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세상] Where it is

공짜 프로그램을 내려 받거나 자료를 얻을 수 있는 와레즈(Warez) 사이트가 상종가다. 인터넷 상에서 소프트웨어의 불법 복제를 조장한다며 이를 법적으로 단속할것이라는 정부의 방침을 비웃기라도 하듯 와레즈 사이트의 접속 열기는 뜨겁기만 하다.

종합 포털 사이트 드림위즈(www.dreamwiz.com)가 드림서치 서비스를 통해 올 상반기 인기 검색어 순위를 조사한 결과 검찰 단속에도 불구하고 `와레즈'가 1위를 차지했으며 이어 MP3·게임·동영상 등 이상위권을 차지했다.

최근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플래시 애니메이션의 주역 졸라맨(10위)이나 엽기토끼 마시마로(23위)는 물론 디아블로(29위), 포트리스(34위), 스타크래프트(41위) 등 인기 게임 프로그램도 가뿐히 제쳤다.

와레즈(warez)는 `Where it is'를 소리나는 대로 표기한 일종의 조어다. 본래 의미는 `쓸 만한 것을 찾아다닌다' 라는 뜻이지만 정품 소프트웨어의 암호를 풀어 사용 제한을 없앤 프로그램이나 음악 파일 등을 무료로 내려 받으려 사이버 공간을 헤매는 행위나 이를 모아 놓은 사이트를 의미한다.

와레즈는 원래 80년대에 PC통신 사설 게시판(BBS)의 활성화와 통신을 통한 파일 교환이 가능해지면서 정품을 공짜로 얻으려는 이용자들과 활발해진 해커 활동이 맞물려 탄생했다.

불법이지만 단속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세계 각 국의 네티즌들이 부담 없이 이용하고 있다. 와레즈에 가장 많이 올라있는 것은 컴퓨터 그래픽용 어도비 포토샵과 같은 상업용 소프트웨어며 각종 해킹용 프로그램·게임·MP3 음악 파일 등이다.

와레즈를 보는 시각은 천차만별이다. 정보 공유라는 인터넷 정신을 실현하는 `나눔의 전도사'라는 긍정론에서 지적재산권을 침해하는 `정보 약탈자'라는 극단적인 평가까지 극과 극을 달린다.

와레즈 찬성론자들은 와레즈가 없었다면 인터넷 기술 발전이나 국내 컴퓨터 발전이 가능했겠느냐며 지금까지의 정보기술발전은 와레즈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공유하며 접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반대론자들은 몇 년간 힘들여 개발한 소프트웨어가 와레즈 사이트에 올려지면 매출액은 급감하고 누가 정품 프로그램을 사겠느냐고 하소연한다.

그러나 이 같은 찬반양론에도 불구하고 와레즈 사이트의 인기는 여전히 치솟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통신, 하나로 통신, 두루넷, 드림라인 등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이용자가 늘면서 이전에 꿈도 꾸지 못 할 수백 MB짜리 파일을 순식간에 이동하거나 인기 가수의 히트곡 앨범을 통째로 내려 받는 일까지생기고 있다.

기존 모뎀 기반의 전화선으로는 몇 시간이 걸릴지 몰라 시도도 할 수 없었지만 초고속 통신망을 쓰면 30분 정도면 너끈하기 때문이다.

와레즈는 전 세계적 현상이지만 우리나라가 특히 발달했다. 은밀히 공유하는 와레즈의 특성상 관련 사이트가 정확히 몇 개인지 공식적인 조사 결과는 없다. 전문가들은 국내에만 적어도 수천개의 와레즈 사이트가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검색 엔진 포털 엠파스에서 와레즈 라는 검색어를 치면 무려 1400개 정도의 와레즈 관련 사이트가 뜬다.

이 밖에도 와레즈라고 부를 수 있는 사이트가 하루에도 수백개 씩 생기고 없어지고 있다.

국내 와레즈 중 가장 유명한 곳은 해적(www.haejuk.co.kr). 소프트웨어, MP3 파일, 애니메이션, 영화, 성인물과 관련된 자료들이 연결돼 있다.

날개달기(www.korean21.cc), 쿨타운(www.cooltown.co.kr)이 비교적 많이 알려졌고 음악 파일 전문 와레즈로 오랜지 랜드(www.i.am/orangeland) 등 도 유명하다.

정보약탈자란 부정적인 시각에도 불구하고 와레즈는 이미 네티즌에게 친근한 벗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강병준 전자신문 인터넷부 기자

입력시간 2001/07/19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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