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망대] 지친 경제, 청량제가 없다

수확의 계절, 가을을 알리는 입추(8월7일)를 앞두고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푹푹 찌는 폭염 속에서도불현듯 장대비가 쏟아져 대지의 열기를 식혀준다.

폭염에 지쳐 심한 갈증을 느끼는 우리경제에 ‘생명수’ 같은 비는 오지 않을 것인가, 가을을 선사해줄 입추처럼더위를 먹고 ‘거꾸로’ 가고 있는 국내경제를 다시 앞으로 이끌어갈 ‘가을의 전령’은 없는 것인가.

우리경제가 더위에 지쳐있다. 더위를 식혀줄 변변한 ‘선풍기’조차 찾기 힘들다. 더위를 한방에 날려버릴 ‘에어컨’은언감생심이라는 말이 맞을 지경이다. 세계경제, 특히 미국의 정보기술(IT)산업에 목줄을 매고있는 우리경제를 살릴 묘책이 없어 보인다. 중국 삼국시대제갈공명이 적벽대전에서 조조의 백만대군이 타고 있는 전함들을 불살라버릴 때 이용했던 ‘동남풍(순풍)’은 눈을 씻고 찾아도 없는 것 같다..

정책의 키를 쥐고 있는 정부는 마냥 외부환경, 특히 미국경기의 회복지연만 탓하고 있다. 관료들이 미로에서 길을찾지 못한 채 허둥대는 모습을 보이는 것 같아 국민들을 자못 불안케 하고 있다.

산업생산감소세, 일본식 복합불황 경고

요즘 거시지표를 보면 ‘청량제’가 별로 없다. 지난 주 발표된 통계청의 6월 산업생산동향에 따르면 산업생산은1998년 10월이후 32개월만에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세계경제 회복 지연과 반도체경기악화로 경기가 급격히 악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대로가면 일본식 복합불황의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하는 학자도 있다.

정부가 연초 하반기에 경기가 살아날 것으로 기대했던 막연한 희망론이 물거품으로 끝나고 있는 셈이다. 7월 수출도두자리 수의 감소세를 보였다. 한국경제를 이끌어가는 수출추락은 성장률의 급격한 하강을 가져와 이래저래 앞날을 어둡게 하고 있다.

미국의 2ㆍ4분기성장률도 당초 예상(1%)보다 낮은 0.7%에 그치고, 소비지출도 3%에서 2.1%로 낮아졌다. 세계경제의 견인차인 미국의 경기회복이 예상보다더디게 진행되고 있음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2ㆍ4분기 성장률은 1993년이후 8년만에 가장 낮은 수치. 반면 물가는 그런대로 안정세를보여 미국 연방준비위원회(FRB) 앨런 그린스펀 의장이 올들어 7번째로 금리 인하의 칼을 뺄 가능성이 높아졌다.

야당은 정부정책에 대해 ‘정육점주인이 심장수술을 하는 것과 같다’며 공세수위를 높이고 있다. 여당은 ‘나라를망친 한나라당이 어설픈 경제지식으로 훈수를 두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지만, 환자는 이미 죽어버리는 우를 범하지 않기위해선 환자를 살릴 처방을 놓고 여야가 머리를 맞대야 할 상황이다.

정부도 4ㆍ4분기부터 미국경제의 회복으로 국내경제가 잠재성장률(5%)을 달성할 것이란 장밋빛 전망에 사로잡히지말고, 민간의 의견을 수렴해 적절한 처방전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재계와 민간경제연구소에선 진념 경제팀이 금과옥조처럼 내세우고 있는 제한적 경기조절(추경,재정 및 공기업예산의 조기집행 등)로는 별다른 효과가 없다며, ▦국채발행 및 적자재정 확대 ▦금리인하 ▦대규모 사회간접자본 사업전개▦내수 및 소비활성화 등 강도 높은 경기부양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 주는 국내외적으로 거시경제지표가 잇달아 발표될 예정이어서 하반기 경제운용과 증시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미국의 경우 1일(현지시각) 전미구매자관리협회(NAPM) 제조업지수가 발표되고, 3일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경기선행지수가 공개될 예정이다.

OECD 경기선행지수의 경우 지난 6월 12개월만에 상승세로 돌아선 이후 2개월 연속 플러스로 나타난다면 미국 및 한국증시의 반등세를 연장시킬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금통위 콜금리 추가인하 여부에 관심 집중

2일 열리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실물경기 급랭을 막기위한 추가적인 콜금리 인하조치가 내려질지 여부도 시장의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전경련이 2일 내놓는 8월 기업경기동향 조사결과는 침체터널에서 고전하는 실물경제의 추락상을 확인하는 것이 불 보듯 뻔해낭보를 기대할 수 없다.

지난 6월 12억5,000만달러어치의 해외예탁증서(GDR)를 발행해 한숨 돌렸던 하이닉스반도체가 또다시 날개도 없이 추락하는반도체가격으로 생사의 기로에 서있다. 이번 주에 하이닉스반도체의 처리방안이 다시금 모색될 예정이지만, 채권단간 이견이 적지않아 난항이 예상된다.

여의도 증시는 기업들의 실적악화와 점점 불길한 조짐을 보이는 경기지표들이 장세를 짓누르고 있다. 하지만 미 2ㆍ4분기 성장률 추락에 따른 FRB의 추가금리 인하 기대감과2ㆍ4분기 기업실적 발표 종료에 힘입어 미국증시가 지난 주 후반부터 소폭 상승장세로 돌아선 것이 다소나마 희망을 주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증시를움직일만한 특별한 전환점이 없다는 점에서 이번 주도 500~570선에서 제한적인 박스권 등락을 보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의춘경제부차장

입력시간 2001/07/31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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