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항공시대를 여는 주역들] “내 목숨은 버려도 조종사는 구한다"

공군 특수부대 레드 베레 ‘제6탐색구조전대’

공군에는 붉은 베레모를 쓴 특수부대가 있다. ‘레드 베레’로 불리는 ‘제6탐색구조전대’다. 레드 베레의 주임무는 적지에 떨어진 조종사를 구해오는 것이다. 한 명의 조종사를 양성하는데 드는 비용과 시간, 조종사가 갖고 있는 방대한 양의 정보가 적의 수중에 들어가는 것을 막는 임무다.

6전대를 찾아가면서 한 가지 의문이들었다. 적지에 추락한 조종사를 찾아냈지만 도저히 데리고 나올 수 없는 상황이라면 어떻게 할까. 조종사가 적의 고문에 못이겨 주요 정보를 자백할 가능성이 있는데. 과연 이 상황이라면 조종사를 ‘중립화’시켜야 할까.


'언제 어디서든' 목숨 건 조종사 구조

6전대 김영봉 원사의 대답은 간단했다.“무조건 구출해 나와야 한다. ‘내 목숨은 버려도 조종사는 구한다’는 것이 6전대의 부대정신이다.”

전투조종사와의 관계는 당연히 좋을 수밖에 없다. 조종사와 간혹 회식이 있으면 술값은 예외없이 조종사 몫이라고 보아도 좋다. 조종사와 6전대원은 풍기는 인상부터 다르다. 스마트한 조종사에 비해 6전대원은 한결같이 맹수같이 강인한 이미지를 풍긴다.

6전대는 특별한 특수부대다. 여타특수부대의 임무가 죽이고 파괴하는데 있는 반면, 6전대는 살려내는 것을 임무로 한다.

‘언제 어디서든! 생명구조!’(Any time Any place!Saving a life!)가 6전대의 구호다. 그래서 6전대 장비창고에는 사람 살리는 장비가 더 많다. 전시에는 조종사 구출, 평화시에는 민간사고 구조활동이 이들의 일이다.

6전대 대원은 전원이 구조의 달인이다. 응급처지 능력은 기본중의 기본이다. 6전대 장비창고 한 쪽에는 ‘애니’로 불리는 인형이 누워있다. 인형 내부에 전자센서가 장착돼 있어 사람과 동일한 반응을 한다. 대원들은 애니를 이용해 평소에도 응급처지 훈련을 되풀이 한다.

6전대 대원은 항공구조사로 불린다. 항공구조사는 전원이 부사관으로 구성돼 장교와 일반 병이 없다. 구조임무를 실질적으로 지휘하는 중대장은 준위가 맡는다. 장교가 있지만 부대지휘관과정보, 작전분야로 임무가 국한돼 있다.

항공구조사는 선발기준이 까다로워 아무나 될 수 없다. 우선 키가 170cm 이상, 교정 전 시력이 1.0 이상 이어야 한다. 항공구조사는 공군 부사관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수영과 운동에서 뛰어난 사람만 골라 뽑는다.

선발됐다고 해서 모두 항공구조사가 되는 것은 아니다. 1년간의 가혹한 훈련을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탈락율은 60%가 넘는다. 전원 탈락한 경우도 있었다. 훈련내용은 조종사가 추락할 수 있는 모든 상황을 감안한다.

응급상황에서의 각종 치료법은 기본이고, 탐색구조비행, 고공강하, 스쿠버, 장거리 수영, 산악행군, 암벽등반, 생환훈련 등은 필수다.

기본양성교육을 거치면 실무훈련이 계속된다. 최소 2년 정도의 반복숙달 훈련을 거쳐야 실전에 투입된다.

하지만 5년차 항공구조사도 졸병에 속한다. 6전대 작전에는 헬기가 필수적이다. 작전의 최소 단위는 5명이다. 헬기 조종사와 부조종사, 항공구조사 2명, 정비사 1명으로 구성된다. 조종사가 추락한 지역과 상황에 따라 병력과 장비가 달라진다.

작전은 출동비상벨 소리와 동시에 시작된다. 비상대기조는 주간에는 15분, 야간에는 30분만에 헬기로 이륙한다. 추락한 조종사가 보내오는 위치 신호를 향해 적의 레이더를 회피하며 계곡으로 초저공 비행한다.

목표지점에 다가가면 우선 무장한 항공구조사들이 레펠로 지상에 내려온다. 이어 조종사를 확보한 항공구조사의 신호에 따라 헬기가 머리 위 10여m 상공으로 접근한다.

조종사를 매단 밧줄이 끌어올려지는 동안 항공구조사들은 주변을 경계한다. 이상은 가장 간단하고 편안한 작전이다.

조종사가 적에 포위됐거나 해상에 떨어졌을 때, 산악지대 암벽 위에 고립됐을 경우에는 임무가 어려워 진다. 구조임무는 신속성과 은밀성이 생명이다. 야간임무에서 구조헬기는 무조명ㆍ무통신에 야시경을 이용한 계곡비행이 원칙이다.

6전대는 1958년 창설됐다. 전쟁이 없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적지 구조임무는 없었다. 그렇다고 이들이 평시에도 일이 없는 것은 아니다. 훈련 중 추락한 전투기 조종사 구조는 물론이고 각종 민간인 사고, 천재지변 수습까지 항공구조사의 임무에 속한다. 이를 위해 6전대는 전국 3곳에 24시간 긴급대기조를 운영하고 있다.


1958년 창설, 눈빛으로도 통하는 진한 전우예

6전대가 지금까지 각종 사고에서 구조한 인명은 4,000명이 넘는다. 항공기 사고구조 169명, 선박조난구조 70여명, 수해구조 3,769명, 환자공수 269명 등이다.

여름이면 6전대는 비상대기 때문에 주말이 없다. 그래도 요즘은 119구조대가 있어 부담이 덜어졌다고 한다. 조난구조 외에 항공기로 이동하는 VIP 경호와 구조대비도 6전대의 몫이다.

6전대 중대장 최인순 준위에 따르면 항공구조사의 평균 복무기간은 14년이 넘는다. 일단 중사로 진급한 대원은 거의 전역하지 않고 계급정년 등에 걸릴 때까지 근무한다. 숙련도가 높은것은 당연하다.

6전대의 작전능력은 합동훈련을 벌이는 미 공군 항공구조대에 전혀 뒤지지 않는다. 소수 정예인 항공구조사는 전우애가 남다르다. 문경호상사는 “항공구조사의 전우애는 부부 이상”이라고 자부했다.

문 상사는 “10년 이상 함께 생활한 우리는 눈빛으로도 서로의 속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의 결집력은 전역자 모임인 ‘항공구조사회’에서도 잘 나타난다. 항공구조사회 김영남(42ㆍ상사예편)회장에 따르면 지금까지 전역한 총 70명 중 사망한 2명을 제외한 전원이 전우회에 참가하고 있다.

항공구조사회 회원은 소방, 경찰, 항공사 보안승무원,경호원 등 전문직 종사자가 많다. 회원들은 각종 사고와 환경보호 등에 자원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6전대의 헬기 소음은 전투조종사에게는 생명의 소리다. 전투조종사의 빨간 마후라는 항공구조사의 레드 베레와 색깔이 비슷하다. 그들은 동반자다.

배연해 주간한국부 기자

김명원 사진부 기자

입력시간 2001/08/14 19:12


배연해 주간한국부 seapower@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