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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ME] 미국 부모들 "물질 주의 이젠 그만"

많은 부모들은 응석을 너무 받아 주는 바람에 아이들이 망가졌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일부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지나치게 ‘오냐오냐’하는 풍토를 바꾸려고 애를 쓰고 있다.

우리 시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믿기 어려운 실화가 있다. 플로리다주에 사는 올해 17세의 칼라 와그너은 오후 내내 독한 술인 테킬라를 마시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의 골드카드로 계산을 하고 가게를 나섰다.

그리고 고급 승용차인 아우디를 전속력으로 운전하면서 휴대전화까지 걸었다. 사고가 났다. 롤러브레이드를 타고 있던, 16세의 우등생 헬렌 마리 위티를 친 것이다. 와그너에게 음주운전에다 살인혐의까지 적용됐다.

와그너는 지금 재판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더욱 어처구니 없는 일이 생겼다. 와그너의 부모가 판사에게 매년 그래왔던 것처럼 이번 여름을 프랑스 파리에서 보낼 수 있도록 해달라고 부탁한 것이다.

와그너와 동갑이며 같은 주(플로리다)의 비슷한 동네에 살고 있는 아리애나는 ‘망가진 10대의 대명사’로 묘사한 지방신문의 지면을 통해 와그너 소식을 전해 들었다.

아리애나는 1년전쯤 16세 생일선물로 스포츠카를 간절히 받고 싶어했다. 2,000달러(260만원 상당)짜리 카티에르 시계를 차고, 1만달러나 들인 침실을 가진 아리애나 입장에서는 스포츠카도 충분히 기대해 볼만한 생일선물이었다.

그러나 아리애나의 부모는 불현듯 이대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 그의 부모는 아리애나가 우수한 성적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병원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마친 뒤에야 차 선물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기로 했다.

아리애나도 이 같은 부모의 방침에 수긍했다. 아리애나는 “부모 세대에는 10대 때 차를 가진다는 것이 ‘빅딜(big deal)’이었지만 요즘에는 벤츠 급이 아니면 특별한 선물 축에 끼지 못한다”면서도“이제 우리 부모님이 그 동안 잃어버렸던 반 물질주의 정신을 되찾으려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2차 세계대전 직후 출생한 베이비붐 세대(1945~1955년 사이에 태어난 7,600만명에 달하는 미국인. 워낙 이 세대의 인구가 많아 베이비붐 세대가 인생의 새로운 단계에 진입할 때마다 미국 경제에 큰 소용돌이가 일어났다.

이들은 현재 아리애나의 부모처럼 중ㆍ고생과 대학생 자녀를 둔 중년층으로 미국 사회의 중추라고 할 수 있다)는 미국 역사상 최초로 물질문명의 풍요를 만끽한 사람들이다. 그러나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들은 부모 세대보다 한 술 더 뜨고 있다.


버릇 나빠진 어린이들

타임과 CNN이 최근 실시한 합동여론조사에 따르면 80%에 달하는 국민은 요즘 어린이들이 10년이나 15년 전 어린이보다 버릇이 더 나빠졌다고 응답했다. 그리고 부모의 3분의 2 가량은 자신들의 자녀가 버릇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고급 상점가나 연주회장, 음식점에서 보호자도 없이 제멋대로 돌아다니는 어린이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이 어린이들은 어른들로부터 ‘안돼’라는 말을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것같이 행동하고 있다.

또 텍사스 주 휴스턴에서는 밍크코트를 차려 입은 7살짜리 어린 소녀 50명을 위해 2만달러짜리의 거창한 파티가 열렸고, 일리노이 주의 한 초등학교에선 학생들이 규율을 따르도록 유도하기 위해 사탕과 장난감 요요를 주고 있는 실정이다.

극단적인 경우를 예외로 치더라도 요즘 부모들은 상당수가 지나치게 아이들 위주로 자녀를 키우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걱정도 많이 하고 있다. 자녀 교육의 가이드 라인은 어디이며 어떻게 설정해야 할 것인지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점심 값으로 20달러가 적당한지에서부터 부모의 권위를 손상당하지 않는 범위에서 아이들에게 잘 해줄 방법은 없는 것인지에 이르기까지 자녀 교육과 관계된 모든 것에 확신이 없다.

요즘 경기가 나빠지는 바람에 부모들이 자식들의 청을 거절하는 명분이 생겼다. 월 스트리트 저널 지는 이 같은 현상을 경제적으로 해석, 아동산업의 불황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미국의 전체 소비는 둔화되고는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증가세다.

