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미국 메이저리티의 속살을 들쳐본다

■ 누가 미국을 움직이는가

(소에지마 다카히코 지음/신동기옮김)

소련 연방 붕괴 이후 미국은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으로 군림하고 있다. 세계 정치ㆍ외교 무대의 리더이자 우월한 군사력을 앞세워 세계경찰 국가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1990년대 초부터 인터넷 정보통신(IT) 분야에서도 종주국으로 부상한 미국은 그 막강한 경제력을 앞세워 현대문화의 중심지로서의 지위도 자임한 지 이미 오래다.

미국 정계 인사의 말 한마디에 중동과 동남아에선 국지전으로 수십명이 사망하고, 미 경제계의 미세한 흐름에도 세계 경제가 휘청거린다. 이제 세계의 중심은 아메리카로 집중돼 있다.

이런 시기에 미국을 아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특히 ‘21세기 대제국’을 움직이는 파워 엘리트 그룹이 누구인가, 그리고 그 제국을 좌지우지하는 실질적인 사상 구조가 어떤 것인지를 파악하는 것은 필수다.

이점에서 미국 정치 및 시사평론가이자 민간 국가전략가인 소에지마 다카히코가 쓴 ‘누가 미국을 움직이는가’(들녘 펴냄)는 한번쯤 주목할 만한 책이다.

이책은 미국을 이끌어가는 핵심 정치인과 지식인 400명을 이념, 사상, 학풍, 인맥, 정당 등을 중심으로 철저히 해부한 전략 보고서다.

그간 일본인이 간과해 온 팍스 아메리카의 핵심 코어를 알려줌으써 초강대국 미국을 어떻게 이해하고 대응해야 할 것인가를 제시한다. 저자는 반미도 친미도 아닌 중도적 입장에서 미국의 존재를 인정하고 이를 분석한다.

이 책에서 저자가 보는 미국 정치가와 지식인의 사상 구조는 크게 세가지다. 첫번째가 정치 이데올로기로서 보수파와 자유파. 부유층과 백인들의 지지를 받는 보수 성향의 공화당과 서민 및 유색 인종들의 힘을 받는 진보성향의 민주당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 간다.

두번째는 종교 종파의 문제다. 저자는 높은 지성과 합리적 지식을 가진 미국 지식층들도 이 범위를 넘기 어렵다고 말한다. 마지막이 인종 또는 민족적 성향이다. 영국계 프로테스탄트에서부터 유대계, 아일랜드계, 독일계, 이탈리아계, 아프리카계, 동아시아 인종 등 다양한 인종들이 보이지 않는 파워 그룹을 형성한다고 말한다.

이 책은 1980년대 이후 미국에서 일어난 ‘레이건 데모크라트’에서 시작된 글로벌리즘과 반글로벌리즘의 계속적인 반전의 정치적 흐름을 핵심 인물을 통해 설명해 준다. 한 예로 빌 클린턴이 대통령이 된 것도 반글로벌리즘 발흥에 위기를 느낀 뉴욕 금융과 재계 인사들의 작품이라고 분석한다.

또한 존 F. 캐네디의 암살도 사실은 아일랜드계 출신인 캐네디가를 견제하려는 미국 최대의 백인 상류 세력 층인 와스프(WASP)계급과 관련이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아직도 미국의 정치가나 언론, 심지어는 지식인들 마저도 캐네디 암살에 얽힌 배후 문제를 낱낱이 밝히기를 거부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처럼 강력한 파워를 가진 미국이지만 내부적으로 스스로 모순을 갖고 있는 나라가 바로 미국이라고 이 책은 말한다.

이 책은 일본인들의 대미 로비의 치밀함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한편 보다 유리한 여건에서도 이렇다 할 네트워크를 구축하지 못해 고민하는 우리 정부의 대미 전략에도 경종을 울리고 있다.

송영웅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1/08/14 11:05


송영웅 주간한국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