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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ME] 케니디家 3세들이 움직인다

미국 정치계의 여원한 귀족, 정계입문 움직임 활발

‘가족사업’이 손짓을 하자 케네디 가문의 3세대는 가문의 이름을 활용해 빛나는 사업전통(정치)을 이어가기 위해 뛰기 시작했다.

케네디란 이름만 들어도 사람들은 정치를 떠올린다. 언론도 케네디 가문 출신 후보라면 특별한 이유도 없이 선두주자로 꼽는다. 다른 후보자들도 지레 겁을 먹고경쟁을 포기하려 한다. 선거자금은 케네디 가문 출신 후보에게 쏟아져 들어온다.

그러나 지난 주에 이런 공식을 깨는 정반대의 일이 벌어졌다. 시카고 선 타임스는 윌리엄 케네디 스미스(39)가 거주지이며 민주당 강세 지역인 시카고 북부지역에서 연방하원으로 출마할 것을 고려중이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스미스는 측근을 통해 자신이 연루됐던 강간사건(1991년 플로리다주 팜비치에서 메사추세츠 상원의원인 에드워드 케네디 의원 및 그의 아들 패트릭과 함께 지내던 날 밤에 발생한 강간사건에 연루됐다가 무혐의 처분을 받음)을 유권자들이 용서할 것인지, 아니면 아예 그 사건을 잊고 있는지를 조심스럽게 파악했다.

시카고의 명문 사학인 노스웨스턴 의대 물리의학과 부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스미스는 대인지뢰 반대의사협회를 결성하는 등 대인지뢰 철거 운동가로 활발한 활동을 벌여왔다.

하지만 출마 타진설이 터져나온지 3일만에 스미스는 뒤로 물러섰다. 그러나 그는 “언제가 그 명예로운 자리에서 좋은 경험을 쌓고 싶다”며 여운을 남겼다.

출마에는 낙선이라는 큰 위험이 따른다. 스미스나 그의 무적함대 같은 집안(케네디 가문 중 낙선한 식구는 캐슬린 케네디 타운센트 단 한명 뿐이다) 역시 이 위험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케네디 가문의 ‘응수타진’이 올들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스미스는 5번째였다.


여전한 케네디 향수

케네디 가문 식구 중 4명이 이미 정계 입문을 선언했다. 두 명은 주지사를, 두 명은 의원직을 향해 뛰고 있다. 4명 모두 승리한다면 케네디 가문의 정치인은 지난해 상원의원으로 손쉽게 재선된 에드워드 케네디를 포함해 5명으로 늘어난다.

많은 미국인이 태어나기 전에 전성기(존 F. 케네디가 대통령이었던 60년대 초반. J.F.K.는 63년 암살됨)를 구가한 ‘왕조’치고는 괜찮은 성적표다.

얼마전 J.F.K.의 부인이었으며 영부인이기도 했던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의 전시회를 보기 위해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 모인 55만9,000명에 달하는 엄청난 인파는 케네디 향수가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마치 연례행사처럼 가을만 되면 쏟아져 나오는 케네디 가문과 관계된 책들(예를 들어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의 애송시, 저자는 큰 딸 캐롤라인)도 케네디 가문의 불사조 같은 위력을 보여준다.

이런 전시회와 서적들은 이미 유명을 달리한 J.F.K. 재키(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 R.F.K.(로버트 F. 케네디.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유세하다 68년 암살됨), J.F.K.주니어(J.F.K.와 재키의 아들로 99년 비행기 추락사) 등 일대를 풍미했던 케네디 가문의 식구들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케네디 가문의 3세대들은 케네디란 이름만으로도 대중을 휘저을 수 있었던 선대의 마술봉을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다.

오히려 케네디 가문의 후광이 그들을 질식시킬 수도 있다. 그래서 3세대들은 케네디 가문의 신화와 바뀐 현실을 절충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알고 보면 케네디 가문도 그 동안 위축되어 왔다.

후손들의 능력 탓에다 정치 여건까지 바뀌었기 때문이다. 케네디 가문의 3세대들은 대부분 유권자들의 허락을 받을 필요가 없는 비선출직 공공서비스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존케네디의 아들인 윌 스미스는 미국에서 광산을 금지시키는 운동에 뛰어들었고, 로리 케네디는 가난과 탐욕, 인권 등을 주제로 한 영화들을 제작하고 있다.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는 지난 달 신문의 머릿기사를 장식했다. 푸에르토리코와 인접한 비퀘스 섬에서 미군의 군사훈련을 항의하기 위한 집회에서 저지선을 넘어섰다가 체포돼 수감됐기 때문이다.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는 감옥에서 6번째 자녀의 출산소식을 전해 듣고 새 생명의 이름을 아이단 카오만비퀘스 케네디로 지어주었다.


가문의 신화와 현실 절충에 안간힘

그렇다고 이들이 케네디 가문의 전형은 아니다. 메릴랜드 주의 숲이 울창한 한 저택에 살고 있는 J.F.K.의 여동생 유진 쉬라이버 케네디가 요즘 케네디 가문의 현주소를 가장 잘 보여준다.

