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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현의 영화세상] 영화 흥행과 감독의 미래

아예 상업영화를 자처하고 나선 감독이라면 그럴 수도 있다. 할리우드를 모방하던 우리식 스타일을 고집하든 흥행에 성공하면 그는 유능한 감독이 된다. 그것을 위해 가능하면 그들은 스타 배우를 쓰고, 큰 영화를 선택한다.

예술성이나 심지어 작품의 완성도도 때론 별 것이 아닐 수 있다. 화려한 볼거리가 됐든, 배우의 인기를 업든 돈만 벌면 성공이다. 본인들은 아니라고 부인할지 모르지만 ‘진주만’ 의 마이클 베이나 ‘신라의 달밤’의 김상진, ‘텔 미 썸딩’ 의 장윤현 감독 등이 아닐까.

냉정하게 이야기하면 상업영화는 감독의 작품이 아니다. 제작자의 돈 힘이고, 기획자의작품이다.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제작자는 오직 수익성을 생각한다. 물론 예술성 높은 영화도 돈이 되기도 하지만. 하물며 오직 ‘돈’이 최고인 충무로에서 무엇을 기대할까. 이따금 별난 영화, 독특한 감독에 돈을 대는 제작자가 나오지만 그 역시 작품에 대한 사랑보다는 “잘하면 의외의 흥행을 할 수 있겠다” 는 투기심의 발로이다.

‘미지왕’(감독 김용태), 장진 감독의 데뷔작 ‘기막힌 사내’, 유승준의 ‘공포택시’ 가 그랬다. 넓게 보면 김기덕 감독의 ‘파란대문’ 이나 봉준호의 ‘플란다스의 개’ 에도 그런 기대가 숨어 있었다. 박찬욱 감독의 ‘3인조’라고 다를 바 없었다.

그러나 그들의 영화는 흥행에 실패했다. 할리우드 관습에 익숙한 우리관객은 그들의 독특한 색깔과 개성, 상상력과 실험성을 외면했다. 관객 탓만은 아니다.

비록 별난 영화지만 완성도가 높았다면 결과가 달랐을 수도 있다. 문제는 영화적 완성도와 상관없이 흥행결과에 의해 감독이 변한다는 것이다. 자기 색깔을 지키면서 감독으로 생존하기 힘든 충무로의 현실과 타협한다.

말이 타협이지 일종의 굴복이다. 자기 색깔을 포기하고 제작자의 의도에 맞추거나 전혀 다른 상업영화를 선택한다. 박찬욱 감독은 B급 영화를 지향하고 있다. 그는 우화적인 인물과 이야기를 통해, 영화만이 할 수 있는 상상력을 동원해 비주류의 인간들을 엿본다.

그가 ‘공동경비구역 JSA’로 스타가 됐다. 사람들은 이제야 그를 ‘성공한 감독’ 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한번 생각해 보자. 그 영화가 그의 영화인가. ‘JSA’는 철저한 기획 영화이다. 제작사인 명필름이 상업적전략으로 하나부터 열까지 기획한 작품이다.

박 감독이 생각한 동성애적 코드도 상업성에 도움이 안 된다는 이유로 없앴다. 어쩌면 감독은 다 짜 놓은 각본대로 촬영했을 뿐이다.

그 결과 그는 다음 작품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고, 자기의 스타일은 잃었다. 이를 놓고 진정한 성공이라고 할 수 있을까. 장진 감독도 마찬가지다.

개인적으로 ‘간첩 리철진’ 보다 ‘기막힌 사내’ 가 훨씬 장진 영화 다울수 있다. 그러나 ‘간첩 리철진’의 성공은 그를 보다 상업적인 관습 쪽으로 기울게 할 것이다. 촬영중인 ‘킬러들의 수다’ 가 이를 증명할 것이다.

김기덕 감독이 대중성과 어설프게 타협을 시도한 ‘수취인불명’ 에 대한 영화계의 무분별한 찬사나 평가도 그의 변화를 더욱 부채질할 것이다.

그래서 그들의 영화가 아주 성공적인 상업영화가 됐다고 치자. 그것이야 말로 돈앞에 문화와 예술이 무릎을 꿇는 것이며, 감독으로서 자존심과 미래를 잃는 것이며, 한국영화의 다양성을 감독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다. 이제는 누군가 그들에게 솔직하게 말해 주어야 한다. “지금 당신은 실패의 길에 들어서 있다” 고.

입력시간 2001/06/27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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