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클리닉] 정관수술

정관수술이란 고환에서 생성되는 정자의 통로를 차단하여 주는 남성 불임수술로써 정확하게는 정관 절단술이라 한다. 이 수술은 1775년 영국 사람인 헌터(John Hunter)가 처음으로 보고하였으니 그 역사가 족히 200년은 넘는다.

지금은 수술의 목적이 가족 계획의 차원에서 시행되는 남성 불임수술이지만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한때는 '회춘'의 목적으로 시행되던 때가 있었다.

1920년 오스트리아 의사인 스타이나흐(Eugene Steinach)는 정관차단으로 정자를 형성하는 조직은 퇴화되는 반면에 남성호르몬의 분비는 증가된다고 주장하여, 한때 '회춘'을 얻고자 많은 사람들이 이 수술을 받았다.

세계적으로 가족계획의 방법으로 쓰이기 시작한 것은 1950년 이후이며, 우리나라에서도 1962년부터 적극적으로 시행되어 현재 약 200만명의 남성이 이 수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보편화된 수술인지라 대다수의 사람들이 피임의 방법으로 흔쾌히 정관수술을 택할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매번 콘돔을 사용하자니 번거롭고, 그렇다고 부인보고 수술을 하라고 하자니 '마누라 아낄줄 모르는 놈'이라고 면박받을까 두렵다.

하여 할수없이 자신이 수술받는 편이 제일이겠다 싶긴 한데, 또 한편으로는 이런저런 잡생각이 머리를 맴도는 것이다.

'정력이 떨어지면 어쩌지?' '어쩌면 불감증이 생길지도 몰라' '발기에는 문제가 없을까?...' 우스개 소리같지만 실제로 수술전에 많은 남성들이 한번쯤 고민했음직한 생각이다. 그렇다면 정관수술후에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정자의 운명은 어떻게되고, 수술에 따른 부작용은 정말 없는 것일까? 이제부터 정관수술과 관련된 몇가지 궁금증을 풀어 보도록 하자.

여성과 달리 남성의 성적 극치감은 귀두와 음경의 말초 신경이 자극을 받아 그 느낌이 절정에 이르렀을 때 사정액을 방출하면서 나타난다. 사정시분출되는 정액의 성분은 고환에서 생성되는 정자(아기씨)와 전립선과 정낭이라는 곳에서 배출되는 액체가 합쳐진 것으로 정관수술을 한다고 하여도 생명을 잉태케 하는 정자의 통로만 막을뿐 정액의 액체성분은 그대로 배출되게 된다.

따라서 성적 쾌감의 근원인방사(emission)작용에는 하등의 영향이 없기 때문에 수술후 불감증이란 있을 수 없는 낭설이다.

그렇다면 밖으로 배출되지 못하는 정자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나갈 길이 막혔으므로 더 이상 생성되지 않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수술후에도 정자 생성 공장인 고환에서는 하루에도 약 1억9,500만마리의 신제품을 끊임없이 만들어 낸다.

이 수없이 만들어 지는 아기 세포들이 차곡차곡 쌓이기만 한다면 아마 고환은 금방 폭발지경에 이르겠지만 바로옆에 있는 '부고환'에서 용해되고 흡수되는 과정을 겪는다. 이러한 정자 형성작용과 흡수작용은 수술직후부터 균형을 맞추기 시작하여 약 3-6개월이 지나면 완전한 밸런스를 이룬다.

앞서 잠깐 말했지만 한 때 '회춘'의 목적으로 정관수술이 유행했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이야 전혀 근거없는 이야기로 치부되었지만 그런 생각을 가졌던 것이 전혀 황당한 것은 아니다.

고환의 '정세관' 이라는 곳에서는 정자가 생성되는 반면 고환은 또 하나의 역할을 하고 있다. '정세관' 사이사이에 있는 '간질세포'에서 남성을 남성답게 만들어 주는 원천인 '테스토스테론'이라는호르몬을 생성, 분비하는 기능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호르몬은 정력이나 발기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테스토스테론의 혈중 농도가 저하되어있을 경우 발기부전, 정력감퇴, 전신무력감 등을 초래할 수 있다.

그러면 정관 수술과 이 호르몬의 혈중 농도와는 어떤 상관 관계가 있는가? 과거에는 정관수술로 인위적으로 정자의 통로를 막아버린 결과로 그에 대한 보상작용(negative feedback)으로써 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분비는 촉진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것이 회춘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생각의 이론적 배경이었다. 그러나 실제 수술전후 혈중의 호르몬치를 검사한 결과 더증가되지도, 그렇다고 감소되지도 않은 그대로의 수치가 나타났다.

즉 정관수술이 남성의 정력을 증가 시켜줄 수 있다는 과거의 생각도 낭설 이지만,수술후 정력감퇴나 발기력 저하가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추측도 전혀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아주 가끔은 남편이 분명히 정관수술을 했는데도 부인이 임신한 경우가 있다. 이럴 때 남편이나 부인 모두 황당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실제 정관수술후소수에서 예기치 않았던 임신으로 곤혹스러움을 겪을 수가 있다. 이의 가장 흔한 원인은 통로를 패쇄하였던 정관이 스스로 재개통 되는 경우이다. 원래정관이 비교적 재생력이 강한 조직이기 때문에 200명중 1명꼴로 다시 통로가 개설되는 현상이 나타나는데, 이때는 도리없이 재수술을 해야만 한다.

또 하나는 수술후 약 15회 정도는 반드시 콘돔을 착용하고 부부관계를 해야 하는데 이를 지키지 않았을 때이다. 수술전에 이미 정액속에 정자가 묻어있어 수술직후에는 임신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꼭 기억하여 원치 않는 임신을 피해야 한다.

입력시간 2001/08/07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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