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에 휩싸인 사회] 인천공항 특혜 시비…외압 실체는?

공항 개발사업 '특혜의혹' 시비, 로비 사실로 드러나

‘로비와 개인적인 외압만 있었나?’ 반전을 거듭하던 인천공항 유휴지 개발 사업 특혜시비는 치열하게 경쟁을 벌인 두 업체가 모두로비를 벌인 혐의가 있는 것으로 검찰의 수사에서 드러났다.

8월 12일 현재까지 수사로는 그렇다. 검찰은 업체의 로비과정에서 관련자들이 금품을 수수했는지 여부에 대해 계속 수사중이다.


‘역특혜’ 의혹으로 반전에 반전 거듭

이번 사건은 ㈜에어포트72컨소시엄이 제시한 토지사용료 1,729억원의 5분의 1에도 못미치는 325억원을 제시한 ㈜원익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데 대해 강동석 공항공사 사장이 이상호 개발사업단장 등 2명을 보직해임 했을 때까지만 해도 원익측의 로비에 의한 것으로 보여졌다.

그러나 “강 사장이 에어포트72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도록 압력을 행사하고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 국중호 행정관(부이사관)이 전화를 했다”는 이 전단장의 폭로가 이어지면서 사정은 반전됐다.

그런데 주요 평가항목인 토지사용료가 당초 계획과 달리 석연찮게 누락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상황은또 달라졌다. 토지사용료 산출 근거 등을 제대로 제시하지 않은 원익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이 ‘원인무효’일 가능성이 커 ‘역특혜’ 의혹이 불거진 것.

이에 따라 검찰은 외압여부와 로비여부 등 두갈래 방향으로 수사를 진행, 일단 두 업체의 로비혐의와 개인 차원의 외압 혐의를 밝혀내고 이 전단장과 국 전 행정관에 대해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공무상비밀누설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의 국 전행정관에 대한 영장청구는 “자체 조사한 결과 청탁이나 압력을 행사한 적이 없다”는 청와대의 발표와는 배치되는 것이다.

야당은 ‘제2의 옷로비사건’ ‘에어포트게이트’라고 규정하면서 “몸통을 건드리지 않기위한 희생양 삼기”라고 공세를 취하고 있다. 이 사건도 전례로 보아 수사 결과발표 이후에도 정치권의 공방이 계속 될 전망이다.


산출근거 다른 토지사용료 부분

의혹의시발점인 토지사용료 부분을 보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원익측은 당초 325억원(재심의때 307억원 추가)을 제시한 반면 에어포트72는 1,729억원을 써내고도 관리ㆍ운영ㆍ건설 부문 등의 평가 항목에서 뒤져 2순위로 밀렸다.

토지사용료가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선 원익은 개발면적을 유휴지 전체 122만평중 노른자위 땅인 64만평으로 제한했고, 에어포트72는 전체를 대상지로 삼았다.

그러나 원익은 골프장 등을 개발하는 총투자비를 에어포트72보다 68억원 많은 1,309억원을 산정했다.

수익산출을 위한 골프장 내장객 분석에서도 차이가 났다. 45홀 규모의 골프장을 개발하는 원익은 연간 17만3,000명(18홀 기준 6만9,200명)으로, 72홀을 개발하는 에어포트72는 연간 32만4,693명(18홀 기준8만1,173명)으로 각각 전망했다.

이를 기준으로 원익은 2004년부터 2020년까지의 총매출액을 1조1,880억원 당기순 이익을 2,892억원으로, 에어포트72는 총매출액 1조2,356억원 당기순이익 3,685억원으로 각각 추정했다.

이 같은 자료를 토대로 각계 전문가 11명으로 구성된 평가단은 지난달 10일 평가회의에서 원익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평가단은 또 공사측의 요청으로 같은달 16일과 28일 2차례 재심의를 가진뒤 원익에 대해서는 종합토지세 등 제세공과금에도 못미치는 액수(당초 325억원)를 제시한 점을, 에어포트72 (1,729억원)에 대해서는 ‘재무모델의 신뢰성이 의문시 되므로 (토지사용료) 부담의지를 검증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같은 문제점들 때문에 평가단은 사업수행능력이 앞서는 것으로 판단된 원익을 재차 선정하면서 추후 협상과정에서 공사의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후속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을 첨부했다.

평가단 한 관계자는 "당시 공항공사도 수긍했는데 왜 이런 사태가 빚어지게 됐는지 이해가 안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외압시비의 발단이 됐던 이 전단장과 강 사장의 상반된 주장들을 정리해 볼필요가 있다.

