부시 행정부는 그러나 헌터의 그 같은 지적에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지난 6개월간 부시 대통령과 체니 부통령은 틈 날 때마다 캘리포니아 주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연방정부가 관여하는 것이 얼마나 커다란 실수인가를 피력하는데 급급했다.


"시민이 부, 에너지 재벌 품으로 이동"

그러나 부시 행정부의 논지에는 정치적인 문제점이 있다. 부시의 자유시장 원칙이 바로 에너지 산업에서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이익과 맞닿아 있는 것이 그것이다.

캘리포니아의 에너지 사업가들은 스톡옵션을 현금화해 수백만, 수천만달러의 이익을 챙기고 있으며, 그들의 회사는 순익을 평소의 3배나 올리고 있다. 캘리포니아의 민주당 소속 주지사인 그레이 데이비스는 타임지와의 회견에서 이 같은 사실을 언급, “결과적으로 평범한 시민들의 부가 부유 한 에너지 재벌들의 손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레이 데이비스 지사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의 에너지 총소매가가 1999년 70억 달러에서 2000년 270억 달러, 올해에는550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54인의 선거인단이 있는 캘리포니아주는 워싱턴에 대해서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만약 캘리포니아 주민들이 부시 행정부로 하여금 전기요금 상한제를 심각히 고려하게 하지 못한다면, 의회에서 곤경에 처한 공화당의 처지가 그역할을 할 것이다.

워싱턴에서 상원을 장악하려면 캘리포니아 선거인단에서 6석 정도를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 2주전 톰 딜레이 의원이 부시 대통령에게가격 상한제를 반대하는데 공화당원에게만 의존 할 수 없다고 보고한 이유도 거기에 있다.

따라서 부시 행정부는 진퇴양난에 빠졌다고 할 수 있다. 그의 원칙과 돈줄, 그리고 정전(停電)과 치솟는 가격과 적대적인 의원들 사이에서 돌파구를 필요로 하고 있다.

잘 알려지지 않는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 의 최근 행보가 부시 행정부의 하나의 돌파구가 될지도 모른다는 전망이다. FERC에는 최근 부시 행정부가 두 명의 의원을 새로 임명했다.

지난해 FERC는 캘리포니아를 포함한 미국 서부지역 주들의 전기가격조정을 규제해 달라는 요구를 묵살했다. 지난해 말 샌디에고의 한 의회소위 청문회에서 FERC의 커디터 헤베르트 위원장은 소비자들이 높은 전기료를 감당해야 할 것이라고 단호하게 입장을 밝혔다.

올해초 전기료 관련 문제가 심각해 지자 FERC는 최악의 전력 위기에 한해 가격을 제한하겠다고 일보 양보했다가 이번 주에는 가격조정을 전면 허용하겠다는 입장으로 백보 후퇴했다.

FERC가 왜 갑자기 입장을 수정한 것일까. 가격상한제에 대한 반대 논리는 그것이 백해 무익하다는 것 이었다. 에너지 장관인 스펜스 에이브라함의 말을 빌면 “가격상한제는 정전의 범위와 기간과 빈도만 늘리는 공식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데이비스를 포함한 캘리포니아의 의회 멤버들은 공화당이나 민주당을 초월해 현재 상태가 바로 자유시장 상태이며, 그것이 전기회사들에 의해 조작되고 위협받고 있다는 견해를 갖고 있다. 그렇지 않고서야 휴스턴에 본사를 둔엔론 회사가 어떻게 지난 1분기(1~3월)에에 281%나 되는 수입증가를 기록했겠는가.

심지어 안전을 위해 엄격한 규제가 필요한 항공분야에 대해서도 강력한 탈규제를 주장, 규제반대의 선봉장이라고 할 수 있는 일프레드 칸 같은 자유기업 옹호론자조차 “가격상한제가 전기산업의 공급을 억제할 것이라는 논리는 억지”라고 서슴없이 말한다.

FERC는 최고 가격을 부가하는 ‘가격상한제’와 그것보다는 유동적인‘가격제한제’로 나누어 접근하려 하고 있다. 가격제한제는 상한가를 두지 않고 생산자의 코스트에 근거해 산출하는 방식이다.백악관 보좌관들은 ‘가격 조정(pricecontrol)’같은 강렬한 언어보다는 가격상한제를 쓰기를 권유하고 있다.

데이비스는 FERC의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불신을 표시하고 있다. 그는 “없는것 보다 낫지만, 그렇게 매력적이지는 않은 대안”이라고 말한다.


에너지 생산 장려계획에 차질

캘리포니아는 공화당이 안고 있는 에너지 문제의 한 부분일 뿐이다. 부시 행정부의 전국적인 생산 장려 계획이 곤경에 처해 있다.

지난 4월 중순경, 상원 여론조사 결과 공화당원이 민주당원보다 에너지 정책에 관한 신뢰도에서 3포인트 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주전, 그 격차는 15포인트로 벌어졌다. 공화당은 그 격차가 더 벌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정부와연방정부가 전기업자들의 시장 조작 의혹을 계속 추적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방정부의 에너지 규제정책이 캘리포니아의 전기료를 다소 안정시킬 수 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빠듯한 공급량과 나날이 치솟는 기온은 정전사태를 자주 가져올 것이다. 캘리포니아 주민들, 캘리포니아 주지사, 에너지 업자들, 그리고 조지부시 대통령 중 가장 더운 여름을 맞게 될 사람은 누구일까.

정리 김경철 주간한국부 차장 kckim@hk.co.kr

입력시간 2001/06/27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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