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망대] 지리한 먹구름 경기 지속

후텁지근한 복더위와 장마전선이 기승을 부릴 이번 주도 밝은 소식은 없는 것 같다.

지난 주 증시는 미국 정보기술(IT)기업들의 실적개선기대 효과에도 불구하고 약세로 마감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 6월 적자 여부를 둘러 싼 논란과 반도체 경기에 대한 깊은 우려가 호재를 상쇄시켰기 때문이다.

서울대 정운찬교수의 ‘삼성전자 6월 적자 가능성’ 발언으로 흔들거린 삼성전자의 주가 추이는 이번 주에도 최대 관심사로 떠 오를 전망이다.

특히 미국의 경기 가늠자인 산업생산 경기선행지수 등이 인텔의 실적발표와 겹쳐 증시 반응이 주목된다.

주 초에는 증시에 영향을 줄만한 주요 일정이 없지만 미국증시의 소강상태와 아르헨티나발 경제위기 우려감이 투자심리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아르헨티나 위기, 세계적 금융불안으로 이어질 수도

이 중에서도 아르헨티나 금융위기가 몰고 올 파장은 메가톤급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를 요한다. 재정경제부도 아르헨티나의 위기상황이 지속될 경우 신흥시장의 전반적인 리스크 프리미엄 증대로 향후 자금조달 비용이 상승하는 등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 금융기관이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에 대해 갖고 있는 채권이 1억2,000만 달러 수준에 불과하고 수출규모도 21억 달러에 머물러 당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손상찬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부에노스 아이레스 무역관장도 “아르헨티나가 최근 단기외채 300억달러를 장기외채로 전환시키는데 성공하는 등 총외채 1,280억달러의 대부분이 장기외채이기 때문에 직접적인 디폴트 염려는 없다”며 “올 해 만기가 돌아오는 외채는 52억달러, 외환보유고는 250억달러 정도인데다 아시아 국가들 처럼 수출에 의존하는 경제가 아니어서 국제통화기금(IMF)관리까지 갈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제금융 전문가들은 남미에서 촉발된 위기가 한국 등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한 세계적 금융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97년 IMF체제와 같은 외환 유동성 위기는 없을 지라도 외국인 자금의 급격한 이탈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은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16일에는 미국의 금융 및 제조업체들의 실적 발표가 예정돼 있다. 씨티그룹과 코카콜라 등은 모두 지난 해 같은 기간에 비해 주당순이익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인텔의 실적발표는 17일(현지시간)이다. 2분기 주당순이익이 11센트를 기록, 지난 해 50센트에 비해 크게 낮아질 것이라는게 월스트리트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그러나 최근 실적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지난 주 야후의 경우처럼 증시에 의외의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이날 발표되는 미국의 6월 산업동향은 전 달의 0.8%하락에 이어 마이너스 행진을 계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애널리스트들은 기업들의 실적에 대해서도 낙관보다는 관망심리가 우세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18일 국회본회의가 재개돼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기업구조조정촉진법 개정안 등이 통과될 예정이다. 관계법이 통과되면 정부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에 따른 시행령을 개정하는 등 후속조치에 들어간다. 비과세 고수익 고위험 펀드도 발매돼 증시수급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발표되는 6월 실업률은 전 달에 비해 0.1%포인트 하락한 3.4%를 기록, 경기침체 우려를 다소 덜어줄 것으로 보인다. 수출부진으로 제조업 부문 취업은 여전히 부진하겠지만 2분기 이후 농림어업 건설업 공공서비스 등의 취업호조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19일에는 통계청이 6월 중 소비자전망 조사결과를 발표한다. 소비자기대지수는 지난 해 12월 82.2를 바닥으로 5개월 연속 급속히 회복됐지만 6월에는 다소 회복속도가 둔화될 것으로 분석된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조사한 7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가 하락세로 돌아서고 소비자 기대지수도 약세를 보일 경우 경기회복 지연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역시 이날 발표되는 미국의 6월 경기선행지수는 전달 대비 0.3%증가, 개선추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이 날 발표할 한국경제전망 자료도 관심을 끈다.


반도체가격 하락 지속, 경기회복에 ‘찬물’

삼성전자는 20일 증권거래소에서 기업설명회(IR)을 갖고 반도체 부문을 포함한 분기실적을 발표한다.

삼성전자의 실적 발표는 투자심리 회복의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이지만 하반기 반도체 경기회복 가능성에 부정적 시각을 가지고 있는 투자자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전자업체 가운데 하반기 생산이 호전될 것으로 보는 업체가 전체의 25.6%에 불과하다는 전자산업진흥회의 설문조사 결과도 나와있을 정도로 반도체 시장 전망은 어둡기 때문이다.

심지어 메리츠증권은 반도체 시장이 연말에 회복되기는 커녕 내년 2~3월에 최악의 시기를 맞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창민경제부차장

입력시간 2001/07/18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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