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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카페(70)] 사이보그와 함께 한 여름

한국에 세계최초의 사이보그가 왔다. 필자는 지난 주말에 있었던 ‘8월의 크리스마스 강연(로봇의 등장)’을 주관하면서 사이보그인 케빈 워릭교수와 여러 날을 함께 했다.

일본과 한국에서 그와 함께 하면서 나누었던 이야기를 간단히 정리해 보았다. 그는 1998년 8월 자신의 왼쪽 팔에 동전 크기 만한 길이의 가느다란 실리콘 칩을 이식했다.

그리고 이 칩을 통해서 문이 자동으로 열리고, 컴퓨터에 가까이 가면 컴퓨터가 켜지며, 전열기가 켜지는 등의 실험을 9일간 계속했다. 그리고 그 이후 칩을 제거했다. 어떤 신체상의 부작용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후 그는 더 이상 사이보그가 아니었다.

재미있는 것은, 대개 신체에 외부물질을 삽입하면 신체조직이 거부반응을 보이지만 그는 이식한 칩이 마치 자기 몸인양 느껴졌다고 한다. 그리고 칩이 몸 속에 있을때는 늘 컴퓨터와 교신이 가능하기 때문에 컴퓨터와 자신이 아주 가까운 존재라는 느낌을 가졌다고 한다.

그래서 칩을 제거했을 때는 칩과 컴퓨터가 자신에게서 멀어진 듯한 느낌 때문에 슬픈 감정마저 들었다고 한다.

이런 그의 경험에서, 단순한 외부물질의 이식이 아니라 인간과 기계의 완전한 결합에 대한 강한 잠재력을 읽을 수 있다. 다행히도 칩으로 인한 심각한 오작동은 없었다.

다만, 방송출연 때문에 BBC방송국에 갔을 때, 옆에 있던 비디오기계가 갑자기 켜지는 사건이 발생했고, 꺼도 다시 켜지고 꺼도 다시 켜지기를 반복했다고 한다.

하지만 분명 방송국의 비디오 기계는 이식한 칩과 무관했었다. 그래도 그는 칩의 오작동으로 인해 자신이나 외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서 솔직히 시인한다.

그런데, 오는 11월이면 워릭 교수는 더욱 획기적인 실험에 돌입한다. 자신의 팔 뿐만 아니라 다른 여성(부인 또는 자원자)의 팔에도 새로운 실리콘 칩을 이식하고 이 칩을 신경계와 직접 연결하는 이식수술이다.

그래서 한 사람의 감정이 칩을 통해서 다른 사람에게, 그것도 이성에게 보내진다면 과연 어떤 느낌이 만들어질 지에 대한 실험을 하게 된다. 말이나 몸짓 등 겉으로 드러나는 방법이 아닌 신경신호의 교신을 통한 사람끼리의 전혀 새로운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하는 것이다.

만약 이것이 가능하다면, 신경계통의 질환인 파킨슨씨병이나 뇌질환의 경우 칩을이용해 적절한 신경신호를 뇌에 보내서 병을 완화시키거나 치료할 수도 있게 된다.

한국의 재활공학연구센터에서 처럼 신체장애인을 위한 의족기술에도 응용, 의족을 뇌신호로 조절하는 기술의 개발도 가능하다.

물론 오용으로 인한 윤리적 문제는 경계할 일이며, 그도 인식하고 있다. 그보다 그는 11월의 이식수술에 대한 위험성에 대해서 편안한 마음은 아니다. 2개월 동안의 실험동안, 신경계와 연결된 실리콘 칩이 자신의 정신작용에 어떤 오작용을 일으킬지 모르기 때문이다.

자칫 정신병자가 될 수도 있는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고, 담당 의사조차도 오작용에 대한 예측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새로운 발견을 위해서 그는 스스로를 엄청난 위험 속에 희생하려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의 딸과 아들은 아버지의 이러한 실험에 대해서 적지 않은 염려를 하고 있다고 실토했다. 그는 사이보그를 통해서 보다 높은 단계의 인간이 되고싶다고 고백한다. 인간이 가진 부족한 면을 보충하고 기존의 기능이나 지능을 한 단계 높여서 상위 개념의 인간 종이 되고 싶다는 것이다.

인간의 자기 향상을 위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뇌와 관련된 첨단기술이 도입되고 자칫 기계가 사람을 통제하게 되는 현상이 일어난다면 이는 전혀 다른 문제다. 그래서 동료 로봇공학자들은 로봇공학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만들고 있는 그를 가끔 비판하기도 한다.

11월이면 다시 사이보그가 되는 그의 실험이 성공하기를 빌며, 그것이 인간복지와 인류의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활용되기를 바랄 따름이다. 물론 그의 실험결과에서 사회 윤리적 문제성이 다분한 것들은 영원히 X파일로 남았으면 하는 바람도 강하다.

입력시간 2001/08/14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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