그러나 어린이와 관련된 각종 소비는 감소하고 있다. 월 스트리트 저널 지의 조사에 따르면 응답한 어린이의 12%가 최근 몇 달 사이에 용돈이 깎였다. 침체된 경기 탓도 있겠지만 우리 아이들을 이대로 키워서는 안되겠다는 부모들의 자성도 한 몫을 한 것 같다.

할리우드(영화)와 닌텐도(게임)를 상대로 이길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부모들이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 아이들이 아무 곳이나 가고, TV를 무한정 보는 것쯤은 제동을 걸 수가 있다.

또한 통금을 적용하고, 집안의 허드렛일을 할당하거나 저녁식사는 가족과 함께 하도록 지도하는 것도 방법이다. 전문가들은 자녀에게 필요한 것은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신용카드가 아니라 시간과 애정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인기배우 데비 레이놀즈의 딸인 캐리 피셔는 “얼마전 9살인 딸 빌리를 위해 성대한 생일파티를 열었다”며 “앞으로는 이런 파티를 다시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날 피셔는 딸 빌리가 친구들에게 ‘우리 집 풀장이 너희 집 풀장보다 크다’고 자랑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피셔는 코끼리를 선물한 자신이 애들의 허영심과 물신주의나 조장하는 바보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피셔는 빌리에게 새로운 룰을 따르도록 했다. 이에 따라 공주처럼 살아온 빌리는 이제 자기 방을 자신이 직접 청소하게 됐다. 딸 빌리는 그 동안 자기 방을 어지럽혀 놓고 돌아와 보면 항상 깨끗하게 정리가 되어 있어 요정이 와서 방을 정리해주는 것으로 알았다.


자녀에게 필요한 것은 물질이 아니다

마이애미에서 실내장식업을 하고 있는, 두 10대의 어머니인 뉴리 페리아는 아이들방을 꾸미는 데 혼신의 노력과 엄청난 비용을 들였다.

아파트 한 채 만큼 큰 방에다 초대형 TV, 인터넷과 연결된 컴퓨터, 냉장고, 음향기기, 비디오 게임기기, 가죽소파 등을 설치했다.

풀장만 없을 뿐 방안에 모든 것을 갖추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디자이너로서 아이들이 세련된 집안 분위기를 체험해 체득할 수 있도록 할 생각이었다”는 페리아는 그러나 요즘 생각이 180도 바뀌어 고객에게 어린 자녀를 위해 대형 침대를 사주거나 디즈니풍으로 침실을 꾸미지 말도록 조언하고 있다.

물론, 자녀에게 물질적으로 모든 것을 해주다가 규율과 근로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쪽으로 자녀교육방침을 선회한 가족들은 과도한 탐닉을 누리고 있는 아이들과 함께 생활해야 한다.

만약 이웃집에 이런 아이들이 산다면 자녀들에게 이웃집 아이가 비록 식사 직전에 단 과자를 먹더라도 당신의 자녀는 먹으면 안 된다고 일일이 설명을 해야 할 것이다. 매사를 설명하고 설득시키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이 같은 설득은 자녀에게 중요한 메시지가 된다. 단순히 단 것을 먹으면 이빨이 상한다는 수준이 아니라 아빠와 엄마는 ‘너의 건강을 항상 걱정한다’는 사랑의 신호가 된다.

특히 친구들과 다르게 행동해도 결코 이상하거나 잘못된 자세가 아니라는 자신감을 자녀에게 심어주게 된다.

가족이 가까울수록 자녀들은 각종 유해환경에 쉽게 빠져들지 않는다. 16살 생일선물로 스포츠카를 받지 못했던 아리애나는 마침내 차를 가지게 됐다. 지난 6월 학교를 우등생으로 졸업하고 가을(미국의 신학기는 통상 가을)에는 손꼽히는 명문 여자대학인 웰스리에 입학한다.

아리애나의 어머니는 “그 동안 애들한테 너무 많은 것을 줬다”며 “우리 부부는 딸이 승용차를 부모로부터 그냥 받는 것이 아니라 좋은 일을 한 대가로 받게 하고, 또 갖고 싶다고 조를 때 사주지 않고 기다리게 한 것이 무척 잘한 결정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우리 부부에게 가장 소중한 부분은 지금 숙녀가 된 우리 꼬마 아가씨가 도전을 통해 더욱 성장할 수 있는 능력의 소유자란 사실을 확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입력시간 2001/08/07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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