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카페(67)] 시간을 쪼개는 사람들

평범한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 1초라는 시간은 얼마만큼의 가치를 가질까? 최근 미 국립표준기술연구소의 짐 버그퀴스트 박사팀은, 300억년에 1초밖에 틀리지 않고, 1초를 "10억분의 1로 나누고 그것을 다시 100만분의 1"(femtosecond, 펨토초)로 나누기까지 측정이 가능한 시계를 만들었다.

이 시계는 레이저와 단일 수은 원자를 이용한 광학시계다. 물론 손목시계는 아니다. 큰 실험실 만큼 크다. 지금까지 가장 정밀한 시계인 세슘시계에 비하면, 이 광학시계는 시간측정의 정밀도는 10만배 높아졌고, 오차는 3,000배 줄어든 것이다.

현재 세계공인의 가장 정밀한 시계는 세슘원자에 마이크로파 빔을 쏘아서 시간을 측정하는 세슘시계(또는 원자시계)이다.

초당 9,192,631,770(약92억)번 진동하는 세슘 133 원자의 특성을 이용한 것으로, 1초를 약 92억 번 쪼개서 측정할 수 있는 정밀도가 있고, 3,000만년에 1초의 오차 뿐이다.

이 세슘시계는 1967년 이래로 세계가 공인했고, 1초를 정의하는 기준이 되고 있다.

즉 1초는 "세슘원자가 9,192,631,770번 진동하는 시간" 이라는 말이다.이 세슘시계가 있기 전에는 1초라는 개념은, 지구의 자전시간을 작게 분할한 개념에 불과했다.

어떤 시계든지 2가지 필수 요소를 갖추고 있다. 첫째 규칙적이고 주기적인 현상을 만들어 내는 어떤 것이고, 둘째는 이 현상을 계산하고 축적하고 가시적으로 나타낼 수 있는 장치다.

초기의 시계는 시계추가 매 초마다 흔들리고 이 흔들림이 톱니바퀴에 의해서 기록되었고, 수정시계는 수정결정체를 이용한 진동을 숫자로 기록해서 보여준다.

디지털시계는 전력을 공급받아 주파수(1초에60진동) 또는 수정결정체의 진동을 디지털 카운터에 표시하는 방식이다.

연구팀은 이 광학시계를 만들기 위해 15년 이상의 노력과 수 백만 달러의 예산을 투입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정확한 시간이 필요한 것일까? 시계가 아무리 정확해도 1초의 길이가 더 길어지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넌 약속시간에 1 펨토초가 늦었어" 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실용적인 시간개념은 더욱 아니다.

그 이유는 바로 짧은 시간이 도구가 되는 과학 자체를 위한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지구위치시스템(GPS)은 위성까지의 거리측정은 위성에 신호를 보내서 되돌아오는 시간을 측정해서 결정하는데, 현재 이를 위해서 세슘시계를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더 정밀한 시계일수록 더 정확한 인공위성의 위치를 계산할 수 있다. 더구나 미래에는 긴 시간동안 태양계 외부까지 여행할 것이기 때문에, 그 때를 대비한 더욱 정밀한 시계가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광학시계는 아직 보완해야 될 점이 많다. 특히 세계공인의 시간정의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수십 년이 필요하다. 50년 전 처음 세슘시계가 만들어 졌을 때, 이것이 세계공인의 1초 측정단위로 승인 받는데는 무려 20년이 걸렸기 때문이다.

광학시계와 동시에 세슘시계와 같은 원자시계의 발전도 계속되고 있다. 세슘시계는 절대온도에서 액체상태로 있는 세슘원자를 이용하는데, 이 원자가 저온에서는 팽창하고 다른 원자와 충돌을 일으키기 때문에 미세한 불규칙 진동을 만들어 내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예일대학의 커트 기블 박사는 몇 년 전, 루비디움이라는 원자가 낮은 온도에서도 팽창현상이 없고, 1초에 6조8,340억 번 진동한다는 사실에 기초해서 더 정밀한 원자시계를 개발하고 있다.

원자시계의 장점은 시계를 더 작은 크기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기블 박사는 이 루비디움 시계를 2008년에 국제우주정거장에 보낼 수 있을 만큼 축소형을 만들고 있다고 한다.

추상적인 시간을 쪼개고 쪼개는 사람들, 코리안 타임의 관습이 여전한 우리나라 사람에게는 1초 정도는 단 한푼의 가치도 없겠지만, 이들 과학자들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큰 시간의 단위가 1초는 아닌지, 새삼 시간관념의 양 극단을 보는 느낌이 씁쓸하다.

입력시간 2001/07/25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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