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조사 '불똥' 지방지로…] 지방지 "간판 내릴라" 좌불안석

중앙언론사 이어 언론개혁 '칼날' 지방으로 향해

세무조사의 칼날이 서서히 지방으로 향하고 있다.

올초부터 불어 닥친 세무조사와 신문고시 부활 등 이른바 ‘언론개혁’ 폭풍이 ‘중앙’을 강타하고 ‘지방’은 비켜가는 듯했으나 안정남 국세청장이 “지방언론사도 중앙언론사에 준해 예외 없이 조치할 것이며 현재 준비중”이라고 밝히면서 상당수 지방지 경영진들의 낯빛이 회색이다.

특히 중앙 언론사의 일부 사주가 구속까지 되자 막바지 더위속에 엄동설한의 한기를 느끼는 형국이다.

지난달 중앙언론에 대한 국세청의 세무조사결과 발표 때만 해도 “저게 문제였어. 떼먹고(탈세) 빼돌린(유용 및 횡령)돈을 무차별 뿌리니(무가지 살포 및 지국에 대한 부당지원) 우리(지방지)가 어찌 배겨날 수 있겠어”라며 “신문시장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벌써부터 이렇게(철저하게) 하긴 했어야 했어”라고 고소를 보내던 그들이었다.

하지만 2라운드의 시선이 자신들에게로 쏠리자 “어 이게 아닌데,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게 아니냐”라고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며 국세청의 세무조사 강도를헤아리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부산ㆍ경남ㆍ울산

겉으론 담담, 속으론 “존립위기” 초조

부산의 A신문 사장은 최근 사내 월례회 석상에서 언론사 세무조사 사태를 언급하며 “우리가 나빠질(불리해질) 것은 없다”면서 “거대 자본력을 가진 ‘조중동’의 무차별확장으로 신문시장이 왜곡돼 시장점유율 지상주의의 폐해가 엄청난 만큼 이번을 계기로 개선돼야 할 부분이 많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B신문 관계자도 “왜곡된 방향으로 고착화된 시장구조를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세무조사와 신문고시 부활 등 정부의 최근 일련의 조치들은 일단 지방지로선 크게 나쁠 게 없다고 보나 세무조사를 받는다는 것은 아무래도 찜찜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방지들의 총무ㆍ경리파트는 초긴장 상태다. A신문 관계자는 “털어서 먼지가 나지 않을 곳이 없는 게 현실인데 최근 불경기로 영업이익이 형편 없는 상황에서 세무조사를 받는다는 자체가 큰 부담이자 고통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언론사 세무조사에 대한 시각은 크게 세갈래로 나뉘고 있다.

우선 방송사들은 대체로 담담한 표정이다. “중앙 언론(방송)의 세무조사 결과에서 드러났듯 지역방송은 크게 걸릴게 없다”는 반응이다. 다분히 중앙언론사 세무조사 결과에 대한 분석이 깔려있다.

하지만 정치역학상 완전 야도(野都)라 할 수 있는 여건에서 세무조사 국면을 바라보는 지역신문의 무게중심은 다소 비판적인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부산의 2개지방지 가운데 전국 지방지중 메이저를 자처하는 B신문은 비판적인 맥락속에서도 언론개혁의 당위성을 들어 균형을 유지하려는 흔적이 엿보이고 있는 반면, A신문은 사설과 칼럼 등을 통해 강한 톤으로 비판적 시각을 드러냈다.

30대 초ㆍ중반이 일선취재 현장의 주류인 부산 기자사회에선 세무조사에 깔린 정치적 복선 등에 대해서는 ‘갑론을박’하면서도 언론개혁의 당위론 측면에서 “지방도 비켜갈 수는 없다”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경남은 신문사 사정에 따라 뚜렷이 갈리고 있다.

1999년 5월 ‘경남을 바꿀 개혁신문’이란 기치를 내걸고 ‘도민 주주신문’으로 출범한 마산의 ‘경남도민일보’는 사설을 통해 ‘지방언론도 세무조사 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반면 이 신문 경쟁지의 고위관계자는 “중앙언론사와 같은 잣대로 지방사를 조사할 경우 존립기반 자체가 흔들릴 것이다. 지역특성과 지방언론으로서의 고유의 역할 등이 참작돼야 할 것”이라고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부산과 경남에 비해 경영사정이 열악한 울산의 3개 지방지들은 “기자들의 월급도 간신히 맞추는 판에 세무조사가 웬 말이냐. 뭐가 있어야 먼지가 있지, 우린 털 먼지도 없다”라며 시큰둥한 반응이 주류다.

