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연방정부수립 100주년기념 페스티벌

호주는 어쩌면 가장 포스트모던한 국가다. 포스트모더니즘 최대의 강령, 복합과 모방을 이만큼 충실하게 실천중인 나라가 또 있을까? 방대한 영토, 열대에서 한대까지 아우르는 다양한 기후. 풍성한 국토 자원, 다민족통합 국가등 포스트모더니즘의 가능성으로 가득 찬 호주가 패키지 무대로 온다.

7월 25일~8월 19일 예술의 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리는 ‘호주엔 누가 사나’. 호주 연방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하는 국내 첫 ‘호주페스티벌’이다. 우리에게 이번 행사는 영미 아니면 구라파로 양분돼 있는 서양 문화 편식 현상으로부터 벗어날 소중한 기회이다.

호주를 대표하는 연출가 로저 린드 작ㆍ연출의 ‘외로운 라픈제르’로 막을 연다. 갖가지 장르가 어우러지는 이번 공연을 위해 1층 로비가 무대로 거듭난다.

야외공간에서 날아 드는 젤리 피쉬와 나비를 쫓아 실내로 들어 온 관객을 카운터 테너의 영롱한 고음이 반긴다. 알록달록한 색채로 물든 로비 공간을 반짝이는 개똥벌레가 유영한다.

벌을 받아 성에 갇힌 고독한 여인 라픈제르가 관객에게 도움을 청해 자유의 몸이 되는 것으로 매듭지워지는 이번 공연은 공간의 새로운 발견, 전통적 배우-관객 역할의 탈피 등으로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전망이다.

1993년 예술의 전당과 자매결연을 맺은 린드는 한국의 전래 동화와 동요 등에 흠뻑 빠진 나머지, “나는 전생에 한국사람이었다”고 말하는 사람이다. 25~26일 오후 2시ㆍ4시ㆍ6시, 27일 오후 2시ㆍ4시.

26~29일 오스트레일리아 댄스 시어터(ADT)의 ‘새들의 사랑’은 독특한 호주 현대 무용에 흠뻑 빠질 기회. 고전 발레의 대명사 ‘백조의호수’를 전혀 다르게 선보인다.

클래식 발레는 물론 총을 쏘아 대는 듯한 스캐터 건(scatter-gun)스타일, 곡예, 브레이크 댄스 등으로 완전히 재창조한 ‘백조의 호수’다. 전위무용가 게리스튜어트가 예술감독이다. 오후 7시 30분 토월극장.

25~28일은 무성 영화에 라이브 밴드의 연주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버스트키튼의 무성 영화’. 무대 전면에 드리워진 영사막에는 ‘서부로 가다’, ‘경찰’ 등 1920년대 무성영화계를 주름잡았던 천재 감독 버스트 키튼의 대표작이 투영된다.

화면에 맞춰 5인조 밴드 BGK(Blue Grass Knoll)의 유쾌한 음악이 라이브로 나온다. BGK는 초기록, 집시 음악, 힐빌리, 스윙 등 대중 음악의 모든 장르에 통달한 독특한 그룹이다. 오후 4시 자유소극장.

31~8월 4일은 퀸즈 랜드 서어터의 마임극 ‘띠띠빵빵’이 기다린다. 어디론가 가고 있는 차의 뒷자리에 타고 있는 두 아이의 갖가지 반응을 재미 있는 신체 언어로 그렸다. 잘난척 하기 좋아 하는 소년, 잠시도 가만 있지 못하는 괴짜 소녀가 주인공이다.

호주 어린이들의 심성을 해학적으로 풀어 보이는 이 무대는 언어가없어, 가족 전체가 즐길 수 있다. 어린이를 위한 교육적 연극에 치중해 온 데이빗 매거리터가 작ㆍ출연ㆍ연출로 1인3역을 보여 준다.

오후 2시, 4시. 자유소극장.

대미는 8월 1~19일 토월극장에서 펼쳐질 렘극단의 음악극 ‘달을 훔친 쿠카부라’. 달이 너무 예뻐 입속에 숨긴 쿠카부라와 달을 돌려 달라는 동물 친구들의 이야기가 11인조 오케스트라의 음악과 해설자의 설명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호주의 전통 민속 악기인 클랩스틱, 디저리두의 음률에 원주민 춤 등 신기한 볼거리ㆍ들을 거리가가득하다.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듣고 동물 알아맞히기 등 어린이를 위한 막후 행사가 준비돼 있다.

이번 페스티벌의 큰 특징은 일부 공연이 무료로 이뤼진다는 사실. ‘외로운…’, ‘현명하고…’, ‘아이에게…’ 등 세 무대에는 입장료가 없다.

예술의 전당기획팀 최석중씨는 “예술의 전당측에서 2억5,000만원, 호주 정부와 대사관측과 아시아나 항공측에서의 협찬금 2억원이 합쳐진 무대”라며 “한국 관객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이번 첫행사를 계기로 연례화해 나갈계획”이라고 말했다.

공연 기간 중 토월극장 로비에서는 200여종의 호주 아동도서 전시회도 곁들여진다. 호주 최고의 일러스트 작가 앤 제임스, 색채 감각의 마술사 제네트 로우, 바다ㆍ숲 등 자연에 대한 시적 상상력으로 충만한 앨리슨 레스터, 구멍을 통해 보이는 그림으로 전체 내용을 추측해 보는 훔쳐 보기 그림책(peep-thru picture book)의 대가 캐롤 존스 등 호주의 유별난 도서 제작자가 한곳에 모인다.

호주는500여 원주민 종족에 영국과 아일랜드계 자손이 함께 사는 전형적 다민족 국가. 그러나 백인이 인구 1,850만여명 중 8할을 차지함은 물론, 재화와 문화를 독점하다시피 해 온 전형적 다민족 백인 국가. 1880~1973년 호주대륙을 지배했던 백호주의 정책(White AustrailianPolicy)의 나라로 기억하는 사람들이 아직 많은 게 사실.

19세기 중반 금광 발견을 계기로 아시아권 이민이 쇄도하자 이를 막기 위해 실시됐던 백호주의는 1973년에 폐지됐다. 부족한 노동력을 해외에서 끌어 와야 했기 때문이다.

현재 호주인은 스스로를 ‘백색 아시아인(white Asians)’이라 부를 정도로 아시아와의 정치ㆍ외교ㆍ경제에 높은 비중을 두고 있다고 현지인은 전한다.

이번 행사는 고정 관념에 가려져온 다문화 국가 호주의 실상을 체감할 절호의 기회다(02)580-1300.

장병욱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1/07/26 13:55


장병욱 주간한국부 aj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