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ㆍ전남 "남도 아닌데 합쳐?"

다시 고개든 행정구역 통합론, 지방선거 앞두고 최대 이슈 부상

광주시와 전남도 행정구역 통합문제로 ‘남도’가 달궈지고 있다. 고재유 광주시장과 허경만 전남지사가 최근 ‘원칙적 합의’를 함으로써 다시 불거진 시ㆍ도통합 문제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이 지역 최대 이슈.

두 광역자치단체와 주민 간뿐만 아니라같은 지역 주민 간에도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있어 관심이 높을 수 밖에 없다.

이는 해결책을 모색하는데 어려움이 클 것임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광주ㆍ전남 시도지사 “원칙적 찬성”

두 지역간 통합문제는 최근 한 지방방송 대담프로그램에서 고 시장과 허 지사가‘시ㆍ도 통합에 원칙적으로 찬성한다’고 밝힌 이후 급격히 부상했다.

특히 전남도가 청사 이전을 위해 부지매입 등에 막대한 사업비를 투입해 올 10월 착공을 앞둔 시점에서 갑작스럽게 등장한 통합문제는 그 동안 지역현안 속에 파묻혀 있던 ‘뇌관’에 불을 붙인 듯 거센 파문이 일고 있다.

허 지사는 대담에서 “광주ㆍ전남 공동발전을 위해 두 지역 통합이 최선의 대안이라는 믿음과 소신에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며 “두 지역 통합에 반대 입장을 견지해 왔던 광주시와 의회가 공식적으로 입장을 바꾸고 통합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법적 절차를 이행한다면 10월로 예정된 도청 신청사 건설사업 발주시기를 연기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에 고 시장은 “도청의 광주 존치를 전제로 한 통합에 찬성하며 시의회도 반대입장을 철회토록 하는 등통합에 필요한 절차를 이행하겠다”며 “두 지역 통합의 전제 조건인 시의회의 동의을 얻기 위해 10월 이전에 통합 안건을 부의하겠다”고 응답했다.

허 지사는 다음날 기자회견에서 “도청 이전은 차선책이고 시ㆍ도통합은 최선책이라는 생각으로 도지사직에 출마했으며 도청이전 추진은 두 지역 통합이 불가능 했기 때문”이라며 “통합이 가능하다면 손해를 감내하고서라도 시ㆍ도통합을 해 볼 생각이다”고 말했다.

고 시장도 “시의회와 조율을 통해 통합 결의를 이끌어 내겠다”며 “주민투표에 준하는 주민의견 조사 등을 거쳐 10월말까지 어떤 형태로든 결론을 짓겠다”고 화답했다.

광주ㆍ전남의 행정구역 분리는 86년 11월 광주시가 직할시로 승격하면서 시작됐다. 도청 이전문제는 93년 5월 김영삼 대통령의 ‘전남도청 이전 및 5ㆍ18기념공원 조성’ 계획이 발표되고 같은해 12월 전남도의회가 무안군 삼향면 남악리 일대로 신도청 소재지를 결정하면서 구체화됐다.

그러나 95년 7월 허 지사가 취임하면서 ‘전남도청 이전사업 중단 및 시ㆍ도통합 추진’을 선언하면서 통합쪽으로 선회하는 듯했다. 그러나 96년 12월 당시 송언종 광주시장이 ‘통합반대’를 천명하고 광주시의회가 ‘통합반대’를 결의함으로써 통합문제는 무산됐고 99년 1월 허지사가 ‘통합추진 포기 및 도청이전 재추진’을 발표하면서 도청이전사업이 시작됐다.

이로 인해 잠잠해졌던 통합문제는 2000년 12월 광주ㆍ전남지역 시민단체 대표와 유력 인사를 중심으로 ‘전남도청 이전반대 및 광주ㆍ전남통합추진위(통추위)’가 출범하면서 다시 등장했고 이번 고 시장과 허 지사가 ‘통합에 원칙적 합의’를 이끌어 냄으로써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선거 주요 이슈, 지역민 갈등 여전

‘도청이전-시ㆍ도 통합-도청이전’ 추진이 되풀이 되면서 도청이전 후보지인 무안과 목포를 중심으로 한 전남 서부지역과 여수와 순천 등 동부, 나주와 담양 등 중부지역, 광주 시민들간에 갈등이 불거졌고, 선거 때만 되면 중요 이슈로 부상했다.