한 신문사 관계자는 “지역 광고시장이 거의 바닥상태여서 회계장부가 구멍가게 외상장부 수준이다. 굳이 턴다면 회사수익에 다소 보탬이 되는 각종 행사의 협찬과정에서의 세금누락 있을지는 몰라도 서울 등지에 비하면 ‘얘기’가 될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경기 수도권

“어디까지 칼 대나” 긴장의 시간

이 지역 언론사들은 중앙 언론사에 대한 검찰의 수사 결과에 신경을 곤두 세우며 바짝 긴장하고 있다.

경기지역 유력 A지는 자체 감사 등을 통해 세무조사에 대비하고 있다. 또 다른 유력 B지 역시 중앙 언론사에 대한 국세청의 세무조사 방법 등을 알아보면서 대책을 마련중이다.

그러나 극히 취약한 재무구조인 군소 언론사들은 속수무책으로 ‘매’만 기다리는 양상이다.

그러나 지방 언론사들은 한결같이 “중앙 언론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우 취약한 재무구조를 갖고 있는 지방지까지 세무조사를 할 필요가 있느냐”며 볼멘소리다.

95년 호된 세무조사를 받았던 A사의 고위 관계자는 “세무조사후 사주(社主)가 바뀌어 자의든 타의든 누락된 세금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하면서도“털어서 먼지 없는 것이 없다는 속담처럼 세무조사 결과 거액의 추징금을 징수 당할 경우 당장 회사 경영에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역 언론사들의 매출규모가 중앙언론사와는 비교도 안된다는 이유를 들어 한결같이 ‘세무조사 면제’를 바라고 있다. 한 언론사 고위간부는 “이같은 매출규모로 세금을 탈루했으면 과연 얼마나 했겠느냐”고 반문한다.

그 같은 말에는 중앙언론사와는 달리 세무조사의 강도가 높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과 일부에서 주장하고 있는 ‘타깃’이 아니지 않는냐는 시각이 혼재하고 있다.

또다른 신문사 관계자는 “정부가 내년 지방선거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모든 지방 언론사를 ‘적’으로 만들지 않을 것”이라며 “중앙언론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강도가 낮은 세무조사가 실시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희망사항일 뿐 이어서 세무조사 이후를 우려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세무조사 결과 광고료, 유가부수 등 회사의 재무 상태가 ‘공개’될 경우 추징금에 대한 부담은 물론 ‘구멍가게’라는 사실이 밝혀져 망신을 당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나아가 ‘거액’을 추징당할 경우 문을 닫는 언론사도 속출할 수도 있다는 것이 지역 언론계의 입장이다.


광주ㆍ전남

신문사 난립 ‘정리’ 소문에 불안감

최근 몇 년 사이 계속된 경기침체에도 불구, 신문사들이 난립하는 기형적 신문시장으로 눈총을 받아온 이 지역은 이번 세무조사로 일부 신문들이 ‘정리’될 것이라는 추측이 나돌면서 초긴장 상태다.

매년 적자경영에 허덕이는 상당수 언론사들이 자칫 세무조사결과 세금까지 추징당할 경우 사실상 ‘개점휴업’ 상황에 직면할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현재 광주에 본사를 둔 신문사는 9개. 모두 취약한 재무구조로 많은 부채를 안고 있으며, 일부 신문사의 경우 이미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는 등 심각한 경영파탄 위기에 몰려 있다.

지역 언론계에서는 광주일보와 전남일보, 광주매일 등 이른바 광주지역 ‘빅3’ 신문사는 이번 세무조사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있다. 나머지 언론사들도 예외는 아니라는 분석이 적지 않지만 빅3 보다는 느긋한 입장이다.

1998년 세무조사를 받았던 A신문의 관계자는 “또 세무조사를 받겠느냐. 세무조사 이후 모든 일을 투명하게 처리해왔다”고 자신하면서도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실제 최근 이 신문의 모 부장이 지방언론사에 대한 세무조사 당위성을 주장하는 칼럼을 썼다가 사장실에 불려가 호된 질책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광고ㆍ판매업무와 관련, 각종 입출금 처리내역서와 회계장부 등 세무관련 자료를 챙기는등 사전 준비작업을 벌이고 있어 세무조사 대상이 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음을 말해 주고 있다.

