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실에서] 우리 사회의 편견

11일 오후 기자는 “바빠서 단독 인터뷰가 불가능하니 보려면 그 곳에라도 오라”는 매니저의 전화를 받았다. 허겁지겁장비를 챙겨 달려간 곳은 다름아닌 인기 절정의 트랜스젠더 배우인 하리수씨 영화 시사회장이었다.

그 곳에서 본 하씨의 인기는 그야말로 폭발적이었다. 그를 취재하려고 몰려든 취재진들로 시사회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기자는 시사회 도중 방송사들과 인터뷰하기 위해 몰래 빠져 나온 사이 잠깐 하씨와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이날 취재를 끝내야 했다.

같은 날 저녁 11시께 취재진은 같은 트랜스젠더인 윤모(25)씨를 만나러 수원으로 향했다. 청바지에 티셔츠 차림의 윤씨는 회사에서 인정받는 컴퓨터 디자이너였다.

윤씨는 “한 때 자살을 심각히 고민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당당히 내 성(性)을 찾아 즐겁게 살고 있다”며 “요즘 회사에서 ‘미스 윤’이라는 호칭을 듣는 맛으로 회사에 다닌다”는 농담까지 건넸다.

대중 스타와 컴퓨터 디지이너 트랜스젠더. 이 두 사람을 보고 트랜스젠더를 판단한다면 그것은 큰 오산이다. 두사람은 기자가 만난 트랜스젠더 중 가장 성공한 몇 안 되는,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번 취재과정에서 만난 대다수 트랜드젠더들은 한결같이 야간 유흥업소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한 트랜스젠더는 “정상적인 여자로 살고 싶어 성전환 수술까지 했지만 나를 받아주는 곳은 결국 야간 업소 밖에 없었다”고 한숨 지었다.

단지 ‘소수의 성(性)’으로 산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은 이 사회의 이방인으로 남아 있었다.

이번 취재에서 성(性)에 대한 우리사회의 편견과 무지가 그들의 인생에 얼마나 큰 상처를 입히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만약 당신의 자식이 성 전환을 했다면 ‘변태 성욕자’로 취급할 수 있겠냐”는 한 트랜스젠더의 눈물 어린 호소에 기자는 할 말을 잃었다.

송영웅 주간한국부기자

입력시간 2001/07/18 20:14


송영웅 주간한국부 herosong@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