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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중국 “당하면 몇배로 되갚아주마”

한ㆍ일에 잇단 무역 보복 조치 ‘손해없는 싸움’

‘건드리면 다친다?’

중국과 한국, 중국과 일본간 무역분쟁이 잦아지고 있다. 중국제품, 특히 농산물에 대한 한국과 일본의 수입규제에 대해 중국이 보복하는 형태다.

중국과 한국, 일본간 무역분쟁은 지난해 이후 더욱 격화되는 추세다. 시기적으로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무역분쟁은 앞으로 대중 무역관계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한ㆍ중 무역분쟁은 지난해 중국산 마늘 수입제한을 둘러싼 마찰에서 두드러졌다. 지난해 6월1일 한국이 중국산 냉동마늘과 초산마늘에 대한 긴급 수입제한 조치를 내리자 중국은 즉각 맞대응을 하고 나왔다. 일주일만인 6월7일 한국산 폴리에틸렌과 휴대폰에 대한 잠정 통관중지 조치를 내린 것이다.


마늘분쟁으로 한국 큰 손실, 이번엔 오리 분쟁

중국은 통관중지 조치가 대외무역법에 의한 ‘상응하는 조치’라고 주장했지만 양측의 득실계산에서 볼 때 결코 상응한 조치가 아니었다.

한국의 중국산 냉동 및 초산마늘 수입규모는 매년 1,000만달러에 못 미쳤지만, 중국의 한국산 폴리에틸렌과 휴대폰 수입규모는 각각 4억7,000만달러와 4,100만달러에 달했다.

양국의 마늘분쟁은 2개월만인 지난해 8월2일 타결되긴 했지만, 한국 석유화학업계는 수출중단으로인해 2억6,000만달러로 추산되는 손실을 입었다.

한국의 마늘 수입제한 조치가 중국농업에 미친 영향으로 보아도 중국의 조치는 불평등한 측면이 있었다.

1999년 중국의 마늘 수출량은 총 29만톤에 달했다. 이중 한국에 대한 수출은10%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대부분 일본으로 수출됐다.

아울러 마늘이 중국의 전체 채소류 수출에서 점하는 비율도 매우 낮았다. 마늘은 채소류 총수출액 14억9,300만달러의 0.5%에 그쳤다. 자국산업에 미치는 손실이 미미함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청룡도’부터 휘두른 셈이다.

한ㆍ중 무역분쟁은 올해도 계속될 조짐이다. 이번엔 오리고기가 문제다. 한국 농림부는 6월4일 중국산 오리고기에서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검출됐다며 가금류에 대한 전면 수입금지조치를 결정했다.

일본도 한국이 제공한 정보를 바탕으로 6월8일 동일한 수입금지조치를 발표했다. 이에 대해 중국 대외무역경제합작부는 6월9일 “한ㆍ일 양국이 확실한 과학적 근거도 없이 전면 수입금지조치를 내렸다”며 강력히 항의했다.

중국의 항의는 빈말이 아니었다. 대외경제무역합작부는 한국산 사료용 라이신에 대해 6월19일부터 반덤핑 조사를 개시한다고 발표했다. 라이신은 동물사료 첨가제인 아미노산의 일종.

한국의 지난해 대중국 라이신 수출은 한국 바스프에서 2,055만달러, 제일제당 인도네시아 공장에서 1,947달러에 달했다. 중국은 이번 조치가 한국의 가금류 수입금지에 대한 보복이라고 명시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하지만 중국이 ‘되로 받고 말로 갚고 있다’는 것이 무역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중ㆍ일 무역분쟁은 보다 심하다. 양국간에도 화근은 역시 농산물이었다. 선제공격은 일본이 했다. 일본은 4월23일 중국산 버섯과 양파, 골풀(다다미용 등심초) 등 3개 농산물에 대해 긴급 잠정 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를 발동했다.

