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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세가 샌다] 구멍 뚫린 세무행정, 稅盜가 날뛴다

인천서 터진 지방세 횡령 비리, 전국적 피해 액수 '눈덩이' 예상

두 사람이 길을 가면서 말을 주고 받았다.

“세금이 제대로 징수되고 관리되고 있는지 의심스러울 때가 많아. 내는 세금은 많은 것 같은데 세금이 더 오른다거나 앞으로 더 많은 재정이 소용될 것이라는 얘기뿐이다.”

“인천 지방세 비리사건이나 검찰이 최근 발표한 공적자금 수사결과를 접하면서 우리나라는 왜 이 모양인가하는 생각에 화가 나더라. 오죽하면 먼저 먹는 놈이 임자라는 말까지 나돌까. 혈세를 눈먼돈으로 생각하는 놈들이 많아.“ 이 대화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도덕저 해이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전국에 세도(稅盜) 비상이 걸렸다. 전국의 경찰서와 지방자치단체들이 세도 색출에 나서는 등 법석이다.

인천에서 드러난 지방세 횡령비리 때문이다. 인천에서 일어난 일로 왜 전국이 법석이야고 묻겠지만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말을 우리 스스로가 실감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인천에서 드러난 비리의 액수는 빙산의 일각임을 우리는 이미 오래전에 벌어진 세도사건으로 안다. 소잃고 외양간도 제대로 고치지 못하는 우리다.

1994년 9월 전모가 드러난 인천북구청의 80억원 세도(稅盜) 사건은 당시 국민들에게 큰 충격이었다.

이후 인천을 비롯한 전국 각 구와 군에선 대대적인 정풍 운동이 일어났다. 그 여파로 상당수 지방세 납부 업무가 구청에서 은행과 우체국 등의 금융기관으로 이관 됐다. 시중 금융기관과 구청,등기소등이 서로 크로스 체크를 함으로써 세도를 구조적으로 차단하자는 의도였다.

그런데 7년 뒤 세도 사건이 발생했던 인천에서 또 다시 비리가 발생했다. 완벽한 제도라 하더라도 운영자들의 도덕성이 받쳐주길 않으면 아무 소용 없다는 교훈을 다시 한번 상기 시켜주고 있다.


은행 수납창구 직원이 유용, 착복

이번 세도 사건은 뜻하지 않게 인천시 한빛, 주택, 조흥, 외환 등 4개 시중 은행의 수납 창구에서 터졌다.

창구 수납 담당 직원들은 300만원에서 최고 8억원까지 총 10억여원이 넘는 지방세를 마치 자기 것인 양 마구 유용하고 그 중 일부를 착복했다. 현재까지 밝혀진 실제 착복 금액은 1,200만원 정도로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횡령이나 유용 수법이 너무 단순해 전국 어느 금융기관에서, 어느 누구에 의해서도 쉽게 저질러질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있다.

만약 전국적으로 조사가 이뤄질 경우 등록세 외에 각종 범칙금, 공과금 등에 걸쳐 피해 액수가 눈덩이 처럼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 인천 한빛은행 연수지점에서 밝혀진 이 사건은 경찰과 구청의 조사가 확대되면서 타 은행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세도 사건을 수사중인 인천 중부경찰서는 6월 28일 4개 시중 은행 외에 우체국에서도 등록세 360만원과 영수증이 증발된 사실을 적발하고 현재 수사 중이다.‘1994년 인천 북구청 사건을 넘어서는 세도 사건으로 확대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이번 세도 사건은 지방세에 대한 허술한 관리 체계와 각자의 업무를 소홀히 한 은행, 등기소, 구청의 안일 함에서 비롯됐다.

현재 대부분의 은행은 부가가치세나 양도소득세 같은 국세는 수납과 동시에 창구에서 곧바로 전산 입력한다.

하지만 재산세 등록세 취득세 같은 지방세는 전산 입력을 하지 않고 수납 영수증과 합산한 총액만 관리한다. 전산화가 안되다 보니 세금을 유용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기는 것이다.


허술한 관리체계 이용한 빼돌리기 수법

이번에 드러난 세도 유형은 크게 세가지로 분류된다. 가장 흔하게 쓰여진 수법은 돈과 영수증 빼돌리기. 이번 사건을 처음 일으킨 한빛은행 연수지점 P(31ㆍ여)씨의 현재까지 드러난 유용액은 800여건 8억여원에 달한다.

