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전화 시대 막 내린다

인터넷폰 유료화 급물살, 통화음질 보장으로 자신감

‘공짜전화’로 인식되던 인터넷폰이 통화품질 개선과 시장 확대를 바탕으로 급속한 유료화 물살을타고 있다.

후발 인터넷폰 업체들이 사업초기부터 유료화 모델을 도입한데다 가입자가 560만명을 넘어선 공짜전화의 원조격인 다이얼패드가 7월부터 미국통화시 분당 77원 가량을 받는 등 유료화에 나서면서 본격 물꼬를 텄다.


통화품질 자신감이 유료화 배경

인터넷폰은 인터넷망을 이용해 음성통화를 할 수 있는 서비스로 PC에서 PC로 전화를 하는 방식(웹투웹)과 PC에서 일반전화로 거는 방식(웹투폰), 전용전화에서 일반 전화로 거는 방식(폰투폰) 등이 있다.

VoIP(Voice overInternet Protocol)는 데이터전송망인 인터넷망을 통해 음성전송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로 ITU(국제전기통신연합)로부터 핵심기술로 지정돼 세계 각국이 치열한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인터넷망을 이용해 음성통화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우선 음성신호를 디지털 데이터 신호로 바꾸는 기술이 필요하다. 아날로그 신호가 그대로 전달되는 기존 전화망(PSTN)과 달리 인터넷망은 디지털 신호가 전송되는 패킷(데이터 단위) 교환망이어서 음성신호를 데이터 형태로 압축해야 한다.

이 데이터는 이를 다시 풀어주는 게이트웨이(Gateway)장비를 통해 다시 음성신호로 바뀌어 수신자의 전화로 전달된다.

인터넷폰으로 미국에 전화를 걸면 미국까지는 인터넷망으로 무료 연결되고 미국내 수신자와 가까운 곳에 설치된 게이트웨이 장비를 거쳐 일반 전화망으로 연결된다.

따라서 이용자는 미국 국내전화 수준의 요금만 내고도 국제전화를 이용할 수 있는 셈이다. 인터넷폰이 일반 전화보다 쌀 수 밖에 없는 이유다.

하지만 인터넷폰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많은 돈을 들여 다양한 장비를 구입해야 하며 국제통화의 경우 해당국가에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

새롬기술과 와우콜 등 무료 인터넷폰 서비스 업체들은 이용자가 전화를 이용할 때 광고를 보는 조건으로 광고주에게서 이 비용을 유치해왔지만 광고시장 위축 등의 이유로 충분한 수익을 올리지는 못했다.

실제 새롬기술은 다이얼패드 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해 매달 15억원 가량의 적자를 감당해왔다.

인터넷폰 서비스는 기본적으로 일반 전화에 비해 통화음질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음성신호를 데이터로 압축했다 다시 해제하고 인터넷망과 기존전화망을 연결하는 과정에서 데이터 손실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또 웹투폰의 경우 PC의 사운드카드 등 하드웨어 성능에 따라 통화 음질의 굴곡이 심하기때문에 불만의 목소리가 높았다.

후발 사업자들인 앳폰텔레콤과 애니유저넷 등은 이러한 웹투폰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ADSL 등 초고속인터넷망에 직접 연결해 사용하는 전용 전화기를 내놓고 처음부터 유료화 모델을 도입했다.

전용전화기 사이에는 무료 통화가 가능하지만 일반 전화로의 통화는 일반 전화요금의 20~30% 수준의 요금을 받는 방식이다.

앳폰텔레콤측은 “일반 전화의 90% 가까운 통화음질이 보장돼 실제 사용에 전혀 무리가 없다”며 “이러한 자신감이 사업 초기부터 유료화를 단행할 수 있게 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대형 IT업체들 속속 인터넷폰 사업 진출

새롬기술 오상수사장은 “그동안 사용환경에 따라 통화 음질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며“부설 연구소를 통해 통화 음질 개선작업을 꾸준히 해왔고 이 정도면 되겠구나 하는 평가가 내려져 유료화를 단행한 것”이라고 밝혔다.

새롬기술측은 기존 560만명의 가입자를 바탕으로 폰투폰 서비스 도입에도 적극 나서고 있어 관련 업체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새롬기술 관계자는 “유료화 실시 이후 이전에는 5,000명 수준이었던 하루신규 가입자가 오히려 8,000명으로 늘어나고 있다”며 시장 장악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기존 인터넷폰 업체들의 가장 큰 적은 외부에 있다. 그동안 인터넷폰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조용히 지켜보던 대형 IT(정보기술)업체들이 최근들어 속속 인터넷폰 시장 진출을 선언하고 있기 때문.

한국통신과 하나로통신, 온세통신 등 일반 전화 서비스 능력을 갖고 있는 기간통신업체들의 시장 참여는 기존 중소 인터넷폰 업체들에게는 커다란 위협이다.

또 마이크로소프트(MS)와 삼성전자 등도 독자적인 인터넷폰 관련 제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하나로통신은 지난해 말부터 수도권 일부지역에서 시범적으로 운영해왔던 인터넷폰 서비스를 9월부터 상용 유료 서비스로 전환할 계획이다. 요금은 3분 통화 기준으로 시외전화 45원, 국제전화 180원 등으로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

온세통신도 네트워크 장비개발업체인 기가링크와 손잡고 8월부터 서울 마포구 일대에서 시범서비스를 실시한 뒤 10월부터 상용서비스에 들어갈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일반 전화기로도 사용할 수 있는 인터넷폰을 최근 자체 개발해 기존 폰투폰 업체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폭발적인 시장 성장 전망

무엇보다 인터넷폰 시장의 판도를 가장 크게 바꿀 업체로는 한국통신과 MS가 꼽힌다.

한국통신은 최근 인터넷에서 검색한 전화번호로 곧바로 통화하는 인터넷폰 기술을 선보여 참석자들로부터 “인터넷폰 시장에서도 곧 1위에 올라설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통신은 지난해부터 연구소를 통해 VoIP기술 개발을 시작했고 올해 이상철 사장 취임과 함께 인터넷폰사업 진출을 빠른 속도로 진행해 왔다. 소프트웨어 업계의 ‘공룡’ MS도 차세대 운영체계(OS)인 윈도 XP에 아예 인터넷폰 기능을 내장시키는 방식으로 전세계 시장 공략에 나섰다.

특히 이두업체는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이 커 기존 업체를 초토화시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낳고 있다.

한국통신은 지분 해외 매각을 추진하면서 이미 이동통신 자회사인 KTF의 지분을 갖고 있는 MS에 지분 참여를 의뢰한 상태다. 지분 매각이 성사되면 한통과 MS는 인터넷폰 사업과 초고속인터넷사업 등 다양한 공동 프로젝트를 실시할 계획이다.

하지만 기존 업체들은 대기업의 참여가 시장의 파이를 키우고 전체적인 경쟁력도 강화하는 효과를 낼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조사 기관인 IDC는 세계 인터넷폰 시장이 올해 3억8,000만 달러에서 2004년 18억7,000만 달러 규모로 5배 이상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가까운 중국 인터넷폰 시장이 세계 시장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고 미국과 유럽, 동남아시아 등에 대한 국내 인터넷폰 업체들의 공략도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그동안 쌓아온 기술력을 바탕으로 대형 IT기업들과 협력을 강화한다면 시장 성장 속도가 빨라지는 것은 물로 국내 업체의 세계 시장 석권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상연 경제부기자

입력시간 2001/07/19 15:38


이상연 경제부 kubric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