특히 전남도청 이전사업이 진행되고 있는데다 내년 지방선거를 11개월여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등장한 통합합의를 두고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허 지사가 광주ㆍ전남통합에 원칙적으로 합의한 것에 대해 일부에서는 민선 지사취임이후 3년6개월 동안 통합을 추진해온 데다 도청이전에 따른 시ㆍ도민의 반대여론이 부담감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고 시장에게도 지난해말부터 통추위를 중심으로 한 통합여론이 급부상하고 있고 도청이전에 따른 도심 공동 현상에 따른 지역경제 활성화 대책 제시 등이 부담으로 작용했을것이라는게 일부 시민들의 여론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내년 선거를 앞두고 일정이 촉박해 사실상 통합이 불가능한데도 정치적 논리에 따라 갑자기 통합합의가 이뤄진 것은 정권창출 지역의 민심이 반이 심각해 여론은 한쪽으로 몰아가기 위한 고육지책의 일환이 아니겠느냐는 부정적인 반응도 나오고 있다.

시ㆍ도의회 이견, 통합까진 ‘멀고 먼 길’

두 단체장의 통합에 대한 원칙적 합의에도 불구하고 통합을 위해서는 먼저 광주시의회가 96년 11월 결의한 ‘통합반대결의’와 전남도의회가 99년 6월 제정한 ‘전남도청사무소 소재지 변경 조례’를 번복해야 한다.

또 광주시내 5개 자치구가 기초자치단체 지위를 잃게 되는 만큼 구의회 의결도 있어야 한다. 이어 시와 도가 중앙정부에 행정구역통합을 건의하면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국회의 특별법 제정 절차를 밟아야 한다.

그러나 시ㆍ도의원들간에 의견차이가 큰데다 사안의 비중으로 비춰 볼 때 두 의회에서‘통합 합의’를 이뤄내기에는 난항이 예상된다. 시의회는 이와 관련한성명을 내고 “통합문제는 국가적 정책사안이며 중앙정부와의 의견 조율 및 검토가 선행되어야 할 중대사”이라며 “시ㆍ도지사가민심의 소재와 시ㆍ도의회의 의견수렴도 거치지 않고 일방적이고 독단적으로 통합에 합의한 것은 유감”이라며 부정적인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통합논의로 양 지역간갈등이 깊어져 주민화합과 발전을 저해할 조짐을 보이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두 자치단체의 가시적조치와 병행하여 통합에 따른 장단점을 주민들에게 홍보하고 주민투표에 준하는 시민의견 조사를 실시한 뒤 시의회에 안건을 부의해 달라”고촉구했다.

한편 시는 25일 통합에 따른 시민의견 조사 등의 업무를 담당할 대책반을 구성해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갔다.

“정치논리” 부정적 시각도, 시민 동의 땐 급물살

허 지사가 “시와 의회가 통합에 대한 의지와 법적 절차를 밟으면 통합을 논의할 수 있다”고 통합문제의 공을 시와 의회로 넘기자 고 시장은 “시의회에 ‘통합반대결의 철회’를 요청하겠다”고 밝혀 시의회에 다시 공을 넘겼다.

이에 시의회는 시가 주민투표에 준하는 의견조사를 실시해 그 결과에 따라 의회에 의안을 부의해 주고 도지사는 도청이전 중단을 선언하고 도의회가 ‘전남도청사무소 소재지변경 조례 폐지’를 결의하는 등 가시적인 조치를 취해 달라고 또다시 시와 도, 도의회에 공을 넘겼다.

광주지역 국회의원들도 25일 “도청이전과 통합문제는 지역의 공동발전이라는 대원칙에 입각하여 먼저 시ㆍ도지사와 시ㆍ도의회가 진지하게 풀어야 할 사안”이라며 “국회의원들이 이 문제에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시민들은 ‘뜨거운 감자’인 통합문제를 시와 시의회, 도와 도의회 등 정치권에서 해결하기보다는 선거를 의식한 ‘책임떠넘기기식’ 말장난으로 ‘핑퐁게임’을 하고 있어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는 반응이다.

그러나 광주에 있는 여론조사기관이 6월 15일부터 4일간 광주시민 4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4.3%가 찬성하고 28.8%가 반대한 것으로 나타나 시의 시민의견조사 결과에서 시민 대다수가 ‘통합찬성’에 동의할 경우 통합을 위한 제반 절차는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박철현 광주시 자치행정국장은 “시민의견조사와 통합에 따른 제반 여건 등을 면밀히 검토하고 그 결과에 따라 중앙정부와 협의하는 등 제반 절차를 밟아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종구 사회부기자

입력시간 2001/07/31 14:43


김종구 사회부 sori@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