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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카페(64)] 대덕밸리에 거는 기대

[사이언스 카페(64)] 대덕밸리에 거는 기대

벤처기업의 거품이 빠지는 와중에 가장 건재했던 벤처는 대부분 제조중심의 기술집약형 벤처였다. 이런 벤처가 모인 곳이 대덕밸리다.

대덕연구단지를 중심으로 대전과학산업단지, 대전3공단, 엑스포 과학공원 등을 중심으로 한 대덕밸리는 1,500만 평에 이른다.

대덕연구단지에는 1973년 조성 이후 현재 연구소, 학교, 벤처기업 등 105개 기관ㆍ업체가 들어서 있고, 박사 4,200여명과 석사 4,500여명이 일하고 있다.

이것이 대덕밸리가 가진 최고의 벤처자원이다. 이러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98년 30개에 불과하던 벤처기업이 지난해 510여개, 올해 말쯤엔 700개, 2002년 말 1,050개, 2005년이면 무려 3,000여개에 고용인원 7만5,000명, 총 매출액 6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하지만 과연 "대덕밸리를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라는 장밋빛 슬로건의 실현은 가능한가? 따르는 희생과 노력이 클수록 꿈의 열매도 큰 만큼 치러야 할 희생과 노력이 당연히 많다.

우선, 제조벤처 중심이기 때문에, 하드웨어는 충분하지만, 기업활동에 필요한 소프트웨어적 인프라가 부족하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자금난(50%)과 마케팅 능력부족(43%)을 들었다.

전문인력의 수급이 용이한 수도권이 아니라는 지역적 한계와, 창업주체와 직원의 대부분이 연구원출신이라는 점이 원인일 것이다.

또한, 벤처투자자금의 90%가 서울에 몰려 있어 자금의 안정적 마련이 쉽지 않다. 특히,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6개월 정도의 단기투자로만 수익을 창출하려는 현실도 큰 장해 요인이다.

대덕밸리의 한 축인 바이오산업의 경우 그 결과가 나오고 산업화되기까지 10년 이상 걸리는 경우가 허다하다는사실을 염두에 둔다면, 이러한 투자문화는 대덕밸리의 추진력을 떨어뜨리기에 충분하다. 건전한 투자문화의 조성이 당장에 불가능하다면, 장기투자를 위한공공펀드의 조성도 생각할 필요가 있다.

또한, 벤처제품의 국제물류 환경의 개선도 시급하다. 현재 대전에는 공항이 없다. 1시간 거리인 청주공항이있으나 대전을 가기 위해 청주공항을 이용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인천공항에서 대전으로 직행하는 기차나 버스도 없다. 원활한 물류환경의 조성과 국내외 바이어의 접근성을 대폭 높여야 세계적인 벤처단지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말이다.

특히, 미국의 실리콘밸리라는 거대한 외형을 흉내내는 규모의 싸움을 지양하고, 깊고 넓은 뿌리내림을 위한 장기전략으로 접근해야 한다. 실리콘밸리 등 해외의 앞선 벤처밸리는 10년이 넘는 시간에 걸쳐서, 학교와 연구소, 지역사회, 금융, 마케팅, 교육, 문화 등 종합적인 벤처생태계를 조성해 왔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안정적인 벤처공동체로 자리잡은 것이다.

자칫 1, 2년 내에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다는 생각은 근시안적인 부실공사로 이어질 뿐이다.

특히 사회, 교육, 문화적 환경의 획기적 개선은, 고급인력의 안정적 수급을 위한 필수조건인데, 이는 결코 단기간에 가능한일이 아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건전한 벤처정신이다. 감언이설로 투자자를 현혹해서 덩치 키우기에만 혈안이 되거나, 부당대출이나 투자금의 차익만으로 수익을 남기려는 사이비 벤처정신은 과감히 버리고, 필요하다면 상호 감시문화도 조성할 필요가 있다.

착실한 기술력으로 승부하는 벤처정신, 단기 성공보다는 장인정신에 바탕을 둔 벤처정신이 대덕밸리에 깊이 뿌리내려야 할 것이다.

더구나, 대덕밸리의 원천이 인간복제 등 첨단과학이라면, 이는 대부분 사회적, 윤리적, 환경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안인 만큼, 기업가들의 철저한 사회윤리의식이 필요한 영역이다.

사회적 윤리적 고려가 기업이익과 조화를 이루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대덕밸리를 규모면에서 세계적으로 만들려는 노력보다는, 인간사회를 극진히 위하고 환경친화적이며 윤리에 깊은 바탕을 둔 모범적 모델로 자리잡기를 더욱 힘써야 한다.

누가 뭐래도, 과학자들의 연구성과가 논문으로만 그치지 않고 벤처를 통해서 국부로 연결되는 것은 생산적 연구측면에서 지극히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연구원들의 벤처열풍이 연구소의 열악한 연구환경에 대한 불만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순수한 연구기능에 적지 않은 타격을 주게될 것임을 또한 명심해야 할 것이다.

입력시간 2001/07/04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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