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이·조시대' 넘어 이창호 독주시대로

이창호의 '미완성의 승리- V100'⑨

이른바 이조(李曺)시대-. 이창호와 조훈현의 성(姓)씨를 따 '이조(李朝)시대'를 연상케 하는 뜻으로 패러디 하여 불렀다. 90년대 초반은 그렇게 '이조시대'로 굳어져 가고 있었다.

41연승의 신기록을 작성하자 이제 이창호를 2인자로 부르기를 주저하는 사람들도(그들은 유창혁도 있고 서봉수도 있고 아직은 이창호를 2인자라고 부르기는 뭐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제는 거리낄 이유가 없어졌다.

지금도 기록으로 남아 있는 41연승은 참으로 기록적인 기록이다. 그 이전까지는 연승기록에 대한 체계조차 없었던 한국기원은 호들갑을 떨면서 과거 기록을 들추어내었다. 그 결과 조훈현의31연승이 최고기록으로 알려졌는데 다시금 김인이 68년도에 40연승을 세운것으로 알려졌다.

그 즈음에 김인이 43연승을 세웠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정밀검사를 해본 결과 40연승으로 밝혀졌다.

이 얼마나 아슬아슬한 기록인가. 그리고 사람들은 41연승 기록을 앞으로 깨어지지 않을 기록이라고 믿었다. 다시금 이창호를 능가하는 천재소년이 나온다면 또 모르지만.

긴급좌담회가 열렸다. 정동식 김수영 정수현 등 바둑계 사정에 밝은 이들을 중심으로 41연승에 대한 정리정돈차원에서 좌담회가 열렸다. "일본의 불멸의 기성인 슈샤쿠(秀策)가 17세에 수책류(秀策流)포석으로 일본바둑계를 휩쓸던 때 19연승을 기록한 바 있는데 시대의 차이는 있지만 나이나 대국내용 등을감안했을 때 슈샤쿠를 능가하는가 싶다."(정동식)

"이창호의 강점은 꼬집어 지적할 특징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 다만 심리적 여건이 경지에 이른 것 같다. 우칭위엔(吳淸源) 선생이 바둑이란 기량과 더불어 마음 공부가 갖춰져야 한다고 하는데, 이창호는 심리적으로 안정되어 있어 실수를 적게 하고 정확하게 수를 읽어간다."(정수현)

"일본 최고 기록은 린하이펑(林海峰)의 24연승이고 한국은 비공식기록이지만김인의 40연승도 있었는데 린하이펑이나 김인이나 공통점이라면 체력이 좋다는 것이다. 이창호도 체력이 좋다는 점을 들고 싶다. 김인 린하이펑 이창호의 공통점은 체력이 좋다는 것이다."(김수영)

10년도 더 된 좌담회의 일부를 떼어낸 것이지만 이창호를 4단 시절인 15세 꼬마를 이토록 바둑가는 꿰뜷어 보고 있었다. 슈사쿠와 대등하게 본 정동식의 발언은 꼬맹이 이창호를 너무 띄워주는 게 아닌가 하고 당시에는 반문한 적도 있었지만 돌이켜보면 하나도 틀린 말이 없다.

그리고 체력문제를 꼬집은 김수영도 어김없이 옳은 지적이었다. 그 이전까지 소위 '천재의 계보'라면 호리호리한 몸매에 날카로운 눈빛을 소유하여 약간은 신경질적인 외모를 하고 있어야 한다는 믿음을 '구시대적 사고'라면 이창호처럼 풀어진 눈과 비대한 몸매는 많은 이들이 우습게 볼 계제였던 것이다.

서봉수 9단은 유일하게 이창호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독설가 서봉수는 솔직 담백하여 알고 있는 사실은 털어놓아야 속이 풀리는 사람이다. 서봉수는 당시 이창호에게 5연패를 하고 있는 등 성적이 좋지 않았는데, 이창호와 둘 때면 끝내기의 순서와 계산이 끝나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했다. 조훈현도 인정했다는 사실이다. 이창호가 끝내기를 잘한다는 사실을.

정동식의 이창호 대망론은상당히 앞서 나갔다. 그는 당분간 조훈현 이창호가 대등한 관계를 가되 그 다음은 이창호 독주시대를 예상했다. 그 이유는 나중에 알게된다.

[뉴스화제]


세계 유일의 국가대항 단체전인 제3회 농심 신라면배에 출전할 한국선수 5명중 4명이 확정되었다.

8월8일 한국기원 본선대국실에서 벌어진 이번 농심 신라 면배 국내선발전 최종예선에서 이창호 9단, 조훈현 9단, 최규병 9단, 최철한 3단 등 네 명의 기사가 마지막 관문을 통과해 대표선수로 발탁되었다.

이중 최철한 3단은 지난 대회에서도 초반 3연승을 거두는 등 한국 우승의 견인차 역할을 한 바 있어 신라면배와 인연이 깊다.

이날 대국에서 이창호 9단은 목진석 5단에게 255수만에 흑 불계승을 거뒀으며, 조훈현9단은 '저단 반란'의 주역이었던 송태곤 2단을 262수만에 흑 11집반로 대승을 거두고 대표권을 획득했다.

최규병 9단은 이세돌 3단을 맞아 284수만에 백 불계승을 거두는 기염을 토했으며, 최철한 3단은 홍민표 초단을 282수만에 백 1집반으로 꺾고 역시 대표자격을 얻었다.

일간스포츠가 주최하고 농심그룹이 협찬한 이번 대회 본선에는 예선을 통과한 4명과 추천 1명(미정) 등 모두 5명의 기사가 출전하게 되며, 본선1회전은 오는 10월 13일부터 중국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한편 와일드카드로는 현재 유창혁 9단과 최명훈 8단이 유력하다.

* 대회일정

1차전: 2001년 10월13~19일 (중국기원)

2차전: 2001년 11월25일~12월2일 (농심 사옥)

3차전: 2002년 1월30일~2월4일 (중국 상하이)

입력시간 2001/08/14 15:01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