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위성 영상 시대가 온다'

12월, 문화·정보·지식사회 이끌 꿈의 영상시대 개막

30대 회사원인 채영석(가명)씨는 주말에도 좀처럼 집 밖으로 나갈 생각을 않는다. 주말이면 가족과 영화관을 찾거나 백화점 쇼핑등 외출이 잦았으나 디지털 위성 방송을 설치하면서 주말행사의 상당 부분을 집에서 해결할 수 있게 되면서 생활 패턴이 바뀌기 시작했다.

거실은 주말이면 영화관, 오락실, 쇼핑몰, 스포츠 경기장 등으로 시시각각 변한다. 돌비 프로로직 음향과 고화질로 최신 영화를 보는 것은 물론이고 TV를 통해 홈쇼핑, 인터넷 검색도 간단히 처리한다.

또 유료채널인 PPV(Pay Per View) 서비스로 국내외 빅 스포츠 이벤트를 생생하게 본다. 요리 교육 레저 강습에서 음악 온라인 게임 같은 취미활동까지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대부분의 문화 생활을 리모콘 하나로 해결하기 때문에 굳이 영화관 전시장 심지어 비디오 가게를 찾기 위해 집밖으로 나갈 이유가 없는 것이다. 디지털 위성방송이 생활의 패턴을 완전히 바꿔 놓은 것이다.

채씨 가족이 향유하는 디지털 영상문화는 그리 먼 미래의 가상 이야기가 아니다. 이르면 올해 말늦어도 내년 초면 우리에게 현실로 다가온다. 앞에서 언급한 부분은 꿈의 디지털 위성 방송이 우리 생활에 가져올 변화의 한 단면에 불과하다.


방송사와 가정간의 쌍방향 서비스

디지털 위성 영상 시대를 열 한국디지털위성방송주식회사(KDB)가 지난달 비디오 서비스를 제공할 49개 프로그램 채널 공급자(PP)를 선정하고 본격적인 개국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KDB는 7월말 2차로 35개채널 사업자를 추가 선정한 뒤 올해 12월 비디오 채널 74개, PPV 10개, 오디오 60개, 데이터서비스 5개 등 140여개의 채널을 서비스할 예정이다.

영화 스포츠 오락 음악 드라마 교육 정보 취미 뉴스 다큐멘터리 종교 등 거의 모든 장르의 채널이 리모콘 조작만으로 눈앞에 쏟아지는 시대가다가 오는 것이다.

디지털 위성방송은 흔히 유선 전화에서 디지털무선 인터넷통신으로의 진화에 비유된다.

그간 방송국이나 케이블TV가 아날로그 방식으로 각 가정 TV 수상기에 화상과 음향을 보내던 1차원적방식에서 벗어나, 위성방송국과 가정이 서로 원하는 정보를 주고 받는 쌍방향 서비스가 이뤄진다.

위성방송은 그야말로 ‘21세기 영상 문화의 꽃’이라 할 만큼 기술적인 부분에서 최첨단에 있다. 서비스의 질과 양에서 기존 지상파 방송이나 케이블TV, 지역중계유선방송과는 비교가 안 된다. 다만 초기 투자 비용이 크다는 점이 문제다.

현재 KDB가 예상하는 초기 소요자금은 약 3,000억~4,000억원 정도. 이는 가까운 일본의 SKYPerfecTV가 약 400억엔, DirecTV Japan이 300억엔의 자본금으로 시작했다는 데 근거한 것이다.

예전 위성 방송 사업을 추진하던 데이콤 DSM도 초기 자본금으로 약 3,000억원의 사업 계획을 발표한바 있다.

자본금은 채널 임대료와 마케팅 비용, 가입자 관리 비용, 주요 설비 감가상각비, 일반 관리비, 그리고 프로그래밍에 소요되는 비용이 주를 이룬다.

이런 자금 스케줄에 따라 KDB는올 5월말 일반인을 대상으로 주식 공모를 실시했다. 액면가(5,000원)로 실시한 주식 공모에는 총 3,650억원의 청약금이 쇄도, 평균3.7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를 통해 KDB는 1,832억원이던 자본금을 3,000억원으로 늘렸다. KDB는 이를 바탕으로 개국 3년만인 2004년말까지 단기 손익 분기점(BEPㆍ당해 연도 수입과 지출이 일치하는 시점)에 도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KDB는 예상하는 손익 분기점의 가입자 수는 200만명이다. 올해 목표는 3만명이다. 1996년 개국한 일본 SKY perfect TV는 현재 258만명, 영국의 BskyBTV는 1,093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다.


가입수수료 1만원 안팎

KDB가 예상하고 있는 수익 모델의 근간은 가입 수수료다. 구체적인 액수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대략 30개 채널을 볼 수 있는 기본형이 월 7,000원, 기본형에 영화 스포츠음악 등 5~6개 채널을 묶어 하나를 추가하는데 5,000원을 더 받는 선택형, 기본형에 최신 영화, 최신 게임등 6~7개 채널을 묶은 패키지(7,000원)를 추가하는 프리미엄형 등 크게 3종류로 나눠질 전망이다.

