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바다전쟁'] 해상주권이 위협받고 있다

한중어협 발효, EEZ내 불법조업 단속에 역부족

지난달 30일 한중어업협정발효로 정부의 바다영토 EEZ(배타적 경제수역)지키기에 비상이 걸렸다.

한중어협으로 한국과 중국 양국이 자국어장 입어에 대한 척수와 어획톤수를 제한함에 따라 해상을 장악할 강제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바다영토를 지킬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한중어협에 따른 우리나라 서남해의 EEZ는 남한면적의 4.5배에 달하는 44만7,000㎢에 달하지만 중국정부조차 통제하기 힘든 엄청난 세력을 자랑하는 중국어선의 불법조업을 감시할 장비와 인력은 턱없이 부족해 해상주권이 위협받고 있다.


단속인력ㆍ장비보강 시급

한중어협발효 사흘전인 지난달 28일, 해양수산부소속 어업지도선 무궁화17호(1,500톤급)가 돌러 본 제주도서쪽 30마일해상은 폭풍전야의 고요함이 감돌았다.

이 지역은 매년 10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중국어선 수백척이 들어와 조기와 갈치를 잡던 황금어장으로 한중어협의 발효로 우리측의 허가를 받은 어선만 제한적으로 조업할 수 있다. 시기적으로 철망기(6~8월)라 간간히 발견된 중국어선은 통상해온 것처럼 태극기를 달고 우리 어선인양 조업하고 있었지만 수는 많지 않았다.

무궁화호 선장은 “중국 선원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서너달 전부터 중국당국으로부터 한중어협에 대한 지도를 받아 조업규제 등에 대해 비교적 소상히 알고 있어 가을철 조업기를 기다려 봐야 알겠지만 일단 불법조업의 우려를 한 풀 덜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불과 올 봄까지만 해도 단속선박이 다가가면 무리를 지어 접근을 방해하거나 하선한 뒤에도 흉기를 휘두르며 저항했던 지금까지의 행태로 볼 때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르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제주도는 물론 어청도 대ㆍ소흑산도 근해 등 과거 중국어선들이 수십~수백척씩 무리를 지어 조업하던 구역이 광활한 만큼 해양수산부의 인력과 장비로는 불법조업을 단속하기에 역부족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우리측 EEZ에서 효과적인 단속이 가능한 500톤급 이상 어업지도선이 15척뿐인데다 인원도 350명에 그치고 있다.

그나마 지도선의 절반이상이 선령 10년이 넘은 노후선이고 주요 지도선인 무궁화 1, 2호는 선령이 21년으로 한계수명에 달한 상태다.

또 야간투시경과 카메라 등 첨단과학장비는 물론 통역요원조차 없어 효율적인 단속을 통한 영해지키기에 어려움이 많다. 이에 대해 어업지도선 관리사무소 이세오(37)지도계장은 “최소한의 단속을 위해서는 38척의 지도선과 척당 25명의 단속인원이 확보돼야 하는데 현재의 장비와 인력으로는 어민들의 자발적인 신고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고 고충을 털어 놨다.

위반선박에 대해서는 납포후 행위에 따라 1억원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단속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실효를 거둘 수 없다.

이에 대해 부경대 해양산업정책학부 최종화교수는 “중국어선들의 불법어업을 막는 것은 단순한 어자원보호가 아니라 우리나라 주권을 지키는 일”이라며 “해경 해군과의 입체적인 작전으로 지금부터라도 해상주권 수호능력을 배양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쿠릴수역 조업에 일본 반발

최근 한일외교문제로 비화하고 있는 남쿠릴수역 조업문제도 주변국이 어장을 국토의 확장개념으로 생각하고 있는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로 우리정부의 분발을 촉구하고 있다.

남쿠릴열도에서의 꽁치조업은 99년 한일어협발효로 우리 꽁치잡이 어선들이 어장성이 좋은 일본 영해 20마일부근에서 35마일 해상밖으로 밀려나 어획량이 급감하면서 비롯됐다.

어획량 만회를 위해 러시아 정부와의 합의를 통해 톤당 55달러의 비싼 입어료를 주고 99년부터 매년 1만5,000톤안팎의 쿼터를 받아 입어했지만 일본측은 ‘한국이 러시아와의 합의를 근거로 북방영토 주변에서 조업하는 것은 일본의 주권을 침해하는 행위’ 라며 이를 문제삼아 지난달 20일 자국내 꽁치조업허가를 유보하고 나섰다.

정부는 이 같은 일본측의 조업유보조치로 인한 경제적 피해는 크지 않지만 일본 정부의 조치가 국제관행에 어긋나는 데다 한ㆍ러간 입어협상 결과에 배치된다는 점을 들어 2일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제 53차 국제포경위원회(IWC) 연례회의에 대표단을 파견하지 않기로 했다.

특히 정부는 일본측의 요구와 관계없이 조만간 러시아측과 입어계약을 끝내고 이달 15일 전후로 이 수역에 대한 조업에 들어갈 방침이어서 한ㆍ일ㆍ러 3국간의 외교분쟁으로 확대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중국 어선 조업 줄어 자원회복효과 기대

한국과 중국이 93년 12월이후 19차례에 걸친 마라톤 교섭끝에 98년 11월 가서명과 지난해 8월 3일 정식서명을 거쳐 지난달 30일부터 발효된 배타적 경제수역체제에 부합되는 새로운 어업체제.해양생물자원의 보존과 합리적 이용, 정상적인 어업질서의 유지, 어업분야 상호협력 등 세가지를 기본이념으로 하고 양측의 배타적 경제수역을 협정수역으로 하며 상호입어를 허용하기로 했다.

해양경계확정시까지 점정조치수역과 과도수역을 설정하여 해양생물자원을 공동관리하고 현행조업유지수역은 공해와 유사한 성격으로 어협발효이후에도 자유로운 어업활동이 보장되도록 했다.

동중국해 현행조업유지수역의 범위를 우리측안대로 북위 29도 40분에서 결정했고 양국의 EEZ내 입어척수와 어획할당량은 우리측이 중국쪽에 1,402척에 6만톤으로, 중국측이 2,796척에 10만9,600톤으로 제한했다.

해양부는 우리측 EEZ내에서 조업하는 중국어선의 조업실적이 1만2,000척 44만톤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중국어선의 조업규모가 1/4수준으로 줄어 연간 20만톤 3,000억원상당의 자원회복효과를 예상하고 있다.

김창배 사회부기자

입력시간 2001/07/05 16:36


김창배 사회부 kimcb@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