B신문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자본잠식상태에 빠진 B신문은 최근 현금유동성 부족으로 극심한 자금난에 시달리면서 ‘세무조사’라는 악재까지 겹치자 매각과 법정관리 신청방안을 검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광주의 경우 경제규모나 인구에 비해 언론사 수가 너무 많다는 지적이 있어이 이번 세무조사가 지역언론개혁의 신호탄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극단적인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 검찰은 “98년 광주지역 언론사정을 해 그 폐해를 잘 알고 있다. 세무조사 결과가 나오면 중앙언론사와 같은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고 밝혀 긴장도를 높였다.


대전ㆍ충남

재정난 위험수위, “재편 계기” 기대

“세무조사가 실시되면 끝입니다.” “지방은 좀 봐주겠죠.”

기자들 월급도 제대로 주지 못하는 마당에 중앙지의 경우에서 보았듯이 ‘철저한’ 세무조사를 통해 ‘거액’을 추징당한다면 무너질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짙은 우려가 짓누르고 있다.

(사)대전언론발전연구원은 최근 대전지방국세청에 세무조사 계획에 대해 질의했으나 “아직 본청으로부터 실무 지침이 내려오지 않아 조사 시기와 방법 등을 알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대전국세청 관계자는 그러나 “연내에 조사를 마무리하려면 조만간 구체적인 지침이 하달되지 않겠느냐”고 말해 늦어도 10월쯤엔 세무조사가 착수될 것임을 암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관계자는 세무조사의 방향에 대해 “지방언론사들의 재정이나 경영상태가 중앙언론사들과는 달리 매우 열악한 것으로 이미 파악하고 있다”고 말해 지방언론사의 세무조사가 법인보다는 사주 주변에 초점이 맞춰질 것임을 간접 시사했다고 연구원측은 밝혔다.

지역 신문사들의 재정난은 이미 위험수위에 이르렀다. A사의 경우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현재까지 22억여원의 임금을 체불하고 있다.

외환위기 이전 100명에 달했던 기자들이 생활고를 못이겨 하나 둘씩 떠나기 시작해 현재는 30여명에 불과하다. B사 역시 급여를 절반 수준밖에 지급하지 못해 이직 바람이 확산되고 있으며, C사는 기자들이 대거 이탈해 새로운 신문의 창간을 준비중이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차제에 지역 언론계를 새롭게 재편하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조심스런 기대도없지 않다.


대구ㆍ경북

타격 예상, 뽀족한 대책없어 답답

대구ㆍ경북지역 4개 방송사(라디오방송 제외)와 정상적인 신문발행이 이뤄지고 있는 5개 일간 신문사 가운데 1차적인 세무조사 대상은 1995년 개국후 한번도 받지 않은 대구방송과 포항의 경북일보 정도.

대구방송은 다른 방송사에 비해 사업부문 매출이 상대적으로 많아 세추징이 예상되며 중앙 방송에 비해 절대 추징 규모가 적더라도 10월부터 자체편성비율이 20%에서 28%로 높아지는 등 쓸곳이 많은점에 비춰 적지 않은 부담을 느끼고 있다.

지난해 모기업인 대아그룹이 세무조사를 받은 경북일보(구 대동일보)는 세무조사 자체도 문제지만 그동안 계속된 대아의 직ㆍ간접 지원이 중단될 것이 더 큰걱정이다.

하지만 국세청장이 5년내 세무조사를 받은 언론사도 포함된다는 발표 이후 지역 유력 일간지인 매일신문과 영남일보도 사태의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등 바짝 긴장하고 있다.

97년조사를 받은 매일신문은 사주가 천주교 유지재단으로 개인이 아니어서 부담이 덜한 편이지만 야당 일색인 지역에서 독자를 의식한 논조를 견지해온 터라 세무조사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신문 관계자는 “지역경제의 붕괴로 가뜩이나 어려운데 예전과 다른 ‘특별한’ 세무조사를 받게 되면 그 타격은 상상을 초월하겠지만 뾰족한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언론사 최초로 법정관리 절차가 진행중인 영남일보는 이미 망한 판국에 하든 말든 마음대로 하라며 별 신경을 안쓰고 있다.

대구문화방송은 지난해 8월에 받았는데 1년도 안돼 또 세무조사를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입력시간 2001/08/16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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