여기에 헤비급 복싱 타이틀 매치 같은 빅이벤트나 성인 채널 같은 특별한 것을 원하는 사람에게만편당 1,000원 정도 받고 1대1로 보여주는 PPV(Pay Per View) 유료채널 서비스를 추가 운영할 계획이다.

이 같은 수수료는 KDB의 주수입원의 70%에 달할 전망이다. 이밖에 광고 수입과 인터넷 서비스, 콘텐츠 유료화, 토탈 문화사업 등이 또 다룬 수입원이다.

KDB는 전체 채널 수의 10%내에서 자체 제작 채널을 가질 수 있다는 규정에 따라 ‘시민의 채널’ ‘사랑의 채널’ 같은 공익성이 강한 채널과 지역 민방이 자체제작한 프로그램을 방영하는 ‘수퍼스테이션 채널’ 등 3~4개의 자체 채널을 운영할 방침이다.

하지만 KDB에 장밋빛 미래만 있는것은 아니다. KDB는 우선 출범부터 지상파 방송, 기존 케이블TV, 지역중계유선방송 등과 정면 승부를 벌여야 한다.

1995년 종합유선방송법에 의해 출범한 케이블TV는 현재 45개 채널이 운영되고 있으며 약 200만명의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

1960년대 중반 지방 오지 난시청 해소를 명분으로 허가된 중계유선방송(속칭 동네 유선방송) 사업자만도 전국에 850여개에 달하며 가입자는 600만~700만 가구이다.

현재 초기 단계에서 위성 방송이 케이블TV나 중계유선방송과 차별화를 가질 수 있는 점은 고화질과 채널수가 약간 많다는 점 밖에 없다.

당분간 서비스 질에서 큰 차이가 나지 않을 상황에서 기존의 고객들이 추가 비용을 들여가면서 위성방송으로 전환할 지는 미지수다. 현재 일반인들이 위성방송을 수신하기 위해서는 안테나 와셋톱박스 등 30만원 안팎의 장비 구입비가 소요된다.


양질의 콘텐츠 확보로 케이블 TV와 차별화가 관건

전문가들은 위성 방송의 성패가 케이블TV나 중계유선방송과의 차별화에 달려 있다고 지적한다. 차별화의 핵심은 양질의 콘텐츠 확보이다.

‘지상파 방송이나 케이블 TV와 다른 참신한 프로그램을 얼마나 보여 줄 수 있느냐’에 위성 방송의 운명이 걸려 있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상태에서 특색있는 콘텐츠 확보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국내 방송업계의 구조적 후진성과 관련이 깊기 때문이다. 국내의 영상 콘텐츠는 KBSMBC SBS 같은 거대 지상파 방송에 전적으로 종속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에는 상당수 외주 프로그램 제작업체들이 있기도 하지만 대다수의 주체들이 지상파 방송사에서 독립한 PD들인데다 재정도 극히 열악해 자체 제작을 거의 못한다.

보통 장편 드라마나 다큐 한편을 제작하는데 수십억원이 소요되는데 이런 비용을 감당할 외주 제작사 수는 몇 손가락을 꼽기도 힘들 만큼 적다.

제작비에서 세트장, 방송 장비까지 모두 방송국에 의존하다보니 프로그램의 저작권이 모두 방송사에 속해 있다.

단적인 예로 1999년 제작된 290편의 외주 프로그램중 외부 프로덕션이 판권을 소유한 작품은 단 2개에 불과 했다. 전체의 72.4%인 210편이 방송사의 것이고, 나머지 78편도 프로덕션과 방송사가 공동으로 저작권을 소유한 경우였다.

지상파 방송사들의 이 같은 위세를 반영하듯 이번 KDB의 채널 선정에서 KBS, MBC, SBS가 사당 3개씩(EBS 2개) 등 총 11개 채널을 차지했다. 위성방송과 지상파 방송과의 차별화를 어렵게 하는 일례다.

하지만 KDB는 실질적으로 모든 콘텐츠의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는 지상파 방송사에게 많은 채널을 내줄 수 밖에 없는실정이다.

KDB의 공희정 홍보실장은 “지상파 방송이 모든 컨텐츠 소스를 독점하고 있어 많은 채널을 배정할수 밖에 없었다.

앞으로는 지상파 방송이 기존의 상업 방송 일변도에서 벗어나 공익 프로나 장기 다큐 제작 같은 지상파방송 본연의 역할을 해줄 것을 기대한다”며 “단기적으로 컨텐츠는 지상파 방송이 재편집한 것과 케이블 방송에서 시행착오를 겪은 기존 PP, 그리고 새로 선정된 PP들이 분발해 참신한 프로를 만들어 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화관광부도 이런 점을 인식, 미래 10대 상업인 ‘문화콘텐츠사업’을 보강하기 위해 재단법인 형태의 ‘한국문화 콘텐츠진흥원’을 출범시킬 예정이다. 진흥원은 2003년까지 공공자금 900억원과 민간자금 3,000억원을 포함, 총 4,735억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이번 KDB의 가세로 국내 영상매체 시장은 방송 3사를 중심으로 한 지상파와 케이블TVㆍ중계유선방송이 이끄는 유선방송, 그리고 위성 방송간의 3파전으로 확대 됐다. 이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 남는 자는 누구인지는 시청자들의 몫이다.

송영웅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1/07/05 17:45


송영웅 주간한국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