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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가 수상하다] 미국에 굴복한 한전?

정부 밀어붙이기 “IMF 이면합의” 주장도

“민영화가 곧 경쟁도입이라는 등식은 성립될 수 없다. 한전 분할매각은 결국 해외매각, 국제 독점자본의 전력산업 지배다.”(한신대 김윤자 교수)

“아직 한국의 전기회사는 덩치가 클수록 가격을 내릴 수 있는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분할ㆍ민영화하면 전기요금이 오를 뿐 결코 내릴 수 없다.”(서울대 김태유 교수)

“한전에 비효율성이 있다면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전문경영인을 도입하는등 대책이 필요하다. 한전 매각은 국부유출 문제가 있으므로 신중하게 처리해야 한다.”(민주당 조성준 의원)

한전의 분할 민영화 정책에 대한 반론은 기본적으로 민영화가 정부의 주장과는 반대로 소비자 부담을 늘리고, 전력산업의 해외종속을 초래한다는데 근거하고 있다.

이와는 달리 한전 민영화정책이 IMF 이후 한미투자협정 체결 과정에서 있었던 이면합의의 결과라는 주장도 적지 않다. 이면 합의설은 당시 외자 끌어들이기에 바빴던 정부가한전 등 공기업 민영화를 미국측에 약속했다고 보고 있다.

산자위 소속 한나라당 안영근 의원은 지난 2월 ‘전력산업구조개편은 미국에 대한 굴욕외교의 결과물’이라는 보도자료에서 이 같은 주장을 했다. 안 의원은 여기서 한미투자협정에 나섰던 정부의 입장이 1998년 8월 이후 5개월만에 크게 바뀌었다며 미국의 요구에 굴복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미투자협정 중 문제가 된 부분은 내국민 대우 조항에 부속된 ‘유보조항’이었다. 유보조항은 외국인의 국내기업 소유지분 한도가 폐지되지만, 양자 합의에 따른 특정 기업이나 업종에 대해서는 내국민 대우를 유보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정부는 당초 전기사업(발전, 송배전,변전, 방사성 폐기물관리, 핵연료)을 유보대상에 포함시켰다. 하지만 미국의 강력한 개방요구가 있은 다음 정부는 유보안을 수정ㆍ축소하는 것으로 크게 물러섰다. 이렇게 되자 당초 주요 공기업 해외매각에 반대하던 산자부도 입장을 번복해 공공발전사업에 대한 외국인 지분을 자유화하겠다고 표명했다.

안 의원은 정부가 미국측 요구에 굴복함에 따라 20여개 정부투자기관 및 배전, 변전사업, 천연가스 도매업이 정부보호의 울타리를 벗어나게 됐다고 주장했다. 안 의원은 정부가 이같이 5개월만에 입장을 바꾼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특정분야가 유보조항에서 제외되려면 국내기업이 생존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고, 공공성을 유지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하는데 전혀 그런 조치가 없었다는 것이다.


외국 전력회사 한전에 군침

한전 민영화는 배경이 무엇이든 해외다국적 기업으로는 군침의 대상이다. 우선 한국의 전력 소요가 2015년까지 매년 1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추산되기 때문이다. 선진국 전력시장규모 확장이 연 3% 정도에 그치는데 비하면 한국은 엄청난 성장시장이다.

한전 자체가 매우 양호한 기업이라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올해 한전의 부채비율은 100% 정도에 불과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200%를 넉넉히 충족하고 있다. 아울러 총 요소생산성은 세계 35개 주요 전력회사중 4위(1998년), 노동생산성은 세계 1위(1997년)를 기록한 바 있다.

외국 전력회사의 한전 사냥은 이미 시작됐다. 미국의 텍사코, 엘파소, 엔론, AES, 미란트를 비롯해 영국과 호주계 회사가 한국진출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이야기다.

한전이 더 이상 한국기업이 아닐 경우 돌아오는 부담은 일반 제조업체나 유통업체와는 차원이 다르다. 한국경제의 자율성이 구속당하고, 그 영향은 일차적으로 소비자가 받게 된다.

배연해 주간한국부 기자 seapower@hk.co.kr

입력시간 2001/08/08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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