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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전망대] 경기 '추락' 소비마저 '꽁꽁'

계절의 시계에는 좀처럼 오차가 없다. 입추가 지나면서 한낮의 땡볕과 한밤의 습한 열기도 기세가 완연히 꺾였다. 황금물결로 넘쳐날 가을의 들녘을 떠올리면 괜히 마음도 넉넉해진다.

하지만 우리 경제는 풍성한 가을걷이 기대와는 거리가 멀다. 안팎의 여건을 영글게하려는 갖가지 노력과 장치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투입되지만 결실의 조짐은 여전히 찾기 힘들다.

특히 2분기 성장률이 2.9%에 그치는 등 올 경기상황이 심각해지자 정부는 내부적으로 3단계 비상계획을 준비 중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지난 주의 화두가 주로 경기부양, 즉 감세와 재정지출 확대 방안이었다면 금주는 구조조정과 관련된 큰 뉴스들이 대기하고 있다.


현대투신ㆍ대우차 매각 가닥 잡힐 듯

우선 1년 가까이 끌어온 현대투신증권 매각협상이 이르면 주말, 늦어도 내주 초엔 타결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 관계자는 “안건회계법인과 영화회계법인의 현대투신 실사결과에 대한 정부와 AIG측의 최종합의 문제가 남아있지만 조만간 AIG와 우리 정부가 출자규모와 방식 등을 한묶음으로 타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AIG가 1조1,000억원, 정부가 9,000억원(증권금융채권, 현대그룹이 내놓은 2,000억원 상당의 유가증권, 공적자금)을 출자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

진념 부총리가 “이제 남은 것은 ‘협상’이 아니라 ‘결심’뿐”이라고 각오를 내비친 대우자동차 매각 문제도 조만간 해결의 가닥을 드러낼 전망이다.

핵심고리는 역시 부평공장의 매각대상 포함여부. 노조 등의 반발을 의식, 정부와 채권단은 일단 부평ㆍ군산ㆍ창원 공장의 일괄매각 방침을 유지하고 있지만 “비난을 받더라도 매각작업을 조기에 마무리하겠다”(진념 부총리), “부평공장은 청산가치가 존속가치보다 훨씬 높다”(정건영 산은총재)는 얘기들을 뜯어보면 일괄매각을 고집하지 않는다는 쪽으로 정부입장이 정리된 것으로 봐야 할 것 같다.

대안으로는 부평공장을 다른 자동차회사에 위탁경영하고 이 공장의 생산물량을 GM이 판매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연구개발 등 추가적인 투자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부평공장의 독자생존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현재 생산중인 차종(레간자 매그너스 라노스)이 단종될 경우 문을 닫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정부가 헐값 혹은 파행 매각 비판이나 노조반발을 뛰어넘겠다는 의지를 과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실행에 옮기기까지 넘어야 할 산은 높기만 하다.

9월말까지 퇴출심사를 마무리해야하는 1,544개 상시신용위험기업 중 7월분 심사대상 300곳 안팎에 대한 평가결과도 주중 발표될 예정이다. 6월에는 102개 기업을 심사, 18곳이 퇴출대상으로 분류됐으나 이번에는 두 배 규모인 30~40개 기업이 퇴출될 것으로 알려졌다.

증시에 영향을 미칠 뉴스로는 8월21일로 예정된 미 FRB 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결정. 미국의 유명 이코노미스트와 애널리스트들은 FOMC가 올들어 7번째로 0.25%포인트의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미 12개 지역 연방은행의 지역 경제동향 조사(베이지북) 결과 제조업 위축이 부동산 등 다른 산업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고 실업률, 산업생산 등의 주요 지표도 계속 적신호를 보내는 만큼 적극적인 경기대응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서다.

또 14일과 15일 발표될 7월 소매판매와 산업생산 역시 전달보다 각각 0.2%, 0.3% 하락할 것으로 전망돼 FRB의 선택여지는 더욱 좁다.

이에 따라 미국 증시엔 이미 금리인하 재료가 반영되고 있으며 관심은 오히려 “FRB가 과연 어디까지 금리를 내릴 것인가”에 모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 세계적 경기침체의 그늘에서 벗어나있던 중국의 주가가 최근 두 달 동안 40%나 하락하고 중국 수출의 40%를 차지하던 광둥성의 수출이 급감하고 있는 것도 주의 깊게 지켜볼 대목이다. 중국도 결국 글로벌 경제의 틀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증시, 콜금리 인하 등 잇단 처방 불구 ‘미동’

지수 550선대에서 지루한 횡보장세를 거듭하고 있는 국내 증시에선 콜금리 추가인하, 기대, 투신권으로의 시중 부동자금 13조원대 유입, 정부 재정지출의 3분기 집중 등에 따른 유동성 장세기대가 적지않으나 대부분의 애널리스트들은 “실물부문의 실적호전 없이는 추세반전의 모멘텀을 찾기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개별종목 장세는 가능해도 큰 장은 없다는 것이다. 투자자들로선 16일 공개될 상반기 기업실적을 유심히 지켜봐야겠지만 실적호전이 미리 반영된 종목의 경우 발표 때 매도세가 쏟아질 가능성도 크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 같다.

정책뉴스로는 지난 주 여야 경제정책협의회 합의사항에 대한 당정 후속대책, 특히 대규모기업집단 지정 기준을 자산순위에서 자산규모로 개편하는 구체적 방안이 주중 마련된다.

공정위와 재벌간의 눈치싸움도 그만큼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광복절 다음날인 16일 발표될 7월 실업률은 전달과 같은 낮은 수준(3.3%)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임금인상률 하락과 제조업 및 서비스부문 취업자 감소로 인해 이 같은 실업률이 민간소비 확대로 이어지기에는 힘이 부치는 실정이다.

6개월 뒤의 소비성향을 나타내는 소비자기대지수는 지난해 12월부터 회복세를 보이며 6월에 100을 넘어섰으나 7월엔 다시 나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수출, 산업생산, 설비투자 등이 모두 하락세인 상황에서 소비심리마저 재차 얼어붙는다는 얘기처럼 우울한 뉴스는 없다. 열매를 얻기까지 감내해야 할 인내가 너무 쓰다.

이유식 경제부차장 yslee@hk.co.kr

입력시간 2001/08/14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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