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시대의 신종· 이색 직업] 디지털 삐에로 박경열

꿈과 낭만을 전하는 마임 아트스트

박경열(21)씨는 항상 웃는다. 슬플 때나 아플 때도 그는 항상 웃는다. 정확히 말해 그가 아니라 그의 얼굴이 웃는다. 박씨는 세상사에 지치고 찌든 사람들에게 밝은 미소를 전해주는 디지털 삐에로다.

국내에서 삐에로는 그리 흔한 직업이 아니다. 이들의 주 무대는 대학축제, 개업 행사, 스포츠 개막식장 같은 이벤트 행사장과 신촌이나 강남 같이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레스토랑이나 카페촌이다.

고1때 아르바이트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어엿한 전문인이다. 국내에는 박씨와 같은 삐에로가 서울에만 무려 500여명이 활동한다.

박씨의 장기는 풍선 인형 만들기. 오색의 막대 풍선을 가지고 순식간에 바니 핑크팬더 트위티 등 깜짝한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비롯해 하트 꽃 칼 자동차 등 못 만드는 게 없다. 작품을만들 때마다 입에서는 쉴 새 없이 재미나는 새나 동물의 소리를 낸다.

박씨는 이벤트회사에 소속돼 있지만 프리랜서로도 여러 행사장을 다닌다. 현재는 압구정동의 호프집 페페(PePe)와 로바다야키집 토끼(Toki)에 주 3일씩 나간다.

하루 일당으로 12만원을 받는다. 예전에는 일당이 30만원을 육박한 적도 있지만 지금은 경쟁이 치열해져 수입이 많이 줄었다.

“남들을 즐겁게 하는 직업이지만 단순한 삐에로가 아닌 마임을 하는 아티스트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어린이들에게는 꿈과 희망을, 젊은이들에게는 낭만과 사랑을 줄 수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 큰행복입니다.”

송영웅 주간한국부기자

입력시간 2001/08/08 15:49


송영웅 주간한국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