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전장에서 피는 사랑과 인간애

■ 침묵의 사선

전쟁 영화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2차대전과 월남전이다. 할리우드 영화를 주로 수입해 보는 처지라 위 두 전쟁에 대해서는 한국 전쟁보다 더 상세하게 알게 되었고, 또 훨씬 중요하고 큰 전쟁이라고 느껴질 정도다.

영화로 역사, 인물, 사회를 공부하고 판단하는 영상 세대를 염두에 둔다면 영화 만들기에 대한 진중한 자세, 시각의 공정성을 다시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픽션이 가미되었다고 밝힌다해도, 시청각으로 각인된 것은 쉽게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또 한 편의 전쟁 영화로 낯선 국지전에 대해 학습할 기회를 얻게되었다. 1939년부터 1940년 사이에 일어난 러시아와 핀란드의 전쟁을 다룬 <침묵의 사선 Ambush>(15세 등급, 새롬출시).

당시의 핀란드는 리스토 라이티 수상이 있었지만 러시아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좌익의 쿠시넨을 지지한다. 쿠시넨 정부가 무너지자 1940년 2월 1일, 러시아는 카렐리아 지방을 공격한다.

영국과 프랑스는 핀란드를 돕기 위해 출병을 준비하고, 미국도 러시아에 금수 조치를 취해 러시아-판란드 전은 국제전으로 발전할 조짐을 보인다.

그러나 독일의 압력을 받은 스웨덴과 노르웨이가 영국과 프랑스 군대의 국내 통과를 거부하고, 중부 여러나라와 국제연합, 심지어 두 당사국조차 전쟁 확대를 바라지 않아 1940년 3월 12일 강화조약이 맺어진다.

이 조약으로 핀란드는 브이보르그 지역을 빼앗기게 된다.

러시아와 핀란드 전쟁은 100대 1 정도로 러시아가 유리한 출발을 보였다고 한다. 핀란드는 구스타프 만하임을 지도자로 하여 영화 40도를 오르내리는 추위 속에서 측면 공격을 감행해 러시아군을 고립시키는 전술을 펼친다. 덕분에 핀란드의 전쟁 사상자는 2만2,000여명, 러시아는 이의 5배로 끝이 났다고 한다.

핀란드의 올라 샤렐라 감독의 1999년 작 <침묵의 사선>은 이같은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한 전쟁 영화이지만, 할리우드 영화에서 흔히 보는 대규모 전투 신은 없다. 정찰을 나선 핀란드군을 따라가며 고립된 병사들의 심리-즉 불안과 긴장, 외로움에서 오는 선악 판단의 어려움, 성격과 신분이 다른 병사들간의 알력과 우정, 전쟁의 비애와 아이러니, 그 와중에서도 시들지 않는 사랑과 인간애 등을 묘사하고 있다.

이런 연출 관점과 묘사는 미국 감독 키에쓰 고든의 1992년 작 <휴전 A Midnight Clear>을 연상시킨다. 1차대전 중 프랑스의 시골로 정찰을 나갔다가 독일군과의 대치 상황에서 고립된 6명의 젊은 병사가 겪는 전쟁의 이면을 그린 휴머니즘 넘치는 전쟁 영화다.

<휴전>에서 눈으로 뒤덮인 숲과 오두막이라는 배경은 <침묵의 사선>에서 강과 숲의 아름다움과 고요로 대치된다. 평화시라면 마음의 안정을 가져다주었을 이 풍요로운 자연은 은폐, 엄호, 장애물이 된다.

리엑사 바닷가에서 휴식을 취하던 병사들은 “윈터 전쟁의 수모를 갚아줄 때다. 카렐리아 동부 지방과 민족을 지켜 스탈린의 야망을 저지하라“는 명령을 받고 이동한다. 레플리 지방에 이른 페르콜라 중위(마르코 러흐)는 약혼녀인 간호원 카리나(일카 마틸라)와 극적으로 해후한다.

연인을 찾아 전선을 헤매다 이곳까지 흘러든 카리나를 후방으로 보내준다는 조건으로 특수 임무를 맡는 페르콜라 중위. 샛강을 따라 100KM를 행군하며 적의 동태를 파악하는 선발대를 지휘하게 된 것이다.

입력시간 2001/07/05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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