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풍향계] 선거법 개정 힘겨루기

하한 정국에 선거법(공직선거및 선거부정방지법) 개정이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지난 주에 헌법재판소가 비례대표(전국구) 국회의원 선출방식 및 후보자 기탁금제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번 헌재의 결정내용은 크게세 부분으로 돼 있다. 첫째, 현행 비례대표의 의석 배분방식의 잘못이다. 지역구 후보들의 총 득표수에 따라 전국구 의석을 배분하는 방식은 민주주의원칙과 직접ㆍ평등선거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둘째는 기탁금 액수다. 원래 기탁금제도는 장난 출마 등 불성실한 입후보를 차단하자는 취지로 도입됐다.

그러나 현행 선거법 상 2,000만원의 기탁금은 액수가 너무 많아 서민층과 젊은 세대의 국회 진출을 가로막는 문제점이 있다는 것이다.

셋째, 비례대표제하에서의 1인1표제는 잘못이라는 결정이다. 이 결정은 비례대표제를 유지하는 한 1인1표제는 위헌(한정위헌)이므로 1인1표제를 고치든지 아니면 비례대표제자체를 없애야 한다.


여 “정치구조 개혁 계기로”, 야 “서두르지 말자”

헌재의 결정이 내려진 순간부터 관련 규정은 법적 효력이 상실된다. 따라서 정치권은 어떤 형태로든 선거법을 손질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그러나 선거법 개정 진행절차와 범위를 놓고 여야 간에 상당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민주당은 이번 헌법재판소 결정을 계기로 선거제도 관련 조항뿐만 아니라 고비용 저효율 정치구조의 전반적인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당장 이번 주부터 당 정치개혁 특위 산하의 3개 소위를 열어 정치관계법에 대한 자체 개정안을 마련키로 했다.

이에 비해 한나라당은 상대적으로 느긋하다. 당장 급한 것은 10월25일 실시되는 국회의원 재ㆍ보선에서의 기탁금 문제이므로 선거법 상 기탁금 액수만을 우선 조정하면 된다는 것이다.

이어서 내년 상반기에 치러질 지방선거에서의 비례대표 선출규정을 손 보면 일단 급한 불을 끈다는 것이 한나라당의 생각이다. 그 외에 국회의원 선거에 관련된 사항은 내년 대선이 끝난 뒤에 천천히 해도 문제될 것이 없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정개특위 간사 허태열 의원은 “어차피 다음 총선이 다가오면 지역구 조정에서부터 시작해 선거법 자체를 손 댈 수밖에 없다”면서 “지금 서둘러 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그러나 국회 차원의 정치개혁특위 구성에는 적극적이다. 그 동안 여야는 두 번에 걸쳐 국회 정치개혁특위를 구성했지만 아무런 소득도 얻지 못하고 활동 시한이 만료된 상태다.

한나라당이 국회 정개특위 가동에 적극인 데에는 이유가 있다. 정치권 주요 현안 중의 하나인 국회교섭단체 구성요건 완화를 위한 국회법 개정에서 보다 유리해지기 때문이다. 국회 정개특위는 통상 여야 동수로 구성된다.

따라서 국회법을 한나라당이 소수인 국회 운영위보다는 동수인 정개특위에서 다루는것이 한나라당에 유리하다. 반대로 민주당과 자민련은 국회 정개특위 재가동에 소극적이다. 가능한 한 이른 시일 내에 국회법 개정안을 매듭짓기 위해서는국회 운영위에서 처리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자민련은 한 발 더 나가 정개특위 재가동보다는 차제에 선거법 개정 등 정치개혁을 전면적으로 다룰 새로운 범국민적 기구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자민련 이완구 총무는 “기존의 정치개혁특위는 각 정당의 당리당략에 따라 좌지우지돼 정치개혁에 대한 국민적 여망을 담기에는 무리였다”며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이 함께 참여하는 범국민적 정치개혁위 구성이 필요하다”고말했다.


야, 고위공직자 복무기강 점검에경계의 시선

사정당국이 고강도로 실시하고 있는 고위공직자 복무기강 점검을 둘러싸고도 여야간에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사정당국은 이번 점검에서 장ㆍ차관급 고위공직자의 조직관리 능력 및 신망,주요업무추진 실적, 대 국회 및 언론 관계, 인사공정성 및 근무 기강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 중이다.

특히 고위공직자의 재산규모 및 조성 경위, 여자관계, 성품, 주벽 등 사생활 부분까지도 점검 대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당국의 한 관계자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중심으로 경찰청, 국정원이 참여해 고위공직자에 대한 점검이 이뤄지고 있다”면서“통상적으로 이뤄지는 고위 공직자 점검일 뿐”이라고 정치적 의미 부여를 경계했다.

그러나 이번 점검은 부패방지법 통과 후 정부의 부패척결의지와 맞물려 고강도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으며 바로 이점이 정ㆍ관계에 긴장을 유발하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은 대대적인 야당 사정에 나서기 위한 명분축적용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며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 장광근 수석부대변인은 “이번사정(공직자 복무점검)한파가 언론사 세무사찰의 후폭풍이라는 데 주목한다”면서“야당 의원들에 대한 뒷조사는 물론 대대적인 하한기 사정정국의 신호탄이 아닌가 본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여권 관계자는 “무엇이든지 야당 탄압으로 연결시켜 정치공세를 펴는 한나라당의 병이 도졌다”며 일축했다.

이계성 정치부차장

입력시간 2001/07/24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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