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들여다보기] 미국 신문의 머릿기사

미국 신문은 대개 지방지이다. 우리나라 식으로 따지면 부산 00일보, 대구00신문, 광주 00일보라는 지역신문들이 신문업계의 주류다. 뉴욕 타임스라든지, 워싱턴 포스트, LA 타임스 또는 시카고 트리뷴, 보스턴 글러브등 미국 유력지의 이름만 봐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처럼 전국을 무대로 발행되는 중앙지라는 개념의 신문은 유에스에이 투데이(USA Today)하나 정도일 것이다.

경제지인 월 스트리트 저널은 전국적으로 배포되는 신문이지만 월 스트리트 저널도 원래 월 스트리트의 증권가 사람들 사이에주식 시세를 알려주기 위해 회람하던 조그만 회보 형태에서 시작되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창간 당시부터 전국을 겨냥해 간행된 신문은 유에스에이 투데이하나라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이와 같이 신문이 각 지역을 중심으로 발전되다 보니 나름대로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의 연예 및 흥행 문화의 중심이 LA의 할리우드인 덕에 LA 타임스가 이 분야에 있어서는 명성이 있고, 증권 경제 분야에서는 뉴욕 타임스, 정치 분야에서는 워싱턴 포스트, 정보통신과 실리콘 밸리의 뉴스는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이나 산 호세 머큐리 등이 권위가 있다.

미국 신문들은 또한 나름대로의 편집 철학과 노선이 있다. 단순한 사실보도의 차원을 넘어서 철저한 사안 분석을 하고 선거와 같이 정치적인 선택이 필요한 이슈에 대해 신문사 차원의 의견을 공개적으로 표명하기도 한다.

워싱턴 포스트나 뉴욕 타임스 등은 리버럴한 노선을 걷고 있는 것으로 잘알려져 있다. 반면에 월 스트리트 저널은 보수적인 신문이다. 이처럼 성향이 있다 보니 항상 반대 성향의 독자들을 위한 신문들이 역시 생기기 마련이다.

미국 정치의 심장부인 워싱턴 DC 일대의 경우 보수적인 워싱턴 타임스가 진보적인 워싱턴 포스트의 대항마로 부상, 보수적인 독자층을 확보하면서 그세를 늘려가고 있다.

이러한 신문들의 노선의 차이는 선거 철이 되면 확연하게 드러난다. 워싱턴 포스트나 뉴욕 타임스 등은 사설에서 드러내 놓고 민주당후보를 지지하고 월 스트리트 저널이나 워싱턴 타임스는 공개적으로 공화당 후보를 지지하는 논설을 게재한다.

이처럼 각 신문들이 지지하는 후보를 공개적으로 발표한다는 것은 우리 나라언론에서는 상상할 수 도 없는 일이다. 언론의 공정성 등을 내세워 말 그대로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과 같이 신문이 자신의 색깔을 밝히고 공개적으로 특정 정당이나 후보를 지지하는 것도 언론의 역할이라는 생각도 든다.

어차피 정책 결정이나 후보 선택에 대하여는 어떤 개인이나 집단도 자신의 성향이나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으니 만큼 오히려 신문 등의 언론 매체들이 자신의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힘으로써, 독자들은 그 신문이 보수적인 신문인지 아니면 이신문은 리버럴한 신문이지 하는 기본 인식을 바탕에 두고 내용을 읽어감으로써 오히려 윤색되지 않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장점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공개적 입장 표명은 당선자가 결정된 이후 언론 매체에 가해질지도 모르는 규제 등 각종 정치적 보복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장치로 기능을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다양한 성향과 지역적 배경을 가진 미국의 신문들이 여전히 즐겨 찾는 머릿기사는 법원 판결이나 재판 소식인 것 같다.

예를 들면 마이크로소프트 사를 분할하라는 1심 판결을 번복하는 항소심 판결 같은 것이다. 물론충분히 전국적인 뉴스 거리가 되는 중요한 결정이기는 하지만, 거의 대부분의 주요 신문들이 1면 머릿기사로 다루는 기사는 대통령 선거 결과나 전쟁발발 등을 제외하면 그리 흔한 경우가 아니다.

특히 그날의 워싱턴 포스트를 보면 1면 기사 6개중에서 5개가 법원 판결이나 재판과 관련된 것을 보면, 법조 관련 기사가 미국 국민들에게 가장 영향력이 있고 재미도 있는 기사인 것 같다.

입력시간 2001/07/12 11:28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