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틀버스에 족쇄령…걷거나 혹은 자가용을 타라?

2001년 7월1일오전 10시30분. 경기 용인시 수지읍 죽전리 A아파트에 사는 주부 김모(37)씨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분당지역 백화점에서 운행하는 셔틀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모처럼 가족들을 위해 저녁 찬거리를 준비하려고 마음먹고 생선을 비롯한 장거리를 적은 메모지를 들고 셔틀버스를 기다렸으나 평소에는10분이 멀다 하고 지나가던 버스가 1시간이 지나도록 한대도 보이지 않았다.

순간 김씨는 전날부터 셔틀버스 운행이 중단된 사실을 깨달았고 부랴부랴 분당으로 가는 버스를 타야 했다. 백화점 셔틀버스를 탈 때는 공짜 였으나 직행좌석버스 요금 1,300원을 지불했다.

뿐만 아니라 백화점으로 직행하는 셔틀버스와는 달리 분당지역 전역을 꼬불꼬불 지나 30여 분만에 백화점에서 가장 가까운 정류장에 내린 김씨는 다시 10분가량을 걸어 백화점에 도착했다.

백화점에서 쇼핑을 마치고 나온 김씨는 찬거리로 산 생선을 가지고 시내버스를 타기가 머쓱해 택시를 이용, 요금 5,000원이 나왔으나 시계(市界)를 벗어나는 지역이라는 이유로 기사가 추가요금을 요구하는 바람에 결국 6,500원을 내고 돌아왔다.

전국의 백화점과 할인점에서운행하는 셔틀버스 운행이 전면 금지되면서 수도권 신도시를 비롯한 전국 셔틀버스 운행지역 주민들의 교통불편과 함께 교통혼잡이 빚어졌다.

특히 바둑판처럼 펼쳐진 도로망에 비해 정해진 노선을 운행하는 시내버스와는 달리 셔틀버스는 분당 일산 등 수도권 신도시지역 아파트 곳곳을 누비며 주민들의 또 다른 발 역할을해 온 터라 주민들에게 미친 파장은 예상보다 컸다.

고객확보 차원에서 경쟁적으로 셔틀버스를 운행해온 유통업계도 매출액에 상당한 타격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타격이 장기화할 것인지는 좀더 추이를 봐야 하겠지만 이전보다는 매출액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전망하고 있다.

또 그 동안 셔틀버스 운행중단을 요구해온 시내버스 및 택시업계에서도 반사이익이 그다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데다 셔틀버스 공백을 메울만한 노선보강책을 충분히 세우지 못한 실정이어서 당분간 이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특히 주민들의 교통불편과 추가경비 소요에 대한 불만은 교통문제를 해결해야 할 자치단체들을 당혹케 할 것으로 보인다.


신도시 주민 타격, 유통업계는 매출 감소

그동안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지역에서 운행중인 셔틀버스는 모두 1,250여대. 서울이 640여대, 분당 일산 수원 평촌 산본 등 경기지역에 모두 610여대가 각각 운행했다.

이중 셔틀버스 운행중단으로가장 타격을 입게되는 지역은 분당 일산을 비롯한 신도시. 분당은 삼성플라자 롯데백화점 이마트 등 11개 유통업체가 83개 노선에 걸쳐 127대의 버스를 운행했다.

분당지역 대중교통의 40% 가량을 분담했던 셈이다. 때문에 셔틀버스가 사라지면 주민들이 받게 될 교통불편은 클 수 밖에 없다.

정부도 이 같은 사실을 염두에 둔 탓인지 분당지역은 9월까지 셔틀버스 운행을 허용하고 있지만 이를 대체할 방안을 세우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분당과 같은 생활권인 용인 수지, 죽전지역으로의 운행은 내달 1일부터 전면중단될 예정이어서 가뜩이나 대중교통수단이 부족한 이 지역 주민들의불편은 심대했다.

롯데백화점 마그넷등 11개 유통업체가 110여대의 셔틀버스를 운행했던 일산도 사정은 마찬가지. 셔틀버스가 아파트 단지를 누비며 하루평균 2만~3만 명을 수송하고있어 대중교통의 30%이상을 분담했기 때문이다. 2만~3만명이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승용차를 이용해야 한다.

중동 평촌 산본 신도시와 수원의 경우 기존 시가지와 연계된 시내버스가 다소 많아 사정이 조금 낫다고 하지만 주민들의 불편이 해소될 정도는 아니다.

업계에서는 셔틀버스 운행중단으로 매출액이 최고 30%가량 줄어들 것으로 보고 살아남기 전략에 부심하고 있다. 유통업계는 택배서비스를 강화하거나 주차공간 확충, 전철승차권을 제공 등 한 명의 고객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온갖 묘안을 짜내고 있다.


택배서비스 제공 등 고객확보에 비상

분당 S백화점은 셔틀버스 운행중단은 곧 자가용 쇼핑객 증가로 연결될 것으로 보고 현재 1,200대 수용규모의 주차장 이외에 300대규모의 주차장을 추가로 확보했다.

이와함께 기존 인터넷 배달서비스 품목을 1,000가지에서 1,300여가지로 늘리는 등 고객들을 직접 찾아가는 서비스를 펼치기로 했다.

일산 L백화점은 구매액수에 따라 전철, 버스승차권 및 주유권을 지급하는 방안과 함께 반경 10㎞이내의 거리는 즉각 배달해주는 퀵서비스제 도입을 추진키로 했다. G백화점은 백화점내에 버스카드 충전기를 설치하고 구매액에 따라 버스요금을 보전해주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국내 최대규모의 할인점인 이마트는 분당을 비롯한 각 지역 마을 버스를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한편 최대한 많은 마을버스 노선이 매장앞을 경유할 수 있도록 업계측과 협상중이다.

한편 경기도는 최근 셔틀버스 운행이 금지되는 고양 1개, 안양 2개 등 모두 3개 노선을 신설하는 한편 수원 6개, 성남 9개, 안산 7개 등 모두 22개 노선을 1일부터 조정했다.

또 성남 16개, 안양 1개 등 17개 마을버스 노선을 신설하고 성남 8개, 고양 9개, 안양 4개 등 21개 노선은 조정한다.

유통업계와 관계기관의 이 같은 대책마련에도 불구하고 셔틀버스 운행금지로 초래되는 주민불편과 업계의 매출액감소를 해소할 뚜렷한 타개책은 현재로서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삼성플라자 이남훈(李南勳ㆍ36) 홍보과장은 “셔틀버스가 사라지면 고객들이 버스와 택시를 타고 쇼핑을 하기보다는 집에 놓아둔 자가용을 끌고 나올 가능성이 높아 대중교통 업계에 반사이익을 가져다 주지는 못할 것”이라며 “결국 두 업계가 전략적 제휴를 통해 백화점과 할인점을 왕래하는 교통수단을 대폭 확충하는 방법으로 고객유치에 나설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창만 사회부 기자

입력시간 2001/07/05 16:26


한창만 사회부 cmh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