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들여다보기] 워싱턴의 기념물

미국의 수도, 아니 이제는 거의 세계의 수도처럼 되어버린 워싱턴 DC는 여름철이 되면 관광객들로 만원을 이룬다.

미국 전역에서 부모들이 방학을 맞이한 아이들을 데리고 링컨 메모리얼이나 워싱턴 기념탑을 보여주려고 모여든다. 뿐만 아니라 유럽이나 아시아의 각 나라에서 수많은 관광객들이 워싱턴 구경을 하러오기 때문에 워싱턴 근교의 호텔과 여관은 만원이다.

이렇게 관광객이 몰려드는 워싱턴은 볼거리도 많고 기념물도 많다. 제일 먼저 꼽을 수 있는 것이 바로 백악관이다.

세계의 대통령이라고도 불리는 미국의 대통령이 사는 곳이니 만큼 항상 관광객들로 문전성시다. 백악관 앞 상무성 건물에 있는 방문객 사무실에는 새벽 5시부터 백악관 무료 관광권을 얻으려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룬다.

조금 연줄이나 힘있는 사람들은 국회의원들에게 청탁해 특별 관광을 하기도 한다. 백악관에서도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들이 부탁하는 경우에는 특별 관광 스케줄을 잡아주며, 국회의원들은 지역구 관리를 위해 자기 선거구에서 중요한 사람들이 올라온 경우에는 이를 이용하곤 한다.

그 다음에 생각할 수 있는 것은 국회 의사당이다. 워싱턴 DC는 처음 설계될때 이 국회 의사당을 중심으로 북동구, 남동구, 남서구 및 북서구로 나누어진 마름모꼴로 만들어졌다.

국회 의사당 건물은 가운데 높은 돔과 첨탑이 있는 본관과 양쪽 날개로 구성되어 있다. 의사당 건물은 근무 시간에는 항상 개방되어 있기 때문에 관광객들은 언제든지 방문하여 구경할 수 있다.

전체 회의가 열리는 중에는 운이 좋으면 방청석 한자리를 차고 들어가 앉아 볼 수도 있다. 의사당 내에는 옛날 연방 대법원으로 사용되었던 방이 있는데, 당시 사용되었던 책상이며 의자 등의 집기를 그대로 보존하여 전시하고 있다.

의사당 주변에는 레이번 빌딩이니 캐논 빌딩이니 하면서 부속 건물 등이 여럿있다. 우리 나라의 의원 회관 같은 곳으로 청문회나 각 상임 위원회 모임이 주로 이곳에서 열린다.

따라서 국회 의사당에서 실제 회의가 열리는 경우는 그리 흔하지 않은 편이다.

그 옆에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국회 도서관이다. 세계 각국에서 서적이 출판되면 미국 국회 도서관에 등록한다는 말이 있듯이, 이곳은 거의 전세계의 온갖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자료들로 가득 차 있다.

심지어는 현악을 하는 사람이라면 꿈에라도 그려보는 스트라디바리우스의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도 세트로 소장하고 있어 매년 유명 연주가를 초청하여 이 악기로 현악 사중주도 연주하곤 했다고 한다.

원래 국회 의사당은 언덕 위에 세워졌기 때문에 Capitol Hill 이라고 불린다. 19세기말에 들어와 도시가 발달하면서 워싱턴 DC에도 건물들의 높이가 높아지자 국민의 대표가 모여 국사를 논하는 국회 의사당보다 더 높은 건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하여, 워싱턴 DC 안에 짓는 건물의 높이를 제한하는 규정을 만들었다.

그 규정이 오늘날까지 지켜져 미국의 여타 대도시들과는 달리 고층 건물이 없이 나즈막한 오늘날의 독특한 스카이 라인을 만들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백악관이나 국회 의사당보다 훨씬 먼저 세워진 조형물이 있다. 이 조형물이야 말로 진짜 워싱턴을 상징하지만, 사람들의 눈에는 별로 띄지 않게 숨은 듯이 깔려 있다.

바로 옛날 워싱턴 DC를 수도로 정할 때만들어 놓은 경계석이다. 1791년 미국의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이 포토맥 강을 중심으로 메릴랜드주와 버지니아주로부터 땅을 헌납 받아 현재의 위치에 미국 연방 정부의 수도를 정하고 그 경계를 나타내는 경계석을 세웠다.

그 때가 1792년이다. 원래 사방 10마일씩의 정사각형 형태로 구획된 워싱턴 DC 는 1848년 포토맥 강 이남의 땅을 버지니아에 다시 돌려줌으로써 정사각형 형태는 잃었지만, 아직도 초기에 1마일 간격으로 만들어놓은 40개의 경계석은 한군데를 빼놓고는 그대로 그 자리에 있다고 한다.

백악관보다도 8년이나 더 오래된 이 경계석들이야말로 워싱턴 DC 최초의 기념물이라고 하겠다.

입력시간 2001/07/18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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