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망대] 안팎 악재, 오직 추락 뿐

전세계 경제에 ‘먹구름을 동반한 장대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다. 그동안 특정지역 및 시기에만 내리던 ‘장마(불황)’가 세계적인 정보기술(IT)거품 붕괴 등을 계기로 미국, 유럽연합, 일본 등 선진국으로 확대되고 있다.

폴 오닐 미국재무장관은 최근 “언제쯤 경기가 회복될 지 아무도 자신할 수 없다”면서 “회복을 약속하거나 과장된 전망은 금물”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선진국 경제지도자들의 불황장기화 가능성에 대한 불안감을 대변해주고 있다. 미국에 내리는 ‘가랑비(경기둔화)’에도 엄청난 ‘물난리(수출급감 및 성장률 저하)’를 겪었던 한국경제는 또다시 찾아온 기나긴 장마에 어렵게 가꾸어온 ‘문전옥답(환란이후 경제위기 극복)’마저 홍수에 휩쓸려갈 위기에 내몰려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글로벌 리세션(Global recession: 전세계적인 경기침체)으로 국내경제는 성장의 엔진이 식어버릴 상황에 처해있다.

수출은 날개도 없이 추락하는 반도체 가격 급락 등으로 수개월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기업들의 설비투자도 급격히 줄어들어 향후 성장잠재력도 고갈되지 않을 까 우려되는 상황이다.

한국경제의 성장추락을 막을 대안으로 소비ㆍ서비스 등 내수산업이 거론되고 있지만, 현재처럼 경기가 꺼져버린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 극히 가능성은 낮다.


정부ㆍ재계경기부양 논쟁

가파른 비탈길에 서 있는 한국경제를 살리기위한 해법을 놓고 정부와 민간에선 요즘 경기부양논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경기침체로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는 재계는 대대적인 경기부양으로 식어가고 있는 성장엔진을 다시 돌려야 한다고촉구하고 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규모를 당초 1%에서 2%(5조원)로 늘리고, 콜금리도 추가로 내려 소비를 활성화시키고, 증시도 회복시키는 두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1930년대 미국의 뉴딜정책처럼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사업을 일으켜 일자리를 창출하고, 건설경기의 불씨도 되살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5월말 현재 통합재정수지(예산의 일반회계 및 특별회계, 국민연금 등 각종 기금)가 14조원가량의 흑자를 낸 것은 나라곳간에 돈을 채우기만 했지, 경기가 어려울 때 민간에 돈을 제대로 풀지 않았다는 증거라며 재정이 제역할을 하지못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섣부른 경기부양은 경제의 토대를 훼손할 수 있는데다, 구조조정의 퇴색으로 비쳐져 대외신인도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지금은 경제의 체질을 다져나가면서, 경기의 추가하강을 막기위해 재정 및 추경을 조기집행하고, 내년으로 예정된 공기업 투자계획을 올해로 앞당기는 등 제한적인 경기조절에 힘쓰면 된다는 게 정부의 논리다.

이번 주 증시는 별다른 모멘텀이 없어 지루한 횡보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증시를 쥐락펴락하는 미국증시가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의 실적악화에다, 하반기 경기회복도 비관적으로 흐르면서 증시의 에너지가 극도로 떨어지고 있다.

거래소 종합주가지수는 지난주 540선으로 밀려났다. 국민의 정부 출범초기 주가 (1998년 2월 25일 516.38포인트)로 거의 회귀한 셈이다. 역대정권마다 되풀이된 ‘전반기강세, 하반기 약세’의 레임덕 주가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증시의 버팀목’ 삼성전자도 반도체가격 추락으로 2ㆍ4분기 실적 및 이익이 급격히 감소해 향후 장세분위기마저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세계경제의 지휘자’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그린스펀 의장은 지난주 미국경제의 하반기 회복 가능성이 불투명하다고 전망, 전세계 증시에 또한번 충격을 던져줬다.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은 ‘밤이 깊으면 새벽이 가까워온다’며 투자자들의 발길을 붙잡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목소리는 공허하게 들릴 뿐이다. 향후 증시향방은 27일 미국의 2ㆍ4분기 GDP 성장률(잠정치)이 어떻게 나오는가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국의 월가는 2ㆍ4분기 성장률이 잘해야 1%미만에 그치고, 최악의 경우 마이너스로 돌아설 가능성도 있다며 비관적인 전망을 내리고 있어 기대할 게 못된다.


신흥시장불안, 증시 악재로 작용

신흥시장이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도 증시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외환위기가 재발돼, 중남미경제권이 또 한차례 환란바이러스로 고통을 겪고 있고, 터키도 막대한 재정적자 등으로 경제가 붕괴될 위기를 겪고 있다.

신흥시장 불안이 심화하면 외국 투자자들이 한국 등 신흥국가에서 발을 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외풍에 견딜 수 있는 체질개선이 어느때보다 시급한 상황에 내몰려있는 셈이다.

정부는 내리막길을 걷는 수출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25일 수출비상대책회의를 열 계획이지만, 미국의 IT부문의 불황이 깊어만가고 있어 뾰족한 수가 없을듯 싶다.

이의춘 경제부차장

입력시간 2001/07/2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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