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뒷골목 조직의 어설픈 음모와 배신

■럭 오브 드로우

영화로 경험한 간접 세계 중 가장 잘 알게되고 이해하게 된 집단은? 어깨, 깡패, 마피아, 뒷골목 인생의 범죄 집단 아닐까?

뉴욕 뒷골목에 내려 주면 마약 거래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시미 칼을 숨기고 동경의 유흥가를 누비며 보호비를 거둬들일 수도 있을 것 같고, 더블린의 술집에서는 억센 악센트의 밑바닥 영어를 우물거리며 무기 거래를 주선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범죄 세계는 국적을 초월한 인기 영화 메뉴다. 전세계 깡패들이 연대해 소재 제공료를 요구하면 경찰과 인터폴에 쫓기는 궁색하고 초조한 생활을 면할수 있으련만.

루카 벨로비치의 1999년 작 <럭 오브 드로우 Luck of Draw> (18세 등급, 아틀란타 출시)에는 저예산범죄 영화의 단골 출연진이 포진하고 있다. 이름을 외울 정도는 아니지만 너무 많이 얼굴을 대해서 길에서라도 만나면 아는 체를 해야할 것 같은 배우들.

천박한 광기를 잘 표출해내는 데니스 호퍼, 여동생 줄리아 로버츠의 명성이 부러우나 꿋꿋하게 B급 범죄 액션물 단골 자리를 지키고 있는 에릭 로버츠, 못생긴 얼굴로 한몫하는 윌리엄 포시스, 덩치로 일단 압도하고 보는 마이클 메드슨, 독특한 이름의 아이스 티가 주요 멤버다.

<럭->의 다음 미덕, 아니 공식은 거액의 돈을 둘러싼 얼키고 설킨 관계와 음모. 좁은 지역내의 거래니까 연루와 배신은 필연적인 요소. 고난도 머리 회전을 요하지 않는다는 점이 그나마 아날로그 세대를 위무해 준다.

거기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시점 변화나 요란한 영상과 음악으로 버무리지도 않아, 끈기있게 응시하다보면 사건의 종말에 이르게 된다.

가택 침입죄 경력을 솔직하게 털어놓은 덕분에 오늘도 은행 면접 시험에서 미끄러진 잭 스위니(루카 베르코). "자신감을 보이라"고 격려했던 여직원 레베카 존슨(웬디 벤슨)과 작별을 고하고 은행 문을 나서는 순간, 총격전을 목격하게 된다.

프랑스 범죄 조직원 파스칼과 거래하는 척하며 위조 지폐 동판을 갈취하려고 부하 카를로(에릭 로버츠) 등을 배치해 두었던 지아니 폰티(데니스 호퍼), 이 거래 소식을 접하고 잠복 근무 중이던 경찰관 맥스(윌리엄 포시스), 그리고 파스칼 일당의 총격전이 벌어진 것이다.

이 와중에 동판은 잭의 앞으로 굴러 떨어지고, 잭은 이를 집어 달아난다.

잭은 동판을 팔아 넘기기 위해 옛 범죄 조직 친구 저프리 자폴스키(마이클메드슨)에게 다리를 놓아줄 것을 부탁하고, 흑인 갱 두목 맥닐리(아이스 티)와 연결된다.

헌데 맥닐리는 지아니의 라이벌. 거기다 다시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 레베카의 아버지인 회계사 스털링 존스(프랭크 고신)가 끼어들어 일은 더욱 꼬이게 된다.

즉 경마로 인해 고객의 금고를 비게 만든 존스가 자신의 고객인 지아니와 맥닐리 사이에서 위험한 게임을 시도한 때문인데.

악당을 멋지게 묘사하는 단계를 넘어서 요즘 범죄 영화는 누가 더 나쁘고 선한가를 가늠할 수 없게 만든다. 그저 감독이 주인공이라고 정한 이가 최후 승자가 되는, 엿장수 맘대로 식의 전개와 결론이다. 난다 긴다하는 굵직한 범죄 조직원이나 두목을 제치고, 어리숙하게 덤벼든 평범한 사람이 돈가방을 차지한다는 것이 유일한 돌파구라면 돌파구. 이쯤 밝히면 <럭 오브 드로우>의 승자가 누구인지 눈치 챌 수 있으리라.

입력시간 2001/07/25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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