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와 오늘] 푸틴의 속마음

“당신보다 10년후인 1952년 10월에 태어난 러시아 대통령인 블라디미르 푸틴인 나는 당신의 모스크바 방문을 둘러싸고 이곳과 세계의 언론이 쏟아내는 비평에 놀랍니다.

올해 2월 서울에서 나온 1만2,000원 정가의 ‘푸틴 자서전-문답으로 엮은 나의 삶 나의 길’의 주인공인 나는 특히 뉴욕타임스와 BBC의 보도를 보고 놀랐습니다.

나는 당신과 함께 서명한 모스크바 선언이 당신의 ‘엉뚱한 행동’ 때문에 진실로 받아 들이지 않는데 또 한번 놀랐습니다. 나는 이것이 내 권한에 속할지 모르겠지만 당신이 8월1일 들른 옴스크 도서관에 지난 5월20일 서울에서 발간된 정가 10만원짜리 이찬행이 쓴 ‘김정일’의 번역 축소 필름화를 못하도록 할 ‘작정 입니다.

옴스크 도서관은 세계적으로 여러가지 저서를 번역해 이를 마이크로 필름화 하는 것으로 유명 하며 당신은 ‘위대한 수령’인 아버지 김일성의 저작이 필름화한 것에 놀랐다고 전해 들었습니다.

내가 이번 당신을 초청한 것은 세계의 언론이 미국의 국가 미사일망 구축에 대한 옛 공산권의 단결이라고 보았지만 내 속마음은 그렇지 않습니다.

뉴욕타임스의 컬럼니스트 윌리엄 사파이어가 본 바로는 나, 푸틴은 사실상 별로 소용이 없는 미사일이나 핵무기의 보존 및 개발을 원치 않고 있으며 부시의 핵 및 미사일 일방적 감축에 찬동하고 있다는데 마음이 쏠려 있습니다.

나는 이번 선언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당신이 지난해 7월 약속한 2003년까지의 대륙간 탄도 미사일의 개발 및 시험의 중지를 확약받는 것이 첫번째 목적이었습니다.

이를 나에게 확약할 때에만 미국과의 협상이나 국교수립이 가능하며 일본과의 관계도 풀리게 됩니다. 당신이 모스크바로 떠나기전 미사일 개발은 자위권이라고 공언했기에 나는 내가 대통령이 된 후에 최초로 방문하는 국빈인 당신을 모스크바 역까지 마중 가지 않았습니다.

당신이 모스크바에 오기까지 21량 기차에서 150여명의 수행원에 휩싸여 느낀 러시아는 어떠했습니까. 당신은 출발하기전 ‘취미에 대하여 말한다면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은 인민들과 국민 속에 들어가 그들과 함께 지내는 것이다.

우리 인민들과 군인들이 어떻게 일하고 생활하는가를 알아보고 돌보아도 주며 그들과 어울려 이야기도 나누고 고락을 같이 하는 것이 나의 가장 큰 보람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모스크바에 오기까지 9일간 바이칼 호에 손을 한번 적셨을 뿐 러시아 인민이나 러시아 한인 동포는 누구도 만나지 않고 검은 장막이 처진 방탄 차량 안에서 지냈습니다.

당신의 10만원 짜리 책인 ‘김정일’에는 당신의 출생이 당신이 지나온 시베리아의 비야츠코예가 아니고 ‘백두산 밀영’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나는 이 사실을 믿지 않습니다. 당신은 지난해 7월 내가 평양에 갔을 때 ‘제3국이 인공위성 발사를 지원하면 위성발사를 중지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나는 평양 방문 직후 열린 일본의 8국 정상회담에서 당신의 대륙간 탄도 미사일 개발 중지를 전했습니다. 그런데 10월의 한국 신문 발행인들과의 대담에서 당신은 나에게 ‘농담 했다’고 했습니다.

당신은 러시아 시민이 뽑은 레닌의 요리사 손자인 나, 푸틴 대통령을 그렇게 봅니까. 이찬행의 1,245쪽의 긴 책에는 당신이 피상적으로 노동신문, 중앙방송에 쏟아낸 이론은 있어도 인민을 기피하는 속마음은 없는 것 같습니다.

나는 당신을 맞으면서 이제는 소비에트였던 옛 소련이 러시아로 바뀌면서 인민이 시민이 되었음을 실감 했습니다.

당신이 모스크바에 도착한 것은 8월3일 오후였습니다. 이 때는 모스크바 시민이 교외 별장으로 열차로 떠나는 시간. 당신 때문에 역은 3시간 동안 폐쇄되었습니다. 대중지 브래야는 ‘수만 명이 김정일 도착으로 불편을 겪었다.

역이 폐쇄된 것은 1917년 북 코커서스와의 전쟁이후 처음이다. 우리 대통령도 아니고 외국 대통령 때문에 역이 통제 되는 것이 말이 되는가’라고 분노했습니다. 로시아스카 가제트 지는 ‘블편과 손실에 대해 적절한 사과와 보상이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뉴욕 타임스는 당신이 러시아 탄생 후 외국원수로는 첫번째로 레닌묘를 참배한 것을 두고 ‘옛날 공산주의 시대로의 회귀’라고 표현했습니다.

저팬 타임스는 ‘당신은 모스크바에 가 고양이와 생쥐 노릇을 번갈아 하는 외교술을 버리라’고 충고 했습니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강압의 정치에서 화해의 정치로 바꾸라’고 권고했음을 명심하십시오.”

입력시간 2001/08/07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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