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사극 '상도' '대망', 인기PD·작가 대결도 관심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한 사극은 무엇일까? MBC에서 지난해 방송한 ‘허준’ 이다. 그리고 사회적 신드롬까지 일으키며 역대 시청률 4위를 기록한 프로그램은? SBS ‘모래시계’다.

‘허준’을 제작했던 이병훈 PD와 최완규 작가가 손을 잡고 사극 ‘상도’를 만들고 있다.

‘상도’는 한국일보에 연재된 뒤 책으로 출간돼 100만부 넘게팔린 최인호 소설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다. ‘여명의 눈동자’ ‘모래시계’로 한국 드라마사를 새로 쓴 김종학 PD와 스타 작가 송지나가 손잡고 만드는 사극은 SBS‘대망’이다.


'이병훈·최완규'vs '김종학·송지나'

사극 열풍이 불고 있는 요즘 최고의 연출가와 작가가 만드는 경제 사극이 방송전부터 화제가 되고 있다. 두 작품 모두 조선후기 시대의 상인들을 다룬 것이다. ‘상도’가 개성 상인 임상옥에 초점을 맞춰 제작되는데 비해 ‘대망’은 보부상을 소재로 한 사극이다.

1977년 ‘타국’ 이후로 사극으로선 두번째로 해외 촬영을 하는 등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는 ‘상도’ 는 10월부터 방송될 예정이다.

‘상도’는 조선조 최고의 거부로 순조때 인삼무역으로 만금의 돈을 모은 임상옥(1779~1855년)의 일대기를 다룬다. 임상옥은 미천한 장돌뱅이 신분에서 3품 벼슬의 귀성부사까지 오른 파란만장한 생애의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이병훈 PD는 “ ‘허준’이 엄청난 인기속에 끝난 뒤 곧바로 사극 준비에 들어갔다. 일단 왕조사극은 피하고 인물사극을 만들기로 결정하고 작가 최완규씨와 숙의를 했다.

거론된 인물로는 단원 김홍도와 거상 임상옥이었다. 화가를 극화하는 것은 드라마의 완성도면을 기하기가 너무 어려워 임상옥을 모델로 한 ‘상도’를 만들기로 결정했다.” ‘상도’의 드라마화 배경을 설명한다.


'상도'악전고투 속 야심찬 해외촬영

7월 28일부터 8월 1일까지 4박 5일 일정으로 중국 베이징 ‘비등중국제작유한공사’에서 촬영한 ‘상도’에는 임상옥 역을 맡은 이재룡과 그를 사랑하면서도 결혼에 이르지 못한 다녕역의 김현주, 장미령역의 한희 등 연기자 30여명이 참여했다.

이번 베이징 해외 촬영은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40도가 오르내리는 찜통더위에 연기자들 뿐만 아니라 제작진도 녹초가 됐다.

“사람 없어! 사람 찾아와!” 이병훈 PD의 목이 잠기기 시작한다. 중국인 엑스트라 200여명중 일부가 날씨가 무더워 세트장으로 숨어버리는 일이 자주 벌어졌다. 5시간 동안 한장면만을 촬영하는 등 악전고투였다.

촬영속도가 늦어지자 통역을 거쳐 중국인들에게 지시하던 이 PD는 직접 극본에 ‘안징’(조용히) ‘준베이’(준비) ‘카이스’(시작) 등 촬영에 필요한 중국 단어들을 적어놓고 지시를 했다.

중국인 복장을 한 김현주가 나타나자 엑스트라를 비롯한 세트장의 중국인들은 탄성을 자아냈다. “참 예쁘다.” “사실적인 연기를 한다” 등 칭찬이 이어졌다.

중국인들은 한국 대중문화 열풍으로 한국 탤런트 한 두명 씩은 알고 있었다. 특히 안재욱 김희선 HOT의 위력은 대단했다.

이번 ‘상도’ 중국 촬영은 중국CCTV 세트장과 비등중국제작유한공사 두군데서 진행됐고 산해관 자금성 등 일부 경치 장면을 촬영했다.

목이 쉰 이병훈 PD는 ‘상도’의 제작방향에 대해 “매회 1~2가지씩 돈을 버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고 매회 2~3회 웃기고 1~2번은 울리겠다.

그리고 경제 사극도 유익하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올바르게 돈벌고 쓰는 방법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정도를 걸으며 돈을 벌고 말년에는 모든 재산을 자식에게 물려주지 않고 사회에 환원한 임상옥을 경제인의 모델로 제시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 베이징 촬영장에서 만난 이재룡은 “ ‘허준’을 의식하니 부담스럽다. 최선을 다해 ‘허준’의 인기를 부활시키겠다. 임상옥이라는 인물을 최대한 사실적으로 표출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상도’에는 남녀 주인공에 이재룡, 김현주가 캐스팅됐고 김유미 한희 홍은희 등 신세대 연기자와 이순재 정보석 김용건 박인환 주현 맹상훈 이희도 등 연기파 중견 연기자들이 대거 출연한다.

이번 ‘상도’ 역시 KBS대하사극 ‘태조 왕건’처럼 반영구적인 세트장을 세워 관광상품화를 꾀한다. 충남 금산을 비롯해 5개 지역에 대형 세트장을 건립하고 있다.


'대망' 코믹·액션이 어우러진 현대판 사극

송지나씨가 극본을 쓰고 있고 충북 제천 등에 세트를 짓고 있는 ‘대망’은 올 말이나 내년초에 방송될 예정이다.

김종학 PD는 “조선 중ㆍ후기를 배경으로 하지만 현재에서 거듭 반복되고 있는 경제문제를 심층적으로 다룸으로써 의미있는 경제 사극의 전형을 제시하고 싶다”고 기획의도를 밝힌다.

‘대망’은 심각하고 무게가 있는 기존 사극과 차별적으로 코믹과 액션이 버무려진 현대판 역사극으로 제작할 계획이고 현대적 영상을 활용할 예정이다.

또한 보부상들이 주로 활동했던 육의전, 포구, 점촌, 화전민부락, 광산촌 등 당시 시대상과 밀접한 세트들을 역사적 고증을 거쳐 제작중에 있다.

실존인물 임상옥을 다룬 ‘상도’와 달리 ‘대망’의 등장인물은 송지나의 상상력이 발휘해 허구로 만들어낸 사람들이다.

두뇌회전과 재치로 개성상단을 이끈 박재영, 과거급제로 호조에 들어가 주요 경제 정책을 입안한 박시영, 개성상인의 딸로 지혜와 탁월한 경제감각을 물려받고 박재영의 애인이 되는 최동희 등이 중심인물이다.

10월부터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며 9월까지는 주요한 인물 배역에 캐스팅 작업을 완료할 예정이다.

스타 PD와 작가가 만드는 경제사극 ‘상도’와‘대망’은 방송전부터 이례적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모처럼 안방극장을 찾는 두 경제사극이 시청자로부터 어떤 평가를 받을지 궁금하다.

베이징=배국남 문화과학부기자

입력시간 2001/08/07 19:49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