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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생활 속 현대철학과의 가벼운 만남

■ 한눈에 읽는 현대 철학(남경태지음/광개토펴냄)

예를 들어 ‘다음 사상가들과 그들의 철학적 입장을 서로 맞게 연결하시오’라는 문제가 있다 치자. 왼편에는 맑스ㆍ그람시ㆍ료타르ㆍ데리다ㆍ쿤등의 이름이, 오른편에는 헤게모니ㆍ해체주의ㆍ잉여가치ㆍ패러다임ㆍ욕망 등의 철학적 범주가 쭉 나열돼 있다.

서로 연관되는 둘 사이에 줄을 쭉 그어낼 수 있다면 당신은 대학 초년생 정도의 지식은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 문제는? ‘하이젠베르크, 보디리야르, 레비 스트로스 등 현대 사상가 각각의 철학적 입장을 짧은 문장으로 서술하시오’.

하이젠베르크는 불확정설, 보드리야르는 시뮬레이션 이론, 레비스트로스는 심층구조등 각각의 핵심적 주장을 중심으로 짚어 주자. 이 정도의 답안을 작성할 수 있다면 나름의 문제 의식이 생긴 대학생 수준이다.

그러나 포스트모던 시대. 그 정도만으론 부족하다. 예술도, 철학도 이제는 일상을 매개로 할 때만 유효하다.

예를 들어, ‘…어찌 되었든 재즈 열풍은 계속될 것이다. 재즈의 거품 같은 인기는 어떻게 해서 계속 유지되는 것일까? 왜 재즈를 잘 알지 못하면서도 이왕이면 ‘올 댓 재즈’라는 이름이 붙은 카페에 들어가야 하고…’라는 가벼운 진술이 더 이상 스트리트 페이퍼의 전유물은 아니다.

‘한눈에 읽는 현대철학’은 31인의 대표적 현대사상가를 선정, 특유의 정교한 이론 체계와 분석틀을 이 시대의 일상으로 치환시켜 풀어 나가는 책이다.

바로 위, 철학서적 속의 난데 없는 재즈 이야기는 프랑스의 현대철학자 피에르 부르디외가 내세웠던 ‘아비튀스’라는 개념을 쉽게 설명하기 위한 장치다. 현대 철학의 세속화이고, 현대 일상의 철학화이다.

잉여가치론(마르크스)에서 출발, 무의식(프로이트)ㆍ기표와 기의(소쉬르)ㆍ판단 중지(후설)ㆍ집단의식(융)ㆍ인식론적 단절(바슐라르)ㆍ언어 게임(비트겐슈타인) 등 현대 철학의 기본 개념이 전반부를 장식한다.

뒤를 잇는 현대적 개념들이 지적 호기심을 더욱 자극한다. 불확정설(하이젠베르크)ㆍ장기지속(브로델)ㆍ심층구조(레비스트로스)ㆍ패러다임(쿤)ㆍ포스트모던(료타르)ㆍ욕망(들뢰즈)ㆍ시뮐라시옹(보드리야르)ㆍ해체(데리다)등 문화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아니더라도 어디선가 분명 한두번은 들었을 분석 장치다.

학문적 담론의 수위를 너무 낮추지나 않았는지, 일상의 시선을 지나치게 틈입시키지 않았는지 하는 의혹은 책을 읽어 나가는 동안 말끔히 사라진다. 갈피를 잡기 힘들었던 현대 철학이란 결국 현대 일상의 또 다른 표현이라는 점을 깨닫게 한다는 점은 이 책 최대의 공이다.

지은이 남경태씨는 ‘인터넷, 디지털 문명이 열린다’ㆍ ‘1.5평의 문명사’ 등 역서를 비롯, ‘세계사 X 파일’ㆍ‘남경태가읽어주는 종횡무진 한국사’ 등 직접 쓴 독특한 역사서적을 통해, 역사 읽기의 즐거움을 줄기차게 전파하고 있다.

‘제국주의론’ㆍ‘공산당선언’ 등 좌익 원전을 번역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던 그는 사실 80년대 운동권 출신이다.

장병욱주간한국부기자 aje@hk.co.kr

입력시간 2001/08/02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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