일본은 이 조치가 WTO 규정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WTO 세이프가드 규정은 외국산 수입급증으로국내 업계의 피해가 심각할 경우 잠정적인 수입제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중국의 보복조치는 다소 시간이 걸린 6월21일 내려졌다. 중국 국무원 관세세칙위원회는 이날 일본산 자동차, 휴대폰, 에어컨 등 3개 품목 60개 제품에 대해 100% 특별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중국은 “일본 정부의 조치가 중국 국내산업과 수출에 심각한 피해를 주고 있어 보복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혀 특별관세가 보복조치임을 분명히 했다.


중ㆍ일 무역전쟁 ‘확전’가능성 높아

중국의 보복조치에 따라 일본은 상당한 피해를 입게 됐다. 이것은 특별관세 부과 발표 수일만에 중국내 일본산 수입자동차 가격이 급등한 데서도 잘 나타난다.

중국내 일제 자동차 판매상이 정부의 관세부과에 맞춰 가격을 1만~2만위엔(300만원)씩 올려버린 것.

현재 일제차의 중국내 수입차 시장 점유율은 약 5%. 전문가들은 보복관세조치가 장기화하면 일제차의 중국시장 점유율은 사실상 ‘제로’로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ㆍ일 무역분쟁은 경제외적인 변수와 맞물려 더욱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리덩후이(李登輝)전 대만총통의 일본방문 허용, 교과서 개정, 일본총리의 8ㆍ15 신사참배 문제 등이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중ㆍ일 무역분쟁은 양국이 입는 손실로 따져 일본이 절대적인 수세에 있다. 더구나 10여년만에 회복기미를 보이는 일본경제에도 마이너스 효과를 미칠 수 밖에 없다.

중국이 최근 한국과 일본에 취한 조치는 잠정 통관중지나 보복관세 조치였다. 하지만 앞으로 중국의 보복은 반덤핑 규제로 나타날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실제로 한국을 대상으로 한 수입규제 조치는 마늘분쟁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반덤핑 규제 형태로 내려졌다.

중국은 1997년 12월부터 2000년 2월까지 한국제품을 대상으로 5차례 반덤핑 관련 조치를 취한 바 있다. 한국산 신문지, 폴리에스터 필름, 냉연강판에 대해서는 반덤핑 규제를 단행했고, 염화메틸렌과 폴리스틸렌에 대해서는 반덤핑 조사를 진행했다.

중국이 수입 공산품에 반덤핑 규제조치를 취하는 것은 내부적인 원인과 WTO 가입이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현재 국내기업의 공급과잉 현상이 완화되지 않고 있어 고민이다.

중국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내조달이 가능하고, 특히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제품에 대해서는 외국제품의 수입억제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수입쿼터 제한 등 정부 주도의 일방적 조치는 WTO 가입 후 매우 어려워지게 된다.

이에 따라 중국은 반덤핑 규제, 생산보조금 지원 등 국제적으로통용되는 자국산 보호조치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한ㆍ중 무역마찰은 앞으로도 가능성이 높고, 한국측이 계속 수세에 몰릴 것이란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무엇보다 한국이 엄청난 대중 무역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것이 부담이다.

지난해 한국의 대중 무역흑자는 56억5,600만달러에 달했다. 반대로 중국측으로서는 한국이 대만에 이은 세계 2번째 무역 적자국이다. 한국이 강경하게 나가기에는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는 이야기다.

대한, 대일 무역분쟁에서 중국은 매우 유리한 위치에 있다. 중국의 거대한 기존시장과 더 큰 잠재시장이 협상 테이블에서 무언의 압력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잘 못 건드리면 다친다’는 힘의 논리가 협상 테이블에서 작용하는 셈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대중 무역협상에서는 무엇보다 호혜성이 중시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선거철 농민표 등 국내 정치적 요소에 매달려 졸속 조치를 내리다 보면 ‘소탐대실’의 우를 범한다는 충고다.

배연해 주간한국부 기자 seapower@hk.co.kr

입력시간 2001/07/04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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