이씨는 “강 사장이 유휴지 개발에 응모한 6개 업체에 대한 평가 작업을 하루 앞둔 지난달 9일과 10일 두차례에 걸쳐 에어포트72가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될 수 있게 배점을 변경하도록 요구했으나 지난 3월 투자자모집 공고를 하면서 평가 배점까지 함께 공개했기 때문에 수정이 불가하다는 원칙론적 입장을 고수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강 사장이 지난달 16일 재평가를 요청 하는 자리에서 평가위원 4명에게 ‘사장 직권으로에어포트72를 선정하겠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이보다 나흘전에는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 국중호 행정관이 전화를 걸어와 ‘강 사장과는 얘기를 충분히 했으니 2순위업체인 에어포트72를 잘 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폭로했다.

그는 나아가 “강 사장이 이 문제가 커질 것으로 예상했는지 지난달 20일 도덕적 책임을 지고 사퇴하면 공항공사가 최근 지분을 인수해 대주주가된 열병합발전소 관리운영회사인 인천공항에너지㈜ 사장 자리를 주겠다고 회유했다”고 주장했다.


“강사장이 회유”, “졸속처리 문책” 주장

이에 대해 강 사장은 공사 경영개선을 위해서는 토지사용료를 많이 제시한 업체가 선정되도록 배점을 했어야 하는데도 이 전단장 등은 그렇지 못했기 때문(1,000점 만점에 100점)에 보직 해임했다고 밝혔다.

강 사장은 또 “재평가를 요구하는 자리에서 사장 직권으로 2순위 업체를 우선협상대상자로 결정할 수 있는지 법률적 자문을 구하겠다고 말한 사실은 있어도 특정업체를 선정하겠다고 한 적은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특히 “이 전단장이 6개 응모업체중 모사에 대해서는 사소한 부분을 문제삼아 결격처리했으면서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원익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대했을 뿐만 아니라 응모업체에 대한 사업제안서 평가도 14일간 할 수 있도록 돼있는데도 하루만에 끝내는 등 졸속 처리했다”고 심사의 공정성에 의문을 표시했다.


원익ㆍ에어포트72 모두 ‘줄 대기’

이 전단장과 강 사장의 주장에 따르면 외압의혹 부분은 에어포트72에, ‘역특혜’의혹은 원익컨소시엄에 비중이 있다.

에어포트72는 대통령 아들인 김홍일 의원의 처남인 윤흥렬씨가 대표로 있는 '스포츠 서울21'이 최대지분(32%)으로 참여하고 있다.

윤씨는 97년 대선에서 DJ캠프의 홍보팀을 맡았으며, 98년 4월 대한매일의 전신인 서울신문 전무로 기용됐다가 99년말 대한매일에서 분사된 스포츠서울21의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했다.

원익컨소시엄은 삼성물산이 9%의 지분을 참여하고 있고 삼성의 지주회사 격인 에버랜드가 골프장 설계ㆍ시공ㆍ운영을 맡기로 협약을 체결한 상태다. 게다가 51%의 최대지분으로 참여하고 있는 ㈜원익의 최대주주가 삼성물산 부회장을 지낸 이모씨와 처남ㆍ매부 지간이기도 하다.

지난해 매출액이 466억원 규모인 ㈜원익이 자본금 570억원에 투자금 1,340억원의 컨소시엄에 51%를 투자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지금까지 검찰의 수사에서 드러난 것은 두 업체 모두가 로비를 했고 그 대상이이 전단장과 국 전행정관이라는 것이다.

또 국 전행정관이 개인차원의 외압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이 전단장은 ‘토지사용료 누락’ 등 변경된 선정기준을 80여개 개발사업 참여 대상 업체에게 알려주지 않았고, 강 사장이 수익성에 비중을 두라는 지시했는데도 실현 가능성에 중점을 두라고 지시한것 처럼 말해 공정한 심사를 방해했으며, 강 사장과 윤씨 등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이다.

국 전행정관은 7월 이 전 단장과의 전화통화에서 “에어포트72가 심사과정서 유리하도록 해달라"고 청탁하고 에어포트72 컨소시엄 임직원인 친구로부터 입수한 정보로 강 사장과 이 전단장에게 전화하는 등 직위를 이용해 취득한 정보를 활용한 혐의(공무상비밀누설 및 업무방해)를 받고 있다.

검찰은 로비혐의가 드러남에 따라 업체들과 이 전단장, 국 전행정관간의 금품수수 여부를 밝히기 위해 계좌추적을 벌이고 있다. 검찰은 이번 사건의 파장 등을 우려 청와대의 자체조사 결과를 뒤엎는 등 신중을 기하고 있으나 관련자들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 법정에서의 공방이 치열할 전망이다.

손석민사회부기자

입력시간 2001/08/16 11:12


손석민사회부 herme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