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은 제주국제자유도시, 왜?

도민 삶은 뒷전, 실효성ㆍ형평성 놓고 정부ㆍ여당 이견

민주당이 제주도를 국제자유도시로 개발하려는 거창한 계획을 내놨지만 제주도민과 관계 부처의 반발에 부딪쳐 한건주의란 비난을 사고 있다.

민주당의 계획안에 대해 정부는 실효성과 형평성에 의문을 보이고 있고, 도민들도 주민의 삶을 기반부터 흔들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민주당 제주국제자유도시 정책기획단(단장이해찬 정책위의장)이 7월26일 밝힌 기본계획안은 제주도를 관광ㆍ산업ㆍ물류ㆍ금융기능을 갖춘 ‘특별자치구’형태의 복합형 국제자유도시로 개발한다는 것.

1980년대 말 경제특구로 지정된 중국의 하이난다오(海南島) 개발 사례를 본 딴 기본계획안의 내용은 크게 3가지. 출입국 간소화와 제주공항 주변의 관세자유지역 설정, 첨단산업 유치를 위한 국제산업단지 조성 등이다.

이에 따라 제주도에 한해 그동안 불허됐던 쿠바, 필리핀, 네팔 등 15개국 국적자들의 무비자 입국이 점진적으로 허용될 전망이다. 아울러 중국인 관광객의 경우 무비자 입국시 체류기간을 현행 15일에서 30일로 늘리게 된다. 무비자 입국자들이 다른 지역을 관광할 경우에는 간이 비자발급 제도를 도입키로 했다.

공항 주변 관세자유지역은 지역지정 최소면적을 50만m²에서 10만m²으로 줄여 요건을 대폭 완화한다. 각종 세제혜택도 부여해 세액부과 시점부터 7년간은 전액면제, 다시 3년간은 50%감면해 줄 예정이다. 국제산업단지 조성을 위해서는 투자기업에 일정기간 법인ㆍ소득세 면제와 함께 장비ㆍ설비 도입시 관세면제 혜택을 주기로 했다.

민주당 계획안에 “졸속ㆍ한건주의 발상” 지적

기본계획안은 이밖에 내ㆍ외국인 상대 사후면세점을 신설하고, 행정기관의 영어공문서 작성 등을 통한 영어의 제2공용어화를 단계적으로 추진키로 했다.

나아가 교과과정도 타지역과 차별화 해 영어, 일본어, 중국어 회화교육을 강화하고, 외국인학교에 대한 내국인 입학자격을 철폐할 예정이다. 역외금융센터와 내국인 출입 카지노를 허가하는 것도 중장기 과제로 검토키로 했다.

민주당은 현행 제주도 개발특별법을 제주국제자유도시 특례법으로 전면 보완ㆍ개정한이 같은 법안을 8월 중 당정협의를 거쳐 오는 정기국회에서 처리할 예정이다.

여기에 따라 제주도도 본격적인 준비작업에 들어갔다. 도는 7월26일 도의회에 추진상황을 보고하는 한편, 정책조정을 위한 제주국제자유도시추진위원회와 사업을 집행할 제주국제투자개발공사를 설립토록 정부에 제안했다.

하지만 정작 제주도민들은 민주당의 기본계획안이 제주의 총체적 미래에 대한 비전으로서 타당성이 결여돼 있다는 비판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제주주민자치연대의 김상근 대표는 27일 “기본계획안이 단순히 외자유치의 극대화와 개방화, 자유화의 선도적 기지 구축이라는 경제적 시각에만 의존해 짜여졌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 대표는 특히 “이 계획안대로 개발사업이 추진될 경우 관광과 농업 등 제주도민의 삶이 기반부터 흔들릴 우려가 크다”고 강조했다. 국제자유도시 추진이 제주도에서 살아가는 제주도민들에게 어떤 이익을 가져다 줄 지 회의적이라는주장이다.

그는 계획의 졸속성과 한건주의 발상도 지적했다. 그동안 강조해 온 주민참여, 친환경 정책, 주민 삶의 질 고양 등 3대원칙이 실종됐다는 것이다. 그는 “민주당과 도 당국은 국제자유도시에 대한 명확한 개념과 모델을 설정해 타당성을 조사하고, 도민 의사를 충분히 수렴한 뒤 계획을 추진하라”고촉구했다.

배연해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1/07/31 14:39


배연해 주간한국부 seapower@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