P씨는 납세자로부터 등록세와 납부 고지서를 받아 납세자용 영수증에 수납 소인만 찍어 주고는 은행 보관용과 구청 통보용 영수증을 자신이 2~3주간 보관했다.

물론 수납한 돈은 그 기간중 개인적으로 유용했다. 현행 지방세법에는 법원 등기소와 은행은 등록세수납 이후 7일 내에 영수증을 관할 구청에 보내도록 돼 있다.

그러나 송달 협조가 제대로 안돼 실제로는 구청의 세무담당자가 1~2개월에 한번씩 등기소와 은행을 방문해 영수증을 수령해 간다.

그러다 보니 구청에서 은행과 등기소의 영수증 대조 작업을 거쳐 납부 사실을 확인하기까지는 보통 두달 이상 걸린다. 담당 직원이 부족해 이 작업 마저 제때에 전산 작업을 안 해 대개 1년이 가까이 된 세금 누락분도 잘 파악하지 못한다.

P씨는 이 같은 현실을 십분 활용, 받은 등록세를 자기 마음대로 사용했다. 일부는 받아서 횡령하고, 일부는 앞서 써버린 부분을 메우는 수법을 썼다.

특히 P씨는 등록세가 재산세처럼 수납 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고 수시로 수납되기 때문에 부족분을 변제하기가 훨씬 용이하다는 점을 활용했다. P씨의 횡령사실은 올해 4월 P씨가 타부서로 인사조치 되면서 드러났다.

이번 인천의 세도 사건이 적발된 것은 그나마 인천시가 4월초부터 가동한 ‘통합재정정보시스템’의 덕이다.

이 시스템은 각 구ㆍ군에서 별도 관리하던 예산, 지방세,세외 수입, 인허가 등의 자료를 통합 입력해 관리할 수 있는 전산 시스템이다.

등록세의 경우 납부 일자, 등기 일자 등을 한 화면에서 검색할 수 있어 부당한 자금 유용이나 횡령 여부를 한 눈에 가려낼 수 있다. 문제는 이 같은 통합재정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자치단체가 많다는 사실이다.

이번 세도 비리에는 돈을 안받고 납부한 것처럼 위조하는 수법도 적발됐다.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된 외환은행 부평지점 L(42ㆍ여)씨는 경매사인 남편 K(42)씨의 부탁을 받고 친ㆍ인척 명의로 경락 받은 부동산 7건에 부과된 등록세 530여만원을 낸 것처럼 납부고지서에 수납인 도장을 찍어 주는 불법을 저질렀다.

이밖에 납세자가 가짜 출납인을 만들어 등록세를 낸 것처럼 속이는 수법이 드러나는 등 각종 세도 수법이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계속되는 공자금 횡령의 고리를 단절하기 위해서는 지방세 관리 체계의 구조적인 허점을 보완해야 한다고 말한다.

가장 시급한 것은 세금을 부과하는 구청, 수납하는 은행, 관리하는 등기소간에 통합 전산망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는 것이다.

국세와 마찬가지로 세금수납 당일에 구청이 수납 내용을 전산으로 통보 받고, 등기소로부터 일주일 이내에 등기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지면 횡령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따라서 이번에 세도를 포착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통합재정정보시스템’을 전국적으로 확대하는 것도 한 방안이다.


통합 전시망 구축 시급

그러나 무엇보다 근본적인 것은 공자금를 관리ㆍ감독하는 관계자들의 자세다. 도덕적 해이가 발본되지 않으면 비리가 재발할 수 밖에 없다.

이번 세도 사건에서 해당 은행은 횡령 사실을 사전에 알았으면서도 전보 조치만 하고 덮어 두려다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의원 면직하는 등 사건을 은폐ㆍ축소하려고 했다.

시중 은행의 한 관계자는 “한쪽에서는 수조원의 공적자금이 날리는 상황에서 개인들이라고 ‘나라고 못하냐’ 하는 마음이 들지 않겠는가”라고 반문하며 “정부와 공직자 기업인 모두가 나라의 돈을 귀하게 생각하는 사회적 풍토가 만들어지지 않는 한 크고 작은 세도 사건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영웅 주간한국부 기자 herosong@hk.co.kr

입력시간 2001/07/04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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