인기영화배우 아놀드 슈와제네거는 얼마전 일요일 보라색 폴로셔츠 차림에 개비 당 28달러나 하는 시거를 물고공원 크기 만한 처가(유진 케네디 쉬라이버의 딸로 뉴스진행자 출신인 마리아 쉬라이버가 슈와제네거의 부인임)의 뜰을 산책하고 있었다.

그는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일은 말이죠…민주당원이 돈까지 많은 것”이라고 농담을 했다.

유진 쉬라이버 케네디와 마리아 쉬라이버는 엄청난 수의 손님을 맞고 있었다. 한 TV 제작팀은 광대한 저택을 돌아다니며 메릴랜드 주의 부지사이며 차기 주지사로 유력한 마리아 쉬라이버의 사촌인 캐슬린 케네디 타운센드(R.F.K.의 딸)를 취재하고 있었다.

이날의 ‘가족 야유회’는 메릴랜드 주 의원으로 출마하려는 마리아 쉬라이버를 위한 두 번째 후원행사였다.

케네디 가문들의 사람들이 선거직에 나서는 것은 일종의 노블리스 오블리제(고귀한 신분에 걸맞는 의무)일까. 아니면 천명일까. 로드 아일랜드 주 연방 하원의원인 패트릭 케네디(34ㆍ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의 아들.)는 “만약 케네디 가문이 아니었다면 나의 모습은 지금과 전혀 달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민주당 선거운동본부장으로 활약했던 패트릭 케네디는 케네디 가문의 유명세를 최대한 활용해 엄청난 기부금을 확보, 역대 기부금 최고기록을 갱신하기도 했다. 그는 “나는 선거자금 개혁이 왜 필요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실례라고 종종 농담을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게임의 룰은 바뀌었다. 케네디 가문도 예외가 아니다. 패트릭 케네디가 의원출마를 고려하고 있던 두 사촌에게 훈수를 두고 있다는 뉴스를 듣고 J.F.K.와 재키의 맏딸인 캐롤라인이 보였던 반응을 이렇게 전했다.

“마크와 맥스가 너한테 조언을 구하더냐. 맙소사.” 그러나 패트릭은 케네디 가문끼리만 통하는 통찰력이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케네디 가문이니까 출마만 하면 된다는 식은 아버지 세대에서나 통했다. 이제는 먹혀들지 않는다.” 케네디 가문 출신 후보들도 여러 가지 사전 준비와 선거선략,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풋내기인 마크 케네디 쉬라이버는 동행하고 있던 기자에게 남의 집 잔디를 밟지 말라고 당부를 하면서 한 집의 앞마당으로 들어갔다.

그는 문이 열리자 “실례하지만…”으로 첫말을 꺼냈다. 문을 열어주지 않으면 선거전단에 “못 뵙고 그냥 가게되어 섭섭하군요…”라고 쓴 뒤 전단을 문 앞에 두고 갔다. 그는 사나운 개를 만나 골탕을 먹기도 했고 심지어는 총을 들이대는 집 주인을 만나기도 했다.

“쉬라이버란 이름을 쓰는데 당신이 마리아 쉬라이버(영화배우 아놀드 슈와제네거의 부인)와 무슨 관계가 있소.” 마크 케네디 쉬라이버는 “글세요(실제로는 친동생임)”라며 총에 놀라 들었던 손을 내려놓았다.


"내 피속엔 놀라운 정치인 자질"

R.F.K.의 큰 딸인 캐슬린은 한때 수녀가 되려고 했고, 뉴 멕시코 주에서 피스타치오 나무를 경작하기도 했다.

그는 “내가 정치에 나서리라곤 생각조차 못했다”며“정치를 사랑하는 집안에서 컸지만 그래도 정치는 남자 케네디의 일이었고 여자 케네디와는 무관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메릴랜드 주 부지사인 캐슬린은 결혼 후 어느 날 “내 피 속에 그 동안 미처 깨닫지 못하던 정치인으로서 놀라운 자질이 있다”는 ‘사실’을 불현듯 깨닫고 정계로 나섰다. 캐슬린은 케네디 가문의 유명세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3세대로 꼽힌다.

그는 대통령 선거 당시 프라임 타임에 엘고어 민주당 후보를 후원하는 지지 연설자로 나서기 위해 엄청난 로비를 했다.

그러나 그는 이 노루목 자리는 사촌인 J.F.K.와 재키의 딸 캐롤라인에게 돌아갔다. 또 그는 달변인 케네디 가문 출신 답지 않게 말을 잘 못해 케네디 보다는 부시 대통령 ‘계열’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

J.F.K.는 이런 말을 했다. “신화는 도처에서 우리를 혼란스럽게 합니다. 진실의 가장 큰 적은 때로는 거짓이 아니라 신화일 수 있습니다. 신화는 비현실적이며 그럴싸하고, 좀처럼 사라지지 않기 때문입니다.”그가 경계했던 신화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정리=김경철 주간한국부 차장 kckim@hk.co.kr

입력시간 